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슬픔을 딛고 일어나 열정적으로 활동한다. 회사 일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며 외로움을 이긴다. 남편을 여읜 재계 오너 부인이 그들이다. 현정은(53) 현대그룹 회장, 양귀애(61) 대한전선 명예회장, 최은영(46) 한진해운 회장, 이어룡(55) 대신증권 회장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갖고 있으며 때로 강력한 뚝심을 발휘하기도 한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60m 높이에서 하이닉스 내려다보며 탈환 다짐, ‘서번트 리더십’ 적절히 구사
현정은 회장은 재계에서 오너 경영인으로 자리를 굳혔다. 2003년 8월 갑자기 타계한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을 이끄는 현 회장은 이제 ‘정몽헌 회장의 미망인’이나 ‘왕회장(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며느리’보다 현 직함이 더 어울린다.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을 비롯해 현대아산,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 현대택배, 현대경제연구원 등 6개 계열사를 거느렸다.
북한 관광사업을 맡는 현대아산은 늘 언론의 눈길을 끄는 기업이다. 현대아산의 사업 추진과 관련해 현 회장도 매스컴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현 회장은 2005년 7월, 지난해 11월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났다. 지난해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는 개성관광, 백두산관광, 비로봉관광 사업에 관해 논의했다. 개성관광 사업은 지난해 12월5일 시작돼 매일 관광객 300명씩 버스로 당일 여행을 다녀오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 회장의 움직임을 가만히 살펴보면 그의 곁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보좌하는 젊은 여성이 눈에 띈다. 맏딸 정지이(31) 현대U·I 전무다. 정 전무는 현 회장이 김 위원장을 만날 때도 배석했다. 지난해 면담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 회장은 “김 위원장이 우리 딸에 대해 많이 물어봤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나온 정 전무는 총명한 두뇌에 차분한 성격을 지녀 차세대 경영인 재목으로 꼽힌다. 현 회장은 2003년 10월 취임 이후 해마다 3월이면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에 있는 현대엘리베이터 공장을 찾는다. 그곳엔 엘리베이터 성능을 시험하는 높이 60m의 탑이 있다. 꼭대기에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머리가 아찔해지는 높이다. 현 회장은 여기에 올라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하이닉스반도체 공장을 조망한다. 1983년 남편 정몽헌 회장이 세운 하이닉스는 현대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채권단에 넘어갔지만 언젠가 되찾아야 할 회사로 가슴에 다가온다. 채권단은 하이닉스를 인수·합병(M·A) 매물로 내놓고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2010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해 재계 10위권 안에 들겠다”는 야심 찬 비전을 밝힌 바 있는 현 회장은 곧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여야 한다. 하이닉스뿐 아니라 현대그룹의 모기업인 현대건설도 M·A 매물로 나올 것이므로 이 가운데 한 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이 인수전에는 ‘현대가(家)’의 자존심이 걸려 있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왕회장’의 막내동생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몽(夢)’자 돌림 조카들을 동원해 현 회장을 견제하고 있다. 인수전에서 성공하면 현 회장은 현대가의 적통(嫡統)을 차지하는 셈이다. 실패하면 리더십에 금이 갈 것으로 우려된다.
현 회장은 전 계열사 여직원 1500명에게 여성계 주요 인사들의 생활철학이 담긴 다이어리를 선물하는가 하면 임직원의 수험생 자녀에게 격려 e메일과 함께 목도리를 선물로 주기도 했다. 감성경영의 한 단면이다.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나와 미국 페어리 디킨스대학에서 인간개발 분야를 전공한 학력의 소유자답게 ‘서번트 리더십’을 적절히 구사하는 경영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양귀애 대한전선 명예회장] “예술 사랑한 남편 유지 받들어 한국 문화발전 지원 확대”
2월14~16일 전북 무주리조트 뮤직홀에서는 격조 높은 음악회가 열렸다. 엘가, 하이든, 모차르트 음악이 울려퍼졌다. 금난새 씨가 지휘하는 유라시안 필하모니가 체코의 탈리히 현악 4중주단과 앙상블을 이뤄 제2회 무주뮤직페스티벌을 진행했다. 이 행사는 양귀애 대한전선 명예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설원량문화재단 주최로 열렸다. 서울대 음대 졸업생인 양 명예회장은 “무주에서 수준 높은 연주회를 개최함으로써 문화예술의 저변 확대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음악과 미술에 대한 지원을 늘려갈 것”이라 밝혔다.
양 명예회장은 2004년 설원량 대한전선 회장이 타계하자 회사 고문으로 나섰다. 경기고와 서울대 상대를 나온 고인은 명석한 두뇌로 경영에 몰두했지만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따스한 가슴도 지닌 인물이었다. 이런 남편의 유지(遺志)를 받들기 위해 2005년 문화재단을 설립했다. 그 후 명예회장으로 후선으로 물러나면서 요즘엔 문화재단 업무에 주력한다.
