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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리거 실력+베테랑 관록=K리그 부흥동력 [풋볼 인사이트]

10년 만에 K리그 복귀하는 이청용에 대한 남다른 기대

  • 홍의택 축구칼럼니스트 releasehong@naver.com

빅 리거 실력+베테랑 관록=K리그 부흥동력 [풋볼 인사이트]

5월 9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상주상무프로축구단과 경기에서 울산현대축구단 이청용이 드리블하고 있다. [동아DB]

5월 9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상주상무프로축구단과 경기에서 울산현대축구단 이청용이 드리블하고 있다. [동아DB]

“그래서 한국으로 온대? 안 온대?” “이 팀이야? 아니면 저 팀이야?” 

지난겨울 축구판을 들썩인 이슈다. 한국 축구 간판이던 ‘쌍용’ 기성용과 이청용이 국내 복귀를 추진한 것. 과거 FC서울에서 한솥밥을 먹은 신성 둘은 유럽 생활을 마친 뒤 K리그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잡음이 일었다. 금의환향을 바랐던 기성용과 달리 친정팀 서울 구단의 수뇌부는 미적지근했다는 게 중론이다. 팬들 기대는 실망과 원성으로 치달았다. 양측은 끝내 절충점을 찾지 못했고, 때아닌 진실 공방 속에서 마음이 상한 선수 쪽이 스페인행을 결정하며 일단락됐다. 

그다음은 이청용이었다. 그 역시 기성용처럼 서울과 우선협상을 해야 했다. 다만 울산현대축구단이 선수 마음을 훔쳤다. 위약금 조로 잡힌 금액이 있긴 했지만, 이에 개의치 않고 적극적으로 구애해 서울을 앞질렀다. 이청용은 입단 기자회견에서 “복귀 시 서울만 떠올렸지만 선수가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울산은 전 소속팀인 크리스털 팰리스에서 못 뛸 때부터 관심을 가져줬다. 그때 고마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어렵사리 이룬 금의환향

이청용의 K리그행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른바 유럽에서 전성기를 보낸 슈퍼스타의 귀환은 생각보다 흔치 않았다. 한국 축구를 위해 헌신한 박지성도, 이영표도 국외에서 축구화를 벗었다. 이영표는 서울 전신인 안양LG치타스 소속으로 활약했지만, 캐나다 밴쿠버 화이트캡스에서 커리어를 마무리했다. 



세월이 흘러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보고 자란 월드컵 세대가 서른 줄에 접어들었다. K리그 활약과 국가대표팀 승선으로 탄력을 받았고, 20대 초반 유럽으로 나가 투쟁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럽행 당시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이바지하겠다”고 공언할 만큼 K리그를 귀히 여겼다. 그랬던 이들이 이제는 선수 생활 막바지를 놓고 결단을 내리려 한다. 

국내 복귀가 마음 편한 일만은 아니다. 금전적 조건은 큰 걸림돌까지는 아닌 듯했다. 기성용 역시 연봉 대폭 삭감을 감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 크게 양보할 의사만큼은 확실해 보였다. 다만 선수 개개인이 짊어질 마음의 짐은 만만치 않았다. 적잖은 축구인이 “선수 말년에 한국으로 들어와 스트레스 팍팍 받는 게 당연한 일은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또 구단 측과 니즈가 엇갈리기라도 한다면 용기를 낸 선수의 선의는 되레 부메랑이 돼 상처를 안긴다. 

울산과 이청용의 동행은 이 포인트에서 시작했다. 이청용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나의 모습과 기대치는 내 생각보다 높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부담이 없을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면서도 “처음 울산에 갔을 때 선수들뿐 아니라 구단 직원분들도 반겨줬다. 감독님도 크게 환대해줘 감사했다”고 털어놨다. 이런 울산 측 진심이 선수의 열정을 건드렸다. 

이청용은 ‘하나원큐 K리그1 2020’ 3라운드까지 전 경기에 선발 출격했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4-2-3-1 전형에 맞춰 라인업을 정렬했다. 이청용은 2선 오른쪽 날개로 기용됐는데, 한곳에 얽매지 않고 폭넓게 뛰며 다양하게 관여했다. 3경기에서 2승 1무로 순항 중인 울산은 2005년 이후 연이 없던 정규리그 우승컵을 올해만큼은 꼭 되찾겠다는 각오다. 

