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흐는 그 이름이 시냇물(Bach)인데 그의 음악은 바다(Meer)와 같이 망망하다.”
베토벤은 바흐의 위대함을 이렇게 말했다. 시냇물처럼 영롱하면서도 바다처럼 심오한 ‘음악의 아버지’ 바흐 음악의 양면성을 잘 대변해주는 대목이다.
고전음악의 대중화랍시고 각양각색의 ‘크로스오버’ 음악이 난립하고 있는 이때 바흐를 가장 바흐답게 표현하는 것은 바로 바흐 당대의 악기와 연주 스타일을 고수하는 원전악기(period instrument) 연주다. 이미 이런 흐름은 서유럽에서는 1960년대부터 시작됐는데, 몇 해 전부터 한양대 음악연구소가 두 팔을 걷어붙이고 고행의 길을 나섰다. 척박한 국내 음악계에서 세계 정상의 원전연주자들을 불러들여 지난해에는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가 이끄는 빈 콘첸투스 무지쿠스를 초청해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연주하는 대모험을 감행했다.
10월18일부터 31일까지 한양대 음악연구소는 제2회 국제바흐페스티벌을 세종체임버홀과 금호아트홀, 영산아트홀, 백남음악관 등에서 개최한다. 내한하는 연주자의 면면을 보면 그야말로 탄성이 절로 나온다. 나이젤 노스가 고아(古雅)한 악기 류트를 선보이며(18, 19일) 쳄발로의 거장 피에르 앙타이가 바흐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한다(27일). 존 버트는 바흐의 오르간 음악을(28일),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원전연주의 진수를 들려준다(30, 31일). 특히 천상의 목소리로 이미 전설이 돼버린 소프라노 엠마 커크비가 처음 내한해 야콥 린드베리의 류트 반주로 헨리 퍼셀과 존 다울랜드의 가장 순결한 음악세계를 그려줄 전망이다(28일). 엠마 커크비는 30일 세종체임버홀에서 바흐의 칸타타 2곡을 ‘바흐 스타일’로 부르며 국내 팬들에게 소중한 시간을 제공해줄 것이다(공연 문의 02-2220-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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