양 명예회장의 시아버지는 대한전선 대한방직 대한제당 등을 창업한 재계의 거물 설경동 회장이다. 설원량 회장은 창업자의 3남이다. 창업자의 아호인 ‘인송’을 따서 설립한 인송문화재단의 이사장직도 양 명예회장이 맡고 있다. 인송문화재단은 주로 장학사업을 벌인다. 양 명예회장도 경영자 가문에서 태어났다. 친정아버지는 양태진 국제그룹 창업자, 오빠는 양정모 국제그룹 전 회장이다. 양 명예회장의 장남 설윤석(27) 씨는 대한전선에서 실무자급으로 근무하며 경영자 수업을 받고 있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형제간 분쟁 등엔 미소 작전, 경영인 돕는 대모 역할에 충실
2월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진해운 본사에서 최은영 회장이 기자들과 처음으로 간담회를 가졌다. 2006년 11월 작고한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에게서 바통을 이어받아 지난해 3월 부회장 자리에 앉은 그는 올 1월 회장으로 등극했다. 그동안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며 내공을 다져왔는데 이젠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진 듯하다.
그는 한진해운을 직접 경영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대모(Godmother) 역할에 충실할 뿐 전문경영인 자리는 맡지 않을 것”이라면서 “1년간 공부했지만 아직 ‘해운을 안다’고 자신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겸손해했다. “거스 히딩크 같은 명감독에게 전권을 위임할 때 한국 축구가 잘됐듯 한진해운도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이 잘 이끌어가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거의 모든 질문에 거침없이 답변해 “오너답다”라는 인상을 주었다. 다시 불거진 ‘한진가(家)’ 형제간 분쟁 등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엔 ‘미소 작전’으로 피해나갔다. 그러나 한진해운의 경영권에 관해서는 단호한 어조로 대답했다. “한진해운은 아주버님(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아닌 아버님(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자)이 셋째 아들(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에게 물려준 회사”라면서 “아주버님도 ‘나는 배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 내 지분을 빨리 사가라’고 말할 정도로 한진해운 경영권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간담회가 열린 날은 밸런타인데이였다. 최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초콜릿을 직접 나눠줘 눈길을 끌었다. 사내 와인동호회 회원인 그는 한 달에 한 번 직원들과 와인을 마시며 자유롭게 대화를 나눈다. 요리 만들기를 즐겨 사내 웹진에 요리 비법을 공개하기도 한다.
최 회장의 친정어머니 신정숙(71) 여사는 신격호(86) 롯데그룹 회장의 넷째 여동생이다. 이런 인연으로 일본에 친지가 많다. 최 회장의 장녀 조유경(22) 씨와 차녀 조유홍(20) 씨는 일본에 유학 중이다. 최 회장의 친정아버지 최현열(74) 전 NK그룹 회장도 경영인으로 활동했으니 경영인 유전자를 물려받았을 듯하다.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 대외적으론 조용한 성격, 때로는 과감한 결단력 발휘
증권가에서는 이어룡 회장을 ‘대단한 인물’로 여긴다. 여성 특유의 유연함은 물론 때로는 과감한 결단력을 보이기 때문이다. 2004년 유명을 달리한 남편 양회문 전 대신증권 회장의 뒤를 이어 회장으로 취임한 뒤 임직원 월급을 10% 올리는 배포를 보였다. 취임 직후 전국 영업점 110개를 순회하며 근무환경을 살폈다. 열악한 시설은 곧 개선했다. “항상 직원을 사랑하라”고 강조한 시아버지 양재봉 대신증권 명예회장의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이 회장은 일상적인 경영업무는 시누이 남편인 노정남(56) 사장에게 맡겼다. 노 사장은 창업자 양 명예회장의 둘째 사위로 금융업계 30년 경력의 전문경영인이다. 이 회장은 회사의 중장기 전략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며 임직원들의 사기를 북돋는 역할을 맡는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장남 양홍석(27) 대신증권 전무에게서 업무보고를 받으며 아들이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큰 낙이다. 대신증권 홍보담당 조경순 이사는 “이 회장은 대외적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안으로 조용히 다스리는 분”이라 말했다.
충북 괴산에서 한학자의 딸로 태어나 상명여자사범대를 나온 이 회장은 현정은 회장과 친한 편이다. 서울과학종합대학 최고경영자 과정에 함께 다닐 때 수업시간이면 나란히 앉곤 했다. 최은영 회장과도 자주 만나 경영이나 자녀교육 문제 등에 대해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다. 이들은 조선시대의 어느 무명씨 상아(孀娥·홀어미)가 지은 다음과 같은 시조에 공감할 만큼 한가하지는 않은 듯하다.
