주간동아 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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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말리는 허풍, 기가 막힌 스펙터클

  •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입력2004-02-27 13: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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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 말리는 허풍, 기가 막힌 스펙터클
    대니얼 월래스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팀 버튼의 영화 ‘빅 피쉬’(Big Fish)는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려는 아들의 이야기다. 그는 병상에 누운 아버지 곁에서 아버지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어떤 것인지 알아내고 그것을 정리하려 한다. 문제는 그가 엄청난 허풍선이라는 사실이다. 그가 지금까지 아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모두 뻔뻔스러운 허풍이라는 것. 그의 이야기 속에서 아버지 에드워드 블룸(이완 맥그리거, 앨버트 피니)은 거대한 거인한테서 마을을 구해낸 영웅이고, 여자친구를 위해 1만 송이의 수선화를 심는 로맨틱한 연인이다. 그는 자신의 반지를 삼킨 거대한 물고기와 싸우고, 중국에서 샴 쌍둥이 가수를 데려오며, 늑대인간과 한판 승부를 벌인다.

    그렇다면 할리우드가 이 소설에 눈독을 들인 이유는 뭘까? 아버지와 아들의 끈끈한 정을 보여주기 위해서? 아니, 그들의 의도는 좀더 단순하다. 에드워드 블룸의 이야기를 화면 에 재구성하면 기가 막힌 스펙터클이 되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 계획이 ‘영상의 마법사’인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돌아간 것도 당연한 일이다. 스필버그가 ‘마이너리티 리포트’ 때문에 이 영화를 포기하자 그 계획은 자연스럽게 또 다른 영상 마법사인 팀 버튼에게로 넘어갔다.

    팀 버튼의 ‘빅 피쉬’는 예측했던 대로 굉장한 구경거리가 되었다. 특수효과나 물량의 힘 덕분이기도 하지만 팀 버튼 특유의 독특한 시각적 상상력이 큰 몫을 했다. 유령마을 앞에 걸려 있는 신발들에서부터 샴 쌍둥이 가수의 화려한 위문공연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다채롭고 화사하고 기형적으로 뒤틀려 있는 그 특유의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이 영화가 진정하게 팀 버튼의 걸작 중 하나로 뽑힐 가능성은 생각외로 많지 않은 것 같다. 아버지와 아들의 교류가 감동적인 이야기의 주제이기는 하지만, 영화는 환상적인 허풍의 스펙터클에 도취되어 정작 그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한다. 영화에 가득한 환상적인 이야기들은 재미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들은 분명한 효과를 거두기엔 지나치게 감상적이다. 아들 윌은 아버지를 다시 이해하기보다 반쯤 포기하고, 아버지를 그의 허풍 속에 밀어넣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이야기들 때문에 팀 버튼 영화 고유의 질감에서 살짝 떨어진, 규격화된 할리우드 영화처럼 느껴진다는 점도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팀 버튼의 신작을 기대했던 팬들에게 ‘빅 피쉬’는 여전히 만족스러운 영화가 될 수 있다.

    적어도 이 영화는 그의 ‘혹성탈출’ 리메이크작보다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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