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아버지에게서 용돈을 받을 때 종종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버지에게 고맙다 하기 왠지 머쓱해서 한 말이었지만, 저는 돈을 벌면 은퇴한 부모님에게 정말 그렇게 용돈을 드릴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입사 2년 차, 명절에 어머니에게 30만 원 드릴 때도 땀이 삐질삐질 났습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아빠, 혹시 모아놓은 돈 없어요? 국민연금은 당연히 가입해두셨죠?”
‘주간동아’ 774호 ‘묻지마, 퇴직연금 몰아주기?’ 기사를 준비하면서 새삼 깨달았습니다. 20대인 기자에게도 퇴직은 달나라 여행이나 해저도시처럼 상상 속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요. 퇴직은 지금 우리 부모님 세대의, 그리고 40년 후 제가 마주할 ‘현실’입니다. 젊음을 과신하지 말고 사회 초년생 때부터 퇴직 이후를 떠받드는 3개의 기둥, 즉 국민연금, 개인연금, 퇴직연금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았다간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자녀, 우리 사회에 부담이 되니까요. 가장 끔찍한 것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지는 못할망정 돈 때문에 곤란해지는 상황입니다. 아휴, 생각만 해도 짜증이 나네요.
![퇴직연금 문맹 탈출기](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11/02/11/201102110500006_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