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와 한주흥산, 일진전기 등 소액주주를 빙자한 거대주주들은 자사의 이해관계를 위해 지주회사 설립을 반대하고 있다. 이런 천박한 인식을 가진 주주들은 주주 자격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지주회사와 관련된 사안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돼 있는 부분이다. 이 자리(주주총회)에서 이전투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찬반 토론은 시간만 낭비하는 것이므로 주식 수로 표결했으면 한다.”
2월28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 13층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SBS 우리사주조합을 대변한 노동조합 관계자들과 지주회사에 반대하는 주요 주주들 간에 날카로운 고성이 오갔다.
이날 주총의 최대 안건은 SBS 기업분할 및 지주회사 설립이었다. 이는 지난해 12월13일 SBS 이사회가 공식 의결해 상정한 안건으로, 2004년 말 SBS 노사 간에 합의한 사항이기도 하다. 현재 SBS 회사 측보다 오히려 노조 측에서 더 원하고 있다. 노조는 지주회사 설립이 경영과 소유를 분리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라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주주간 이해관계 복잡 예견된 충돌
하지만 귀뚜라미, 한주흥산, 일진전기, 한미약품 등 ㈜태영을 제외한 주요 주주들이 주총을 앞두고 38.59%의 주식을 확보한 뒤 현안대로의 지주회사 전환에 반대할 뜻을 밝히면서 한바탕 충돌은 예견된 일이었다.
최대 주주인 태영은 특별의결이 가능한 3분의 2(약 66.7%) 이상의 주주를 확보하기 위해 하루 전날까지 주요 주주들에 대한 설득작업을 벌임으로써 표 대결을 벌일 경우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던 상황. 결국 투표에 들어갔지만 안건은 부결되고 말았다. 59.84%의 찬성표를 얻긴 했지만 이는 역부족이었다.
노조 측은 이 같은 결과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최상재 위원장은 “오늘의 상황을 보더라도 반대표를 던진 주요 주주들은 SBS의 경영권을 얼마든지 장악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최대 주주 태영과 주요 주주들 간의 경영권을 둘러싼 본격적인 세 싸움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SBS 회사 측은 그러나 결과를 예상이나 했다는 듯 곧바로 “주총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한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하면서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회사 측 한 관계자는 “전날 밤까지 설득작업을 벌였지만 여의치 않아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했다”면서 “하지만 그리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이진 않는다. 앞으로 시간을 갖고 좀더 설득하면 나머지 주주들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배구조 선진화와 투명 경영을 위해 정부에서도 권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주회사제 자체에 반대하는 주주는 거의 없다. 그런데도 SBS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 이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이면에 숨겨진 주주들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무관치 않다.
이번 주총에 상정된 안건은 태영이 소유한 SBS 주식 30%를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에 현물출자해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59%의 지분을 갖도록 한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태영의 SBS 주식 30%와 지주회사의 주식 59%를 맞바꾸는 것이다. 그럼 지주회사는 SBS를 포함해 SBSi, 프로덕션, 인터내셔널 등 7개 자회사를 거느리게 된다. 이때 현물 출자는 최대 주주인 태영만 가능하다.
회사 측은 “시청자위원회까지 참여했고 시민사회 단체에서도 찬성한 안건이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주식가치가 상승해 소액주주들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도 방송권 재허가 추천 받아야
하지만 이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방송계 안팎에서는 최대 주주인 태영이 SBS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는 이면에 경영권 승계문제가 걸려 있을 것이라고 해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현재 태영 윤세영 회장은 외아들 윤석민 SBSi 대표이사에게 경영권 승계 작업을 시작한 상태다. 하지만 공중파 방송사인 SBS의 경영권 승계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방송사라는 특수성이 큰 이유다. 그래서 “지주회사를 설립해 우회적으로 방송사 경영권을 승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
나머지 주주들이 이번 지주회사 안건을 부결한 이유도 이 문제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회사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경영권 승계를 저지하기 위한 세를 과시했다는 것이다.
또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방법상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최대 주주인 태영만 현물출자를 할 수 있도록 제한한 것은 나머지 주주들의 권한을 침해하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귀뚜라미 최도훈 상무의 주장이다.
“태영이 지주회사 주식을 과반수 확보하면 그만큼 다른 주주들의 견제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의 지주회사 전환은 경영 투명성 확보와는 거리가 멀다. 경영권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결국 지주회사는 회사의 이익을 사유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노조도 이를 모르지 않을 텐데, 회사 측 입장에 적극 동조하는 것을 보면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주주회사 한 관계자는 “지주회사 지분 59%를 가져간다는 것은 완전히 ‘내 맘대로’ 경영을 하겠다는 뜻 아니냐. 7%만 더 확보하면 특별의결까지도 가능하다”면서 “이번 주총에서 지주회사 안건에 반대한 것은 태영의 지배권 강화에 대한 반발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SBS 측도 이에 대해 할 말이 있다. 방송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태영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SBS 주식 30%를 전부 지주회사에 현물출자하지 못하면 태영은 SBS 주식과 함께 지주회사의 주식도 보유할 수밖에 없다. 지주회사의 SBS 방송 부문 보유지분은 30%.
결국 태영은 ‘대주주 본인과 특수관계인은 방송사 지분 30%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고 규정한 방송법을 위반하게 된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측 한 회계전문가는 “지주회사제로 전환하면서 최대 주주의 주식만 현물출자하도록 제한하는 것은 나머지 주주들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SBS는 올해 또다시 방송위원회로부터 방송권 재허가 추천을 받아야 한다.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나 투명경영과 공익성 확보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재허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대주주 태영과 이에 반기를 든 주요 주주들. 과연 양측 간에 적정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아니면 경영권을 둘러싸고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달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棟
“지주회사와 관련된 사안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돼 있는 부분이다. 이 자리(주주총회)에서 이전투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찬반 토론은 시간만 낭비하는 것이므로 주식 수로 표결했으면 한다.”
