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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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은퇴설계 6가지 비법

50대는 인생 2막 터닝 포인트…돈관리·시간관리 첫 단추 잘 꿰야

  • 김동엽 미래에셋 자산운용 은퇴교육센터장 lovekkh@naver.com

    입력2011-02-14 11: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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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춤형 은퇴설계 6가지 비법

    은퇴 후 커피 전문가가 된 실버 바리스타들.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 50대를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이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50대에는 ‘정년’을 기점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먼저 소득이 준다. 퇴직 후 새로운 직장을 갖는다 해도 전성기만큼 소득이 많지 않다. 당연히 씀씀이도 줄여야 하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다. 오히려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돈 쓸 시간이 늘어 지출이 증가하기도 한다. 여가시간도 늘어난다. 평생 일했으니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는 것도 좋지만,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시간을 누구와 무엇을 하면서 보낼 것인지 고민되게 마련. 따라서 성공적인 은퇴 준비란 ‘돈관리’와 ‘시간관리’ 모두를 잘하는 것을 말한다. 이 두 가지 관점에서 50대에 필요한 은퇴 준비를 살펴보자.

    01 체면을 버리고 재취업형 인재로 거듭나라!

    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 퇴직연령은 54세다. 평균수명이 80세인 점을 고려하면, 퇴직 후 30년 가까운 세월이 남아 있는 셈. 직장인이 현역 시절 아무리 노후 준비에 매진한다 해도 30년 세월을 놀고먹을 만큼 충분한 돈을 준비하기란 쉽지 않다. 최선의 방법은 평생 일을 하면서 ‘현역’으로 사는 것이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이제 라이프 사이클에 대한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과거엔 ‘공부-취업-은퇴’라는 라이프 사이클이 유효했다면, 지금은 ‘공부-취업-공부-재취업’으로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노후에 일자리는 아무나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재취업에 성공하려면 다음 3가지를 버려야 한다. 먼저 ‘이 정도 임금은 받아야지’ ‘정규직이 돼야지’ 하는 미련을 버려야 한다. 정년 후 보수가 높은 정규직 일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2010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0세 이상 근로자의 평균 급여는 전체 임금근로자 급여의 80.2% 정도 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보다 10년 먼저 베이비부머가 은퇴하기 시작한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은퇴자협회(AARP)가 1992년부터 50대를 대상으로 14년간 조사한 결과, 은퇴 이후 직장을 구한 사람의 27%만이 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내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하는 체면을 버려야 한다. 대부분 퇴직자가 주위 시선이나 평판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도 선뜻 문을 두드리지 못한다. 은퇴 후 새로이 갖는 일자리에서는 젊은 상사와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체면만 따지면 어떤 상사가 좋아하겠는가.



    마지막으로 ‘전에 다니던 직장은 이랬는데’ 하는 향수를 버려야 한다. 전 직장을 동경하는 사원을 달가워하는 고용주는 많지 않다는 점을 명심하자.

    맞춤형 은퇴설계 6가지 비법
    02 부채의 습격에 대비하라!

    50대는 자산도 많지만 부채도 가장 많은 시기다. 통계청의 2010년 가계 금융자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당 평균 자산(3억5848만 원)과 평균 부채(8806만 원) 모두 50대에 정점을 이루고 60대부터 줄어든다. 은퇴를 앞두고 자산을 처분해 부채를 줄이는 자산 구조조정을 50대에 진행해야 한다. 문제는 부채 대부분이 거주 주택이나 보유 부동산을 담보로 해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거나 금리가 상승할 때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담보대출은 대부분 3년 미만의 단기 대출로 만기에 원금을 일시 상환하는 구조로 돼 있다. 만기 일시상환 방식은 중도에 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이자만 내면 된다. 게다가 만기가 되면 다시 대출을 연장하거나 다른 대출로 갈아타면 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상환할 수 있는 능력보다 많은 돈을 대출받는다. 집값이 계속 상승할 때는 별문제가 되지 않지만, 만기 때 집값이 떨어져 담보가 부족해지면 부채 중 일부를 갚아야만 대출을 연장할 수 있다.