‘여자의 일생처럼 설운 건 없으오리/ 임 예니 이 시름이 다시금 외로울제/ 버들엔 꾀꼬리 울고 봄도 짙어가더라’(백화당 주인, 홀어미의 탄식)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60m 높이에서 하이닉스 내려다보며 탈환 다짐, ‘서번트 리더십’ 적절히 구사
현정은 회장은 재계에서 오너 경영인으로 자리를 굳혔다. 2003년 8월 갑자기 타계한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을 이끄는 현 회장은 이제 ‘정몽헌 회장의 미망인’이나 ‘왕회장(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의 며느리’보다 현 직함이 더 어울린다.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을 비롯해 현대아산,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 현대택배, 현대경제연구원 등 6개 계열사를 거느렸다.
북한 관광사업을 맡는 현대아산은 늘 언론의 눈길을 끄는 기업이다. 현대아산의 사업 추진과 관련해 현 회장도 매스컴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현 회장은 2005년 7월, 지난해 11월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났다. 지난해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는 개성관광, 백두산관광, 비로봉관광 사업에 관해 논의했다. 개성관광 사업은 지난해 12월5일 시작돼 매일 관광객 300명씩 버스로 당일 여행을 다녀오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 회장의 움직임을 가만히 살펴보면 그의 곁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보좌하는 젊은 여성이 눈에 띈다. 맏딸 정지이(31) 현대U·I 전무다. 정 전무는 현 회장이 김 위원장을 만날 때도 배석했다. 지난해 면담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 회장은 “김 위원장이 우리 딸에 대해 많이 물어봤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나온 정 전무는 총명한 두뇌에 차분한 성격을 지녀 차세대 경영인 재목으로 꼽힌다. 현 회장은 2003년 10월 취임 이후 해마다 3월이면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에 있는 현대엘리베이터 공장을 찾는다. 그곳엔 엘리베이터 성능을 시험하는 높이 60m의 탑이 있다. 꼭대기에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머리가 아찔해지는 높이다. 현 회장은 여기에 올라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하이닉스반도체 공장을 조망한다. 1983년 남편 정몽헌 회장이 세운 하이닉스는 현대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채권단에 넘어갔지만 언젠가 되찾아야 할 회사로 가슴에 다가온다. 채권단은 하이닉스를 인수·합병(M·A) 매물로 내놓고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2010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해 재계 10위권 안에 들겠다”는 야심 찬 비전을 밝힌 바 있는 현 회장은 곧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여야 한다. 하이닉스뿐 아니라 현대그룹의 모기업인 현대건설도 M·A 매물로 나올 것이므로 이 가운데 한 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이 인수전에는 ‘현대가(家)’의 자존심이 걸려 있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왕회장’의 막내동생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몽(夢)’자 돌림 조카들을 동원해 현 회장을 견제하고 있다. 인수전에서 성공하면 현 회장은 현대가의 적통(嫡統)을 차지하는 셈이다. 실패하면 리더십에 금이 갈 것으로 우려된다.
현 회장은 전 계열사 여직원 1500명에게 여성계 주요 인사들의 생활철학이 담긴 다이어리를 선물하는가 하면 임직원의 수험생 자녀에게 격려 e메일과 함께 목도리를 선물로 주기도 했다. 감성경영의 한 단면이다.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나와 미국 페어리 디킨스대학에서 인간개발 분야를 전공한 학력의 소유자답게 ‘서번트 리더십’을 적절히 구사하는 경영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양귀애 대한전선 명예회장] “예술 사랑한 남편 유지 받들어 한국 문화발전 지원 확대”
2월14~16일 전북 무주리조트 뮤직홀에서는 격조 높은 음악회가 열렸다. 엘가, 하이든, 모차르트 음악이 울려퍼졌다. 금난새 씨가 지휘하는 유라시안 필하모니가 체코의 탈리히 현악 4중주단과 앙상블을 이뤄 제2회 무주뮤직페스티벌을 진행했다. 이 행사는 양귀애 대한전선 명예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설원량문화재단 주최로 열렸다. 서울대 음대 졸업생인 양 명예회장은 “무주에서 수준 높은 연주회를 개최함으로써 문화예술의 저변 확대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음악과 미술에 대한 지원을 늘려갈 것”이라 밝혔다.
양 명예회장은 2004년 설원량 대한전선 회장이 타계하자 회사 고문으로 나섰다. 경기고와 서울대 상대를 나온 고인은 명석한 두뇌로 경영에 몰두했지만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따스한 가슴도 지닌 인물이었다. 이런 남편의 유지(遺志)를 받들기 위해 2005년 문화재단을 설립했다. 그 후 명예회장으로 후선으로 물러나면서 요즘엔 문화재단 업무에 주력한다.