2월28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 13층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SBS 우리사주조합을 대변한 노동조합 관계자들과 지주회사에 반대하는 주요 주주들 간에 날카로운 고성이 오갔다.
이날 주총의 최대 안건은 SBS 기업분할 및 지주회사 설립이었다. 이는 지난해 12월13일 SBS 이사회가 공식 의결해 상정한 안건으로, 2004년 말 SBS 노사 간에 합의한 사항이기도 하다. 현재 SBS 회사 측보다 오히려 노조 측에서 더 원하고 있다. 노조는 지주회사 설립이 경영과 소유를 분리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라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주주간 이해관계 복잡 예견된 충돌
하지만 귀뚜라미, 한주흥산, 일진전기, 한미약품 등 ㈜태영을 제외한 주요 주주들이 주총을 앞두고 38.59%의 주식을 확보한 뒤 현안대로의 지주회사 전환에 반대할 뜻을 밝히면서 한바탕 충돌은 예견된 일이었다.
최대 주주인 태영은 특별의결이 가능한 3분의 2(약 66.7%) 이상의 주주를 확보하기 위해 하루 전날까지 주요 주주들에 대한 설득작업을 벌임으로써 표 대결을 벌일 경우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던 상황. 결국 투표에 들어갔지만 안건은 부결되고 말았다. 59.84%의 찬성표를 얻긴 했지만 이는 역부족이었다.
노조 측은 이 같은 결과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최상재 위원장은 “오늘의 상황을 보더라도 반대표를 던진 주요 주주들은 SBS의 경영권을 얼마든지 장악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최대 주주 태영과 주요 주주들 간의 경영권을 둘러싼 본격적인 세 싸움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SBS 회사 측은 그러나 결과를 예상이나 했다는 듯 곧바로 “주총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한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하면서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회사 측 한 관계자는 “전날 밤까지 설득작업을 벌였지만 여의치 않아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했다”면서 “하지만 그리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이진 않는다. 앞으로 시간을 갖고 좀더 설득하면 나머지 주주들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배구조 선진화와 투명 경영을 위해 정부에서도 권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주회사제 자체에 반대하는 주주는 거의 없다. 그런데도 SBS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 이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이면에 숨겨진 주주들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무관치 않다.
이번 주총에 상정된 안건은 태영이 소유한 SBS 주식 30%를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에 현물출자해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59%의 지분을 갖도록 한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태영의 SBS 주식 30%와 지주회사의 주식 59%를 맞바꾸는 것이다. 그럼 지주회사는 SBS를 포함해 SBSi, 프로덕션, 인터내셔널 등 7개 자회사를 거느리게 된다. 이때 현물 출자는 최대 주주인 태영만 가능하다.
회사 측은 “시청자위원회까지 참여했고 시민사회 단체에서도 찬성한 안건이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주식가치가 상승해 소액주주들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도 방송권 재허가 추천 받아야
하지만 이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방송계 안팎에서는 최대 주주인 태영이 SBS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는 이면에 경영권 승계문제가 걸려 있을 것이라고 해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현재 태영 윤세영 회장은 외아들 윤석민 SBSi 대표이사에게 경영권 승계 작업을 시작한 상태다. 하지만 공중파 방송사인 SBS의 경영권 승계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방송사라는 특수성이 큰 이유다. 그래서 “지주회사를 설립해 우회적으로 방송사 경영권을 승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
나머지 주주들이 이번 지주회사 안건을 부결한 이유도 이 문제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회사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경영권 승계를 저지하기 위한 세를 과시했다는 것이다.
또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방법상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최대 주주인 태영만 현물출자를 할 수 있도록 제한한 것은 나머지 주주들의 권한을 침해하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귀뚜라미 최도훈 상무의 주장이다.
“태영이 지주회사 주식을 과반수 확보하면 그만큼 다른 주주들의 견제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의 지주회사 전환은 경영 투명성 확보와는 거리가 멀다. 경영권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결국 지주회사는 회사의 이익을 사유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노조도 이를 모르지 않을 텐데, 회사 측 입장에 적극 동조하는 것을 보면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주주회사 한 관계자는 “지주회사 지분 59%를 가져간다는 것은 완전히 ‘내 맘대로’ 경영을 하겠다는 뜻 아니냐. 7%만 더 확보하면 특별의결까지도 가능하다”면서 “이번 주총에서 지주회사 안건에 반대한 것은 태영의 지배권 강화에 대한 반발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SBS 측도 이에 대해 할 말이 있다. 방송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태영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SBS 주식 30%를 전부 지주회사에 현물출자하지 못하면 태영은 SBS 주식과 함께 지주회사의 주식도 보유할 수밖에 없다. 지주회사의 SBS 방송 부문 보유지분은 30%.
결국 태영은 ‘대주주 본인과 특수관계인은 방송사 지분 30%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고 규정한 방송법을 위반하게 된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측 한 회계전문가는 “지주회사제로 전환하면서 최대 주주의 주식만 현물출자하도록 제한하는 것은 나머지 주주들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SBS는 올해 또다시 방송위원회로부터 방송권 재허가 추천을 받아야 한다.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나 투명경영과 공익성 확보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재허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대주주 태영과 이에 반기를 든 주요 주주들. 과연 양측 간에 적정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아니면 경영권을 둘러싸고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달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