    장기 대출을 받았다고 해도, 대부분 변동금리로 돼 있는 것도 문제다. 변동금리 대출은 지금과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유리하지만, 금리가 상승할 때 그 부담을 대출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대부분 변동금리 대출이 고정금리 대출보다 이자율이 낮아 대출을 받는 입장에서 선호한다. 하지만 낮은 금리는 금리 상승에 따른 위험부담을 대출자가 지는 대가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대차대조표 갭’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집값은 하락하는데, 집을 담보로 대출받은 부채는 줄어들지 않아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지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 됐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도, 집값이 오를 것만 믿고 상환 능력도 없으면서 대출을 받았던 게 원인이다. 거품이 꺼지면서 집값보다 대출금액이 커지자 문제가 불거진 것.

    우리나라도 최근 경기가 회복되면서 금리 상승 압력이 거세다. 게다가 낮은 출산율로 2018년부터 인구가 감소하고 2024년부터는 주택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은퇴를 앞둔 50대 가계에 결코 좋은 소식이라고 할 수 없다. 집값이 떨어진다고 부채까지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자.

    03 사지 말고, 빌려 쓰자!

    요즘 일본에서는 물건을 사지 않고 빌려 쓰는 소비 행태가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악기업체 ‘야마하’는 40대 이상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피아노 대여사업을 하는데, 인기가 좋다고 한다. 저출산으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피아노 판매가 줄어들면서 위기를 맞은 야마하는 중장년층을 주목했다. 일본 전역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음악교실을 열어 성인 회원을 확보하고 이들에게 악기를 대여하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미국에서는 자동차 공유 서비스가 인기다. 기존 렌터카 서비스가 여행이나 출장에 초점을 맞춰 공항이나 역 주변에서 이뤄졌다면, 자동차 공유 서비스는 도심이나 주택가에서 자동차를 빌려 쓰는 서비스다. 일단 회원으로 등록하면 필요할 때마다 업체가 보유한 자동차나 이웃에 있는 다른 회원의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다. 회원이 되려면 가입비(25달러)와 연회비(60달러)를 내야 하지만, 차를 빌리는 데는 보험료와 기름값을 포함해 시간당 7달러 정도로 저렴한 편.

    일본과 미국에서 이런 사업이 성공할 수 있는 배경은 소비자들이 소유의 만족감보다 이용의 편리함을 택하기 때문이다. 구입 비용과 빌려 쓰는 비용을 꼼꼼히 비교한 다음 사서 쓸 것인지, 빌려 쓸 것인지를 결정한다. 즉 현명한 소비를 하려면 물건을 구입하기 전, 사서 쓰는 게 좋은지 빌려 쓰는 게 좋은지 꼼꼼히 점검해봐야 한다. 소유의 만족감을 누리기 위해 사서 쓰는 게 좋을 때도 있지만, 한 번에 목돈을 지출하기보다 빌려 쓰면서 실속을 차리는 게 좋을 때도 있다. 필요한 물건이긴 하지만 구입한 다음 가치 하락이 큰 물건이라면 사는 것보다 빌려 쓰는 게 좋다.

    04 생활비·의료비는 별도 준비하라!

    맞춤형 은퇴설계 6가지 비법
    ‘구구팔팔이삼사(9988234)’라는 말이 요즘 유행이다.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고 이틀(2)만 앓다 사흘(3)째 죽는다(4·死)는 말에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다가 생을 마감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실제 일본 다이이치(第一)생명 경제연구소가 2007년 일본의 40~70대 남녀 735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도, 조사 대상자의 75.9%가 ‘어느 날 갑자기 심장병으로 죽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71세로 평균수명 80세보다 9살이나 어리다. 아프면서 살아야 하는 기간이 9년 가까이 된다는 말. 따라서 노후자금을 준비할 때는 생활비와 함께 의료비도 준비해야 한다.

    의료비는 언제 병이 생길지 모르는 데다 얼마만큼의 돈이 들어갈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저축이나 투자보다는 보험으로 준비해두는 게 좋다. 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은 크게 통원과 입원에 따른 병원비를 실비 보상해주는 ‘실손 보상 의료비 보험’과 질병이나 상해를 당했을 때 목돈을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정액 보상 보험’ 두 가지가 있다. 병원 비용은 실손 의료비 보험으로 준비하고, 환자를 위한 주거환경 개선이나 간병 비용 등은 정액보험으로 준비하는 게 좋다.

