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4

..

퇴직연금 문맹 탈출기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입력2011-02-11 16:53: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아빠, 내가 나중에 돈 벌면 매달 200만 원씩 용돈 줄게. 나만 믿어!”

    학창시절 아버지에게서 용돈을 받을 때 종종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버지에게 고맙다 하기 왠지 머쓱해서 한 말이었지만, 저는 돈을 벌면 은퇴한 부모님에게 정말 그렇게 용돈을 드릴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입사 2년 차, 명절에 어머니에게 30만 원 드릴 때도 땀이 삐질삐질 났습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아빠, 혹시 모아놓은 돈 없어요? 국민연금은 당연히 가입해두셨죠?”

    ‘주간동아’ 774호 ‘묻지마, 퇴직연금 몰아주기?’ 기사를 준비하면서 새삼 깨달았습니다. 20대인 기자에게도 퇴직은 달나라 여행이나 해저도시처럼 상상 속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요. 퇴직은 지금 우리 부모님 세대의, 그리고 40년 후 제가 마주할 ‘현실’입니다. 젊음을 과신하지 말고 사회 초년생 때부터 퇴직 이후를 떠받드는 3개의 기둥, 즉 국민연금, 개인연금, 퇴직연금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았다간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자녀, 우리 사회에 부담이 되니까요. 가장 끔찍한 것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지는 못할망정 돈 때문에 곤란해지는 상황입니다. 아휴, 생각만 해도 짜증이 나네요.

    퇴직연금 문맹 탈출기
    퇴직연금 문맹이었던 기자는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 ‘사이비 퇴직연금 컨설턴트’로 통합니다. 전 친구들에게 무조건 퇴직연금 확정기여(DC)형을 추천합니다. 물론 임금상승률이 높은 입사 초기에는 확정급여(DB)형을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DC형에 가입해 직접 투자를 해봐야 경제에 관심이 생기고 그러면 다른 재테크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젊은 시절 원금 손실 좀 보면 어떤가요, 그보다 소중한 경험을 얻는데. 게다가 10년 넘게 장기로 투자하면 손실 가능성이 거의 제로라고 합니다. 미리미리 준비한 3개의 기둥이 용돈 200만 원씩 주는 효녀보다 낫지 않을까요?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