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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30대 혈기왕성한 ‘직장인 블로거’들의 염장을 지르는 상황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사랑스러운 이성친구? 아니면 새로 산 첨단 IT(정보기술) 기기나 근사한 외제 자동차? 천만의 말씀이다. 속 깊은 이성친구야 메신저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웬만한 물건은 ‘카드로 지르면’ 하루 만에 사무실로 배달된다. 재물과 첨단기술로도 해결할 수 없는 영역, 바로 ‘휴가’다.
국내 블로거들 가운데는 유독 IT업계 종사자가 많다. 언젠가 황 모 박사가 자신의 ‘존경받는 삶’을 ‘월화수목금금금’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은 오히려 한국의 IT 개발자들을 위해 쓰여야 한다. 매일 4시간 야근은 기본, 주말까지 반납해가며 회사에 침낭 깔고 기약 없는 프로젝트를 마치 동굴 속의 곰처럼 견뎌내야 한다. 장시간을 모니터 앞에서만 서식하다 보니 나날이 불룩해지는 배, ‘갑(甲)’의 끊임없는 요구를 받아들여야 하는 ‘을(乙)’의 처지상 스트레스성 소화불량도 비일비재다.
이런 IT 개발자들의 이상향이 남국의 푸른 바다로 귀결되는 건 당연한 일. 가까운 남해안이 아니다. 휴대전화나 무선인터넷이 연결된 지역은 천국의 후보지에서 제외다. 무조건 해외로 ‘튀어야’ 휴가기간을 고스란히 확보할 수 있다(최근엔 값싸진 휴대전화 로밍서비스가 화려한 휴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공공의 적이 됐다).
이웃 블로거들이 해외여행지에 촬영해 올린 휴가 사진과 여행후기가 바로 여름철 ‘염장 포스팅’의 대표격이라 할 만하다. 이를 본 이들은 자신의 염통을 쓰다듬으며 지옥 같은 현실을 복수심으로 견뎌낸다. 그리고 드디어 자신도 멋진 휴가를 즐기고 돌아온 뒤 부리나케 온라인에 접속해 자신이 받았던 아픔을 미처 구원받지 못한 이들에게 되돌려준다. 이른바 ‘염장 포스팅’의 악순환이다.
여름휴가의 절정인 8월, 남국행 비행기표는 진작 동이 났고 온라인 공간에는 다양한 천국의 모습이 홍수를 이뤘다. 그런데 9월이 다가오면서 낯선 태그(tag)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휴가 후유증’ ‘무기력증 극복방법’ ‘휴가 후 이직방법’ 등. 한마디로 또다시 지옥으로 돌아가기 싫다는 절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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