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에 오르지 못하고 뒤로 제쳐진 물게다. 겉모양은 멀쩡하다. 이 물게도 여기저기 흩어져 팔린다.
대게잡이는 초겨울에 시작하나 대게가 제맛을 내는 시기는 늦겨울과 이른 봄이다. 지금부터가 제철인 것이다. 대게는 북태평양의 수심 200~800m에서 산다. 우리나라에서는 동해안 전역에서 자란다. 대게 앞에는 보통 ‘영덕’이 붙는다. 예전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동해안에서 잡힌 대게가 영덕에 모였다가 내륙으로 이송돼 그렇게 이름 붙은 것이다. 영덕 아래 포항, 그 위 울진, 삼척, 동해, 강릉, 양양, 속초, 고성 등지에서도 대게는 잡힌다.
이 대게를 두고 영덕, 울진, 삼척 등에서 제 지역의 이름을 앞에 붙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대게가 잡히는 바다를 영덕바다, 울진바다, 삼척바다 식으로 딱 자를 수 없고 맛 구별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비자 처지에서는 명칭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각 지역에서 이름에 집착하는 것은 관광 유도 효과를 보기 위해서인데, 그러려면 오히려 바가지 없이 친절한 가게가 더 많아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지역이라고 특정 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심한 호객 행위로 정나미가 뚝 떨어지게 해서는 미래는 없다.
대게는 수컷과 암컷 크기가 눈에 띄게 차이 난다. 수컷은 등딱지(체장) 길이가 13cm 정도 될 때까지 자라지만, 암컷은 7cm 조금 넘길 뿐이다. 암컷은 몸이 찐빵만 하다 해서 빵게라 부른다. 또 암컷은 자원 보존을 위해 잡을 수가 없다. 우리가 먹는 대게는 수컷이다. 수컷은 15년 넘게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컷도 등딱지 길이가 9cm 이상 돼야 잡을 수 있는데, 이 정도의 것이면 8년 정도 자란 것이라 한다. 대게는 같은 그물에 올라온 것이라 해도 때깔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보통 황금색, 은백색, 분홍색, 홍색 4종류로 구분한다. 색깔이 짙을수록 살이 단단하고 맛있는데, 황금색이 도는 것을 특별히 ‘참대게’ ‘박달대게’라 부르며 최상급으로 취급한다.
대게잡이배는 새벽에 어항에 들어온다. 경매를 위해 대게를 분류하는 작업을 지켜보면, 뒤로 던져버리는 대게들이 있다. 속에 물이 찬 대게다. 이런 대게는 물게라 하며 경매에도 오르지 못한다. 같은 크기라면 물게와 살이 제대로 찬 대게의 가격 차이는 4~5배가 난다. 물게를 쪄놓으면 다리에 물이 차 있고 살이 힘없이 쑥 빠진다. 경매에 오르지 못한 이 물게들은 수레에 실려 여기저기 흩어지는데, 재수(?)가 없으면 이 물게를 비싸게 먹을 수 있다.
어부들은 눈으로 물게를 정확히 구별할 수 있다. 배 부분의 때깔로 안다. 그러나 일반인은 아무리 가르쳐줘도 구별하지 못한다. 일반인들도 물게 고르는 방법이 있는데, 배를 손으로 꾹 눌러보는 것이다. 대게를 뒤집었을 때 V자 모양의 부위, 바로 그 자리를 누르는 것이다. 물게는 이 부위를 누르면 물이 나오게 된다. 일부 상인은 소비자가 이 부위를 누르는 것을 꺼린다. 대게에 손상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꼭 그렇지도 않다. 자신의 물건에 하자가 없다고 자신하는 상인은 오히려 눌러보라고 한다. 인터넷 블로그에 올라온 대게 시식 후기들을 보면, 어렵게 산지까지 가서 이 물게를 먹고 오는 일이 허다하다. 대게의 배를 못 누르게 하면 다른 가게 가면 된다. 어디든 양심적인 가게가 있게 마련이다.
대게 산지에 대한 불만이 또 하나 있다. 대게 산지이면서 대게 요리라고 내는 것이 찜과 탕밖에 없다는 것이다. 거의가 찜으로 먹는데살을 발라 먹고 나면 ‘후식’으로 몸통의 장에 밥을 비비는 것이 전부다. 이 단순한 요리로도 대게는 충분히 맛있는 것이 맞다. 그러나 이 맛있는 음식재료로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내면 소비자의 반응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지금과 같은 영덕대게니 울진대게니 하는 ‘산지의 증명’에 관한 다툼에 소비자들은 별 관심이 없다. 그러나 맛있는 대게 요리가 있는 산지이면 소비자 반응은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