이청용의 입단 소식을 들으니 2009년 7월 말이 떠올랐다. 그간 유럽리그나 국가대표팀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나, 떠나기 직전과 돌아온 직후의 간극이 꽤 컸다. 특히 이청용이 서울 소속으로 뛴 마지막 경기인 강원FC 원정을 현장에서 지켜본 기억을 오랜만에 끄집어냈다. 시간이 꽤 많이 지났다는 것도 새삼 느꼈다. 그때 이청용은 혈기가 넘쳤다. 깡마른 체격에도 주눅 들지 않고 들이받았다. 때로는 의욕이 지나쳐 지적을 받곤 했다. 그와 별개로 경쟁력은 분명히 있었다. 빠른 스피드에 기술을 적절히 입혔고, 2010 남아공월드컵 2골 및 사상 첫 원정 16강이라는 성과에 큰 공을 세웠다. 모든 이들이 아쉬워하듯, 2011년 정강이가 부러지는 치명적인 부상만 없었다면 더 화려하게 꽃피웠을 잠재력이 있었다. 

10여 년 만에 돌아온 이청용은 확 달라져 있었다. 앳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웬 축구 도사가 나타났다. 상대보다 몇 수는 높은 축구 지능을 뽐낸 그다. 무리하게 싸우는 대신 여유 있게 대처했고, 공을 절묘하게 돌려놓는 센스까지 자랑했다. 또 공 없이 활동하는 움직임만으로도 팀 동료의 숨통을 터줬다. 한창때보다 신체적 능력치는 떨어질 수 있어도, 이를 채우고도 남을 경험의 힘이 있었다. 석연찮은 판정으로 3라운드 부산아이파크전 골이 취소됐지만, 이 기세라면 머지않아 첫 득점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

베테랑 한 명이 지닌 가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진출한 기성용이 에이스를 상징하는 등번호 10번이 선명한 새 소속팀 레알 마요르카의 유니폼을 입고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동아DB]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진출한 기성용이 에이스를 상징하는 등번호 10번이 선명한 새 소속팀 레알 마요르카의 유니폼을 입고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동아DB]

울산이 이청용을 거저 얻은 건 아니다. 선수에게 확고한 믿음을 준 것과 동시에 돈도 꽤 썼다. 이청용 나이를 고려하면 미래를 멀리 내다본 영입이라고 보긴 어렵다. 계약 기간 내 선수 가치를 증폭시켜 챙기는 이적료 수입이 프로축구팀의 대표 수익원 아닌가. 40대 이동국이 아직 좋은 대우를 받으며 뛰고 있다곤 하나, 일반적으로 축구선수는 생물학적 나이가 들어가면서 감가가 발생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청용의 가치는 단순히 되팔아 나오는 액수만으로 매길 수 있는 게 아니다. 한편으로는 울산의 미래를 위한 필수 투자라는 계산도 나온다. 지난해 울산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미끄러져 준우승에 그쳤다. 정상은 빼앗겼지만, 한 시즌 팀의 기둥 노릇을 한 김보경은 최우수선수(MVP)로 그 공을 인정받았다. 유럽 등지와 국가대표팀을 거친 선배의 존재는 상당했다. 안정감을 불어넣었고 역동적인 시너지 효과까지 유발했다. 올해는 이청용이 이 임무를 맡는다. 

갓 국가대표팀에 들어간 신참 선수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특히 청용이 형이 주는 무게감은 장난이 아니었어요. 이제 막 대표팀에 들어온 막내를 일일이 챙겨주는데, 저도 꼭 그런 선배가 되고 싶더라고요.” 독일에서 가까이 생활한 모 선수는 “청용이 형이 종종 밥 먹으러 오라고 한다. 그럴 때마다 해주는 얘기들이 엄청난 동기 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존경하는 선수’ 한 명이 줄 수 있는 파급력은 이토록 대단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의 말 한마디는 어린 선수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경직된 위계 문제가 아니라, 관록과 인간 됨됨이로 진심을 울린다. 이청용이 “내가 선배들을 보면서 배웠듯, 솔선수범하고 노력하면 다른 선수들도 느낄 것”이라면서 내다본 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뚜렷하게 나타날 테다. 울산은 이청용뿐 아니라 고참급 선수를 여럿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을 길잡이 삼아 구단 미래로 거듭날 영건들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흐뭇하다. 울산 유스팀 현대고 소속 때부터 키워온 이동경, 이상헌, 박정인은 물론이고 원두재 등도 쑥쑥 자랄 수 있다. 

울산 구단이 열렬히 바라는 날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관중이 들어찬다면 이청용의 영향력은 더 극명해지리라는 기대다. 홈경기 티켓 판매에 유니폼 등 굿즈 매출도 덩달아 뛸 것이다. 이는 울산뿐 아니라 리그 전반의 붐으로 이어질 만하다. 국가대표팀의 A매치 매진 행렬과 더불어 K리그 부흥에도 이청용이라는 존재는 얼마나 큰 힘일까.





주간동아 1241호 (p58~60)

홍의택 축구칼럼니스트 releaseh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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