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페이스 패딩 점퍼’에 이어 고가의 초등학생용 책가방이 화제다. 책가방 가격이 지난해보다 최고 20∼30% 오르고, 29만7000원짜리도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부모의 등골을 휘게 하므로 ‘등골 백팩’이라고도 부른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책가방’을 입력하면, ‘신학기 가방’ 관련 기사가 수십 개 뜬다. 얼핏 보면 책가방 구입을 도와주는 친절한 쇼핑 가이드같지만, 정확히 1년 전 같은 고민을 했던 필자가 보기엔 신제품 광고에 지나지 않는다.
2011년 설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아이는 친가, 외가에서 ‘특별 세뱃돈’ 봉투를 여러 개 받았다. 30여 년 전 필자가 받았던 것에 비하면 물가를 반영한듯 봉투 속 지폐 수가 많이 늘었지만, “이 돈으로 책가방 사고 공부 잘해라” 라는 덕담은 변하지 않았다. 설 연휴가 끝나고 딸과 함께 백화점에 갔지만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돌아왔다. 책가방 하나에 20만 원이 넘는 것도 문제였고, 딸이 마음에 둔 제품이 품절돼버렸기 때문이다. 매장 직원은 “인기 제품은 12월에 이미 품절된다”며 “다른 디자인의 제품을 고르라”고 권했다. 하지만 딸아이가 선뜻 마음을 정하지 못해 몇 번이나 더 백화점을 다녀보고서야 살 수 있었다. 책가방과 실내화 주머니 포함해 14만 원 정도 들었다.
한 번 사면 3~4년은 사용
입학식이 있던 2011년 3월 2일, 책가방 사는 데 신경을 많이 쓴 터라 자연스레 다른 아이들의 것이 눈에 들어왔다. 백화점에서 봤던 ‘브랜드 책가방’을 든 아이가 80% 이상이었다. 20만 원이 넘는 고가 제품도 여럿 보였다. 하지만 가방 디자인은 거의 비슷했다. 2월 내내 백화점이나 스포츠 매장을 돌아다니며 책가방을 살펴볼 때도 디자인은 별 차이가 없었다. 초등학생이면 ‘뽀로로’‘토마스’ 같은 캐릭터에 흥미가 없다. 대개 색상이 중요한 결정 요소인데, 여자아이는 분홍색을, 남자아이는 파란색이나 녹색을 선호한다.
초등학교 입학생의 책가방을 선택할 때 중요한 건 디자인보다 색상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결정 요소가 있다. 바로 책가방에 딸려오는 사은품이다. 아이들은 엇비슷한 스타일의 책가방을 고를 때 사은품을 보고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필자의 딸도 책가방을 사면 주는 분홍색 미니 백에 마음이 끌렸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책가방을 잘 고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가 매일 메고 다니고, 3∼4년은 족히 사용하기 때문이다. 화려한 디자인이나 광고에 현혹돼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덜컥 비싼 것을 산다면 그 책가방은 그야말로 모셔둔 채 실용적인 것을 또 사야 하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책가방을 구입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세 가지는 바로 아이의 취향, 책가방의 무게와 기능성, 그리고 수납공간이다. 엄마가 아무리 비싸고 좋은 책가방을 사준다 해도 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용없다. 아이와 함께 다니면서 디자인을 고르면 실패 확률이 준다. 그렇다고 아이 취향만 고려해서도 안 된다. 딸의 학급에는 1년도 안 돼 이미 새 책가방을 구입한 아이가 여럿이다. 엄마들은 “교과서와 준비물을 모두 넣으면 너무 무거워 책가방 무게라도 줄여주려고 어쩔 수 없이 새로 샀다”고 말한다.
또 하나의 소모품
책가방을 고를 때 경량 소재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재에 따라 책가방 무게에 차이가 있는데, 인조 에나멜보다는 경량 원단을 사용한 제품이 좋다. 에어 메시는 가벼울 뿐 아니라 통풍이 잘돼 등판 소재로 많이 쓴다. 소재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다. 기능성 어깨 패드와 멜빵의 디자인이다. 11자형 멜빵보다는 U자형 멜빵이 무게를 효과적으로 분산하고, 성장기 어린이가 바른 자세를 잡도록 도와준다. 등받이에 쿠션이 들어 있으면 완충 효과로 어깨와 등에 무리가 덜 간다. 책가방은 또 견고해야 한다. 아이의 성격이 활달한 편이라면 견고성을 꼭 따져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 수납공간이다. 요즘은 교과서가 과목별로 2∼3권인 데다 크기도 예전보다 크다. 학교에서 가정으로 보내는 유인물 사이즈(A4)도 고려해야 한다. 종합장이나 자, 필기구 등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쉽게 꺼내 쓸 수 있도록 수납공간이 다양한지도 확인해야 한다.
업계 추산 초등학생 책가방 시장 규모는 연 2000억∼3000억 원이다. 저출산 문제로 취학아동 수는 매년 줄지만 제품 단가가 오르다 보니 시장은 성장세다. 책가방 매출 중 80%가 1월과 2월 ‘신학기 시즌’에 몰린다.
꼭 1년 전, 첫아이의 첫 책가방을 구입하려고 고민했던 필자의 마지막 조언은 “책가방 구입에 목숨 걸지는 마라”는 것이다. 아이가 캐릭터 책가방을 원하면 3만∼5만 원짜리 저렴한 제품을 사주는 게 낫다. 혹시나 싼 책가방을 메서 아이가 기죽으면 어쩌나 걱정할 것 없다. 아이의 심리는 어른처럼 복잡하지 않다. 2∼3학년 때 캐릭터 책가방에 싫증을 느끼면 그때 좋은 제품을 사주는 편이 현명하다.