양 명예회장의 시아버지는 대한전선 대한방직 대한제당 등을 창업한 재계의 거물 설경동 회장이다. 설원량 회장은 창업자의 3남이다. 창업자의 아호인 ‘인송’을 따서 설립한 인송문화재단의 이사장직도 양 명예회장이 맡고 있다. 인송문화재단은 주로 장학사업을 벌인다. 양 명예회장도 경영자 가문에서 태어났다. 친정아버지는 양태진 국제그룹 창업자, 오빠는 양정모 국제그룹 전 회장이다. 양 명예회장의 장남 설윤석(27) 씨는 대한전선에서 실무자급으로 근무하며 경영자 수업을 받고 있다.
2월14일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에서 최은영 회장(왼쪽에서 다섯 번째)이 기자들과 첫 간담회를 가졌다.
2월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진해운 본사에서 최은영 회장이 기자들과 처음으로 간담회를 가졌다. 2006년 11월 작고한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에게서 바통을 이어받아 지난해 3월 부회장 자리에 앉은 그는 올 1월 회장으로 등극했다. 그동안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며 내공을 다져왔는데 이젠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진 듯하다.
그는 한진해운을 직접 경영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대모(Godmother) 역할에 충실할 뿐 전문경영인 자리는 맡지 않을 것”이라면서 “1년간 공부했지만 아직 ‘해운을 안다’고 자신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겸손해했다. “거스 히딩크 같은 명감독에게 전권을 위임할 때 한국 축구가 잘됐듯 한진해운도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이 잘 이끌어가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거의 모든 질문에 거침없이 답변해 “오너답다”라는 인상을 주었다. 다시 불거진 ‘한진가(家)’ 형제간 분쟁 등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엔 ‘미소 작전’으로 피해나갔다. 그러나 한진해운의 경영권에 관해서는 단호한 어조로 대답했다. “한진해운은 아주버님(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아닌 아버님(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자)이 셋째 아들(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에게 물려준 회사”라면서 “아주버님도 ‘나는 배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 내 지분을 빨리 사가라’고 말할 정도로 한진해운 경영권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간담회가 열린 날은 밸런타인데이였다. 최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초콜릿을 직접 나눠줘 눈길을 끌었다. 사내 와인동호회 회원인 그는 한 달에 한 번 직원들과 와인을 마시며 자유롭게 대화를 나눈다. 요리 만들기를 즐겨 사내 웹진에 요리 비법을 공개하기도 한다.
최 회장의 친정어머니 신정숙(71) 여사는 신격호(86) 롯데그룹 회장의 넷째 여동생이다. 이런 인연으로 일본에 친지가 많다. 최 회장의 장녀 조유경(22) 씨와 차녀 조유홍(20) 씨는 일본에 유학 중이다. 최 회장의 친정아버지 최현열(74) 전 NK그룹 회장도 경영인으로 활동했으니 경영인 유전자를 물려받았을 듯하다.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 대외적으론 조용한 성격, 때로는 과감한 결단력 발휘
증권가에서는 이어룡 회장을 ‘대단한 인물’로 여긴다. 여성 특유의 유연함은 물론 때로는 과감한 결단력을 보이기 때문이다. 2004년 유명을 달리한 남편 양회문 전 대신증권 회장의 뒤를 이어 회장으로 취임한 뒤 임직원 월급을 10% 올리는 배포를 보였다. 취임 직후 전국 영업점 110개를 순회하며 근무환경을 살폈다. 열악한 시설은 곧 개선했다. “항상 직원을 사랑하라”고 강조한 시아버지 양재봉 대신증권 명예회장의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이 회장은 일상적인 경영업무는 시누이 남편인 노정남(56) 사장에게 맡겼다. 노 사장은 창업자 양 명예회장의 둘째 사위로 금융업계 30년 경력의 전문경영인이다. 이 회장은 회사의 중장기 전략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며 임직원들의 사기를 북돋는 역할을 맡는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장남 양홍석(27) 대신증권 전무에게서 업무보고를 받으며 아들이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큰 낙이다. 대신증권 홍보담당 조경순 이사는 “이 회장은 대외적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안으로 조용히 다스리는 분”이라 말했다.
충북 괴산에서 한학자의 딸로 태어나 상명여자사범대를 나온 이 회장은 현정은 회장과 친한 편이다. 서울과학종합대학 최고경영자 과정에 함께 다닐 때 수업시간이면 나란히 앉곤 했다. 최은영 회장과도 자주 만나 경영이나 자녀교육 문제 등에 대해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다. 이들은 조선시대의 어느 무명씨 상아(孀娥·홀어미)가 지은 다음과 같은 시조에 공감할 만큼 한가하지는 않은 듯하다.
‘여자의 일생처럼 설운 건 없으오리/ 임 예니 이 시름이 다시금 외로울제/ 버들엔 꾀꼬리 울고 봄도 짙어가더라’(백화당 주인, 홀어미의 탄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