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왼쪽)와 삽살개로 추정되는 강아지 2마리를 그린 장승업의 `’쌍구도’.
눈을 돌려 자기만의 세계에 몰입해 독특한 결과물을 만들어낸 ‘미친’ 사람들을 찾아보자. 예컨대 멀게는 조선시대 화가 장승업이 있고, 가깝게는 가요계의 이단아 서태지가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사회제도나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웠다는 것이다. ‘자유로움’은 창의성을 키우는 중요한 정신적 환경을 제공한다. 만약 장승업이 전통 화법을, 서태지가 기존의 음악 주류를 충실히 이어받았다면 그들의 존재는 미미했을 것이다. 그들은 자기만의 미술에, 음악에 미쳐 있었다. 결국 누구든 자기 일에 미쳐야 창의성을 만들어낸다. 다음 글을 보자.
|
위 글의 “…고양이에게 말을 걸어보고, 깊은 물속에 들어가고, 잠긴 문 밖으로 나오고, 태양에 플러그를 꽂는 것”의 내용은 그 일에 미쳤다는 구체적 표현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어떤 일에 미쳐서 자기만의 결과물을 쌓으면 사회의 제도에 구속되지 않는다. 이른바 정신적인 자유로움이 사회통념의 속박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장승업의 자유분방한 예술세계는 그만의 독특함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 장승업은 조선시대 최고의 화가로 그림에 취한 신선이란 말을 들었던 것이다. 이 시대 최고의 뮤지션인 서태지의 자유로우면서도 새롭고 깊은 음악성 추구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논술 수험생이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논술에 미쳐야 한다. 논술에 미치면 그동안 자신을 억눌렀던 기존 논술의 규칙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른바 모범 논술답안의 형태라는 것이 논술 규칙의 대표적 사례다. 모범답안은 무리 없이 작성되었기에 내용과 형식 측면에서 누구든 공감한다. 그러나 누구든 공감한다는 것이 문제다. 누구나 같은 생각이기에 창의성이 없다. 논술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만약 모범답안에 매달리는 학생이라면 논술에 미치지 않은 것과 같다. 논술에 미치지 않으면 현상에만 매달려 상식적인 이야기만 쓰게 된다. 그러나 논술에 미친 수험생은 자기만의 형식에 자신만의 생각을 담아 드러낸다. 논술에 미치면 자유로운 상상을 통해 전혀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결국 ‘다른 결과물’을 담은 논술답안은 고득점으로 연결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논술을 공부해야 미친 것인가? 먼저 논술 공부에 심취하고 열중할 것을 권한다.
2007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논술고사에서 최고점을 받은 최나은 양은 “수험서 외의 책을 좀처럼 못 보는 고3 때도 하루 30분씩 꾸준히 책을 읽고 생각한 게 힘이 됐다. 또한 논술 문제를 받아들면 어떤 틀에 맞추려 하지 않고 내가 생각한 것을 솔직하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최양의 이 말은 논술에 미쳤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결과 최양은 자신만의 창의적인 답안을 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