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올마이티’
성녀 테레사 수녀조차 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고 볼 수 있는 증거가 나왔다. 고해 신부에게 보낸 편지에서 테레사 수녀는 신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는 고통을 호소했다고 한다.
‘신앙은 잘못된 믿음이 주는 환각이다.’
세계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는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이라는 책은 신앙에 대한 통렬한 기소장과도 같다.
신의 존재에 대한 신학 논쟁을 벌이려는 건 아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하느님이 있다고 해도 이 세상의 그 많은 하소연과 바람을 다 들어주기에는 벅찰 듯하다는 것이다.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는 신의 권능을 갖게 된 방송국 기상 캐스터의 좌충우돌 ‘신 체험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것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다.
“신은 전 세계 사람들의 기도를 일일이 들어주실 만큼 한가하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의 기도를 빠뜨릴 여지가 충분히 있다.”
오늘날의 인간사회에서 제기되는 문제들로 인해 신이 처리할 ‘업무’는 아무리 전지전능하더라도 감당하기 벅찰 지경인지 모른다. 조지프 콘래드의 소설을 영화화한 ‘로드 짐’. 동양의 어느 이름 없는 마을로 흘러 들어가게 된 주인공 짐은 그곳 원주민들이 제각각 다른 신에게 기도를 드리는 것을 본다. 원주민 여자가 짐에게 어떤 신을 믿냐고 묻자 그는 “우리에겐 오직 하나의 신만이 있다”고 대답한다.
여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그래? 그렇다면 당신의 신은 엄청나게 바쁘겠군.”
바쁜 정도가 아니라 지상의 인간에게서 직무태만으로 고소를 당할 정도다.
여기서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신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는지 한번 눈여겨보자. 영화에서 신은 거지로, 청소부의 모습으로 나온다. 이렇듯 신은 우리 주변의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사람, 낮은 데로 임하는 존재이기도 하다(아니, 그래야 하지 않을까). 그런 신이라면 설령 ‘만들어진 신’이라도 필요한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