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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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찬이 남긴 여운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입력2011-02-11 1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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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일자로 단행된 검찰 고검장급 간부 인사를 두고 검찰 안팎이 시끄럽습니다. 2009년 8월 고검장 인사가 있은 후 1년 6개월 만의 이동이어서, 시간상으로 본다면 “때가 됐지”라고 무심코 넘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여러 말이 나도는 건 앞으로 남은 시간 때문이 아닐까요. 검찰총장의 임기가 6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바로 밑 기수들의 ‘이동’은 단순하게 볼 수 없겠죠.

    검찰은 이번 인사의 배경에 대해 느슨해진 분위기를 쇄신하는 차원이었다고 말합니다. 여론에서 뜨악한 반응을 보이자 차기 후보를 위한 경력관리 차원이라는 설을 일축하고 검찰 조직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려는 조치라고 애써 부연 설명까지 했죠.

    그러나 이 말 역시 현직 검사들도 믿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검찰 브리핑이 무색하게도 고검장 인사가 발표된 후 차기 후보설이 쑥 들어가기는커녕 그럴듯한 스토리가 쏟아져 나오네요.

    평소 친분이 있는 한 부장 검사의 인사평은 이렇습니다.

    “차기 총장은 정말 ‘하늘’이 점찍는 사림일 걸세. 그래서 이번 인사는 총장 인사 전에 숨 고르라고 내리는 최후의 만찬이 아닐까 싶어. 그러나 그중엔 숨을 가쁘게 고르는 사람이 있겠고, 편하게 한숨을 고르는 사람도 있겠지. 허허.”



    이번 인사에서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이 고향인 대구고검장으로 이동했고, 박용석 법무연수원장이 대검 차장으로 옮겼습니다. 또 한상대 서울고검장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조근호 부산고검장은 법무연수원장으로, 차동민 대검 차장은 서울고검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박용석 차장이 일단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는 얘기가 있지만 다른 고검장급 인사들도 만만치 않은 경쟁자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A 고검장은 김준규 총장이 직접 챙겨줘 다음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또 다른 고검장은 원하는 자리에 가지 못했다는 후문도 들립니다. 검찰 내에서 ‘진짜 총장감’이라는 평가를 얻는 B 고검장은 ‘정중동’ 자세를 잃지 않고 있다 하네요. 앞서 부장검사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누가 될까요. 현 정부 마지막 총장이라면 딱 봐도 예정돼 있는 거 아닙니까?”

    최후의 만찬이 남긴 여운
    “허허, 최후의 만찬을 레오나르도 다빈치만 그린 게 아니잖나? 각도에 따라 아주 다르게 그려질 수 있네.”

    검찰의 기대와는 달리 고검장급 인사 이후 오히려 차기 총장감을 둘러싼 뒷말이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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