아이에게 브랜드 책가방을 사주고 싶다면 기능성과 견고함을 고려해 10만 원대 초반의 제품을 사주는 게 좋다. 아이에게 가격은 의미가 없다. 비싼 책가방이라고 해서 더 오래 드는 것도 아니다. 1학년 때 구입한 책가방을 6학년까지 메는 학생은 드물다. 그 시기와 이유만 다를 뿐 중간에 책가방을 바꿔야 할 일이 생기게 마련이다. 책가방도 소모품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책가방을 고르는 부담이 훨씬 덜할 것이다.
2011년 설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아이는 친가, 외가에서 ‘특별 세뱃돈’ 봉투를 여러 개 받았다. 30여 년 전 필자가 받았던 것에 비하면 물가를 반영한듯 봉투 속 지폐 수가 많이 늘었지만, “이 돈으로 책가방 사고 공부 잘해라” 라는 덕담은 변하지 않았다. 설 연휴가 끝나고 딸과 함께 백화점에 갔지만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돌아왔다. 책가방 하나에 20만 원이 넘는 것도 문제였고, 딸이 마음에 둔 제품이 품절돼버렸기 때문이다. 매장 직원은 “인기 제품은 12월에 이미 품절된다”며 “다른 디자인의 제품을 고르라”고 권했다. 하지만 딸아이가 선뜻 마음을 정하지 못해 몇 번이나 더 백화점을 다녀보고서야 살 수 있었다. 책가방과 실내화 주머니 포함해 14만 원 정도 들었다.
한 번 사면 3~4년은 사용
입학식이 있던 2011년 3월 2일, 책가방 사는 데 신경을 많이 쓴 터라 자연스레 다른 아이들의 것이 눈에 들어왔다. 백화점에서 봤던 ‘브랜드 책가방’을 든 아이가 80% 이상이었다. 20만 원이 넘는 고가 제품도 여럿 보였다. 하지만 가방 디자인은 거의 비슷했다. 2월 내내 백화점이나 스포츠 매장을 돌아다니며 책가방을 살펴볼 때도 디자인은 별 차이가 없었다. 초등학생이면 ‘뽀로로’‘토마스’ 같은 캐릭터에 흥미가 없다. 대개 색상이 중요한 결정 요소인데, 여자아이는 분홍색을, 남자아이는 파란색이나 녹색을 선호한다.
초등학교 입학생의 책가방을 선택할 때 중요한 건 디자인보다 색상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결정 요소가 있다. 바로 책가방에 딸려오는 사은품이다. 아이들은 엇비슷한 스타일의 책가방을 고를 때 사은품을 보고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필자의 딸도 책가방을 사면 주는 분홍색 미니 백에 마음이 끌렸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책가방을 잘 고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가 매일 메고 다니고, 3∼4년은 족히 사용하기 때문이다. 화려한 디자인이나 광고에 현혹돼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덜컥 비싼 것을 산다면 그 책가방은 그야말로 모셔둔 채 실용적인 것을 또 사야 하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책가방을 구입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세 가지는 바로 아이의 취향, 책가방의 무게와 기능성, 그리고 수납공간이다. 엄마가 아무리 비싸고 좋은 책가방을 사준다 해도 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용없다. 아이와 함께 다니면서 디자인을 고르면 실패 확률이 준다. 그렇다고 아이 취향만 고려해서도 안 된다. 딸의 학급에는 1년도 안 돼 이미 새 책가방을 구입한 아이가 여럿이다. 엄마들은 “교과서와 준비물을 모두 넣으면 너무 무거워 책가방 무게라도 줄여주려고 어쩔 수 없이 새로 샀다”고 말한다.
또 하나의 소모품
업체 간 기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700~800g이던 책가방 무게를 400~600g으로 줄인 초경량 제품이 속속 등장했다.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 수납공간이다. 요즘은 교과서가 과목별로 2∼3권인 데다 크기도 예전보다 크다. 학교에서 가정으로 보내는 유인물 사이즈(A4)도 고려해야 한다. 종합장이나 자, 필기구 등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쉽게 꺼내 쓸 수 있도록 수납공간이 다양한지도 확인해야 한다.
업계 추산 초등학생 책가방 시장 규모는 연 2000억∼3000억 원이다. 저출산 문제로 취학아동 수는 매년 줄지만 제품 단가가 오르다 보니 시장은 성장세다. 책가방 매출 중 80%가 1월과 2월 ‘신학기 시즌’에 몰린다.
꼭 1년 전, 첫아이의 첫 책가방을 구입하려고 고민했던 필자의 마지막 조언은 “책가방 구입에 목숨 걸지는 마라”는 것이다. 아이가 캐릭터 책가방을 원하면 3만∼5만 원짜리 저렴한 제품을 사주는 게 낫다. 혹시나 싼 책가방을 메서 아이가 기죽으면 어쩌나 걱정할 것 없다. 아이의 심리는 어른처럼 복잡하지 않다. 2∼3학년 때 캐릭터 책가방에 싫증을 느끼면 그때 좋은 제품을 사주는 편이 현명하다.
아이에게 브랜드 책가방을 사주고 싶다면 기능성과 견고함을 고려해 10만 원대 초반의 제품을 사주는 게 좋다. 아이에게 가격은 의미가 없다. 비싼 책가방이라고 해서 더 오래 드는 것도 아니다. 1학년 때 구입한 책가방을 6학년까지 메는 학생은 드물다. 그 시기와 이유만 다를 뿐 중간에 책가방을 바꿔야 할 일이 생기게 마련이다. 책가방도 소모품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책가방을 고르는 부담이 훨씬 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