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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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외설의 경계는?

  • 파리=이지은 오브제 아트 감정사

    입력2007-03-07 17: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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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과 외설의 경계는?
    대한민국에서 ‘에로틱’은 여전히 어려운 주제다. 날고 기는 문필가라도 ‘외설스럽다’는 평가 한마디면 주저앉고 만다. 영화감독이나 만화가, 화가 등 창작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이라면 어느 누구도 이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가 하면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서 벌어진 외설과 예술의 경계에 대한 토론이 간혹 법정에까지 올라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는 경우도 있다.

    비교적 성 담론에 자유로운 프랑스도 과거 비슷한 시기를 거쳤다. 근대까지만 하더라도 프랑스만큼 보수적인 국가도 없었다. 근대 프랑스는 가톨릭 사상이 굳건히 자리잡은 국가였다.

    지금 파리의 로댕박물관에서는 로댕이 남긴 에로틱한 크로키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로댕은 근대 프랑스의 대표적인 작가다. 하지만 그는 동시대 어느 조각가보다도 인간의 신체, 사랑 그리고 성을 표현하는 데 자유로운 작가였다. 그의 크로키 작품들 역시 그가 얼마나 농염한 인간의 정서를 돌 속에 가두려고 노력했는지 증거하고 있으니 말이다.

    과연 포르노와 예술의 경계는 어디인가? 이런 의문점에 대해 로댕은 단 한 장의 스케치로 명쾌하게 답변을 준다. 로댕의 크로키 속에는 관객의 말초신경을 자극하겠다는 의뭉스러운 의도가 없다. 그는 단지 우리가, 그리고 우리의 이웃이, 전 지구인이 가지는 가장 보편타당한 감정과 현상에 대해 찬미할 뿐이다. 그래서 때로 그의 작품들은 농염하되 슬프기까지 하다. 누가 단지 화폭 속의 성행위를, 문학작품 속의 벗은 남자와 여자를 외설스럽다고 하는가. 외설스러운 것은 작품을 만들어낸 사람이나 작품 속 그들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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