    보험으로 건강자산을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꾸준한 운동으로 병에 걸리지 않도록 체력을 길러두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은 하루를 짧게 하지만, 인생을 길게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05 남편들이여, 가정형 인간으로 거듭나라!

    정년퇴직을 기점으로 가정에서 남편과 아내의 위상에 미묘한 변화가 생긴다. 우선 남편이 직장을 나가지 않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가는 데 반해 아내는 외출이 잦아지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 자식들이 성장하면서 엄마로서 해야 할 일이 줄어든 아내는 나이가 들수록 자유로워진 시간과 경제적 여유를 즐기면서 활발하게 외출하며 다양한 친구를 사귄다. 반면 남편은 퇴직하면서 직장생활에서 사귀었던 선후배 및 친구들과 소원해져 집에 틀어박혀 고독함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정년 후 부부간 싸움의 도화선은 ‘점심’이다. 외출한 아내가 남편의 점심을 챙겨주려 돌아와야 할 때 아내는 ‘이제 직장도 나가지 않는데, 점심 정도는 혼자 해결할 수 있지 않느냐’고 생각한다. 하지만 평소 집안일에 관심이 없던 남편은 점심을 차리려 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그래서 은퇴한 남편은 대개 아내가 외출할 때마다 행선지와 목적지를 묻는다. 지금 어디에 가고 몇 시에 돌아오는지 꼬치꼬치 묻는 이유는, 아내가 외출하고 집을 비우면 끼니는 물론 차 한잔 마시는 것까지 서투르기 때문. 일본에선 이런 증상을 가진 남편을 ‘와시모족(わしも族)’이라 부른다. 한국말로는 ‘여보 나도’족인데, 아내가 무엇을 할 때마다 남편이 “여보, 나도” 하며 안달을 내고 아내와 같이하려 하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하지만 정년 전까지 무심하던 남편이 갑자기 살갑게 굴면 아내 처지에서도 어색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년 4~5년 전부터 아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많이 만들면서 대화를 나누고 같이 행동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아내가 외출하거나 여행 가서 집에 혼자 남더라도 곤란하지 않게 점심 정도는 스스로 챙겨먹는 습관을 들인다. 자질구레한 물건도 어디에 넣어두었는지 확실히 기억함으로써, 되도록 아내를 귀찮게 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훈련을 해야 한다. 50대가 되면 회사형 인간에서 가정형 인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결국 정년 후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할 사람이 아내라는 점을 명심하자.

    06 금융투자 IQ를 높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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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을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이라고 해서 이해하기 쉬울까. 이건 오해다. 일본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지금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매월 분배형 펀드다. 매월 분배형 펀드란 목돈을 맡긴 다음 다달이 수익금과 원금의 일부를 배당으로 받아 가는 펀드로, 일명 ‘용돈 펀드’라 한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목돈을 만드는 적립식 펀드보다, 이미 마련된 목돈을 인출해 생활비로 쓰는 펀드가 유행하고 있다. 일본 내 저성장과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분배형 펀드는 대부분 국내가 아닌 해외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 수익을 얻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선진국 국채에 투자해서 수익을 얻었지만, 최근에는 좀 더 많은 분배금을 지급하기 위해 고위험 채권, 신흥국 채권, 고배당 주식, 리츠 등에 투자한다.

    일본 재테크 전문잡지 ‘니케이마네지(日經マネ)’가 최고의 펀드로 꼽은 ‘노무라 미국 하이일드 채권 브라질 헤알화 펀드’는 일본 엔화를 브라질 헤알화로 바꾼 다음 미국의 투기 등급인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매달 투자자에게 배당한다. 언뜻 복잡해 보이는 이 펀드가 일본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우리나라도 지금처럼 저금리가 지속되면 은퇴자들이 위험자산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과거엔 노후자금은 안전해야 하기 때문에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한다는 건 금기로 여겼지만, 평균수명과 함께 노후생활 기간이 늘어나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예금과 같은 안전자산에만 투자해서는 30년 가까운 은퇴기간을 버틸 수 없기 때문. 투자로 원금을 손해 보는 것도 위험하지만,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다 노후자금이 부족해지는 것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따라서 은퇴 후 자산관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퇴직 전에 금융투자 IQ를 높여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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