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비밀결사체처럼 비주류의 문화를 생산해온 ‘홍대 앞’ 아티스트들이 지하(‘언더그라운드’)의 클럽들과 대안공간들에서 나와 1년에 한 번 거리로 나서는 때가 있다. 바로 해마다 여름 끝자락에 시작하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이다.
프린지페스티벌은 원래 1947년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초대받지 못한 젊은 공연단체들이 자발적으로 벌인 행사였으며 지금은 비주류, 언더그라운드 축제를 일컫는 말로 쓰인다. 올해 일곱 번째를 맞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이제 대표적인 아시아 젊은이들의 문화축제가 되어 일본에서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올해 ‘서울프린지페스티벌 2004’는 8월20일 밤 서울 홍익대 앞 ‘걷고 싶은 거리’ 특설 무대에서 폭발하듯 시작했다. 이번 축제의 주제는 지난 7년을 되돌아보며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프린지’(Fringe Old Boys Come Back Home!)로 정해졌다. 개막 행사의 출연자들은 그동안 프린지 혹은 홍대 앞이 낳은 언더그라운드 스타들이었다. 이들은 축제 기간 동안 각각 공연을 갖게 되므로, 개막 공연자들은 올해 축제의 성격을 대략 보여주기도 한다.
축제의 시작을 알린 팀은 재활용상상놀이단 ‘어제 생긴 예술’이었다. 플라스틱관, 금속판, 자동차 바퀴, 페트병 등 공사장에서 흔히 쓰이는 물건들을 이용한 난타 공연으로 관중들의 기분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어 관객석에서 입장해 젊은 관객들과 ‘번개’ 댄스 파티를 연 ‘비바 소울’의 힙합, 댄스그룹 ‘똥자루 무용단’, 홍콩 프린지 클럽이 추천한 미술 작가이자 가수인 아마벨 리우와 레이지 몬데이의 재즈 공연,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6개국 예술인들의 워크숍을 통해 만든 인생과 결혼에 관한 연극이 무대에 올려졌다.
이어 등장한 ‘가관’은 이제 제도권 무용을 희화화하는 창작 무용단으로 제법 지명도가 있다. 종이를 부풀려 만든 우스꽝스런 하얀 발레복을 입은 남자 무용수들은 ‘은하철도 999’에 맞춰 춤을 추었고, 관객들은 큰 호응을 해주었다. 판토마임의 유진규는 마임이라는 장르에 낯선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형식의 마임을 소개하였으며, 성기완과 태요가 프로젝트로 구성한 ‘라디오 프루트’는 이날 공연 순서 중 가장 ‘아방가르드’한 일렉트로니카(일종의 전자음악)를 들려주었다. 대중음악 평론가이자 ‘3호선 버터플라이’의 기타리스트인 성기완은 이날 컴퓨터라는 새로운 툴(tool)과 ‘아니 벌써’ 같은 고전 넘버들의 샘플링을 통해 새롭지만 매우 친근한 음악을 선보였다.
‘춤추는 언니들’과 ‘노 브레인’에 이르러 관객들의 반응은 최고조에 달했다. ‘노 브레인’은 홍대 앞이 낳은 대형 스타로 히트곡 ‘리틀 베이비’ 등을 공연해 관객들을 가만있지 못하게 했다. 거리에 모인 많은 관객들은 이들과 함께 춤추면서 낯선 ‘프린지’ 축제와 친해졌다. 강남의 젊은 관객들과 겉모습부터 다른 인디 음악의 젊은 추종자들은 역시 프린지페스티벌의 가장 큰 에너지원이다.
올해 개막 공연은 곧바로 동네 놀이터로 밀려났던 다른 해와 달리 8월20일부터 22일까지 3일 동안 ‘걷고 싶은 거리’ 전체에서 열리게 되었다. 또한 공연장 옆에서는 거리 전시가 이뤄지고 있다.
개막 공연에 나섰던 아티스트들을 포함해 무려 120여 밴드가 ‘고성방가’ 섹션으로 인디 음악의 터전이 된 라이브 클럽 10여곳에서 공연을 한다. ‘노알콜 노니코틴’의 록키드 공연(8월29일, 롤링스톤즈2)이나 여성 보컬밴드 공연 ‘여우들의 반란’(9월5일, 재머스)처럼 독특한 테마를 가진 것이 특징이다.
화랑이나 미술관이 아니라 홍대 앞 ‘대안공간’들인 ‘아트 스페이스 휴’, ‘멀티스페이스 키친’, ‘갤러리 한티’ 등에서는 ‘내부공사’라는 섹션으로 ‘비주류 이미지 왕국의 도래’라는 주제의 전시를 연다. 아마도 홍대 앞 대안공간들은 프린지페스티벌이 시작된 이래 가장 커다란 성장을 보인 주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수적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아시아 미술계의 주목을 이끌어내는 데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올해 프린지페스티벌을 찾게 될 예상 관객수는 20만명. 지난해 12만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다. 프린지페스티벌 이규석 집행위원장은 “아시아의 프린지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의미다. 또한 최근 눈에 띄게 상업화한 홍대 앞 지구에서 문화적 거점 공간을 지키려는 고민을 나누는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프린지페스티벌이 협찬사들이 탐을 낼 만큼 규모나 형식면에서 크게 성장하고 있지만 줄곧 ‘2%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음악이든 미술이든 몇몇 아티스트를 제외하고는 진지한 발전과 각성보다 발랄함과 치기의 자기 복제가 더 눈에 띄어서일 수도 있고, 너무나 ‘안정’적인 문화행사에 대한 위기감일 수도 있다. 또한 인디와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80년대 민족 민중 문화에 빚을 지고 있기에 그 치열함만은 간직하기를 바라기 때문이기도 하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 2004는 홍대 앞 거리와 공연, 전시장에서 9월5일까지 이어지며 전시는 정오부터, 공연은 오후 2시에 시작한다. 자세한 프로그램은 홈페이지(www.seoulfringe. net)에서 볼 수 있다.
프린지페스티벌은 원래 1947년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초대받지 못한 젊은 공연단체들이 자발적으로 벌인 행사였으며 지금은 비주류, 언더그라운드 축제를 일컫는 말로 쓰인다. 올해 일곱 번째를 맞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이제 대표적인 아시아 젊은이들의 문화축제가 되어 일본에서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올해 ‘서울프린지페스티벌 2004’는 8월20일 밤 서울 홍익대 앞 ‘걷고 싶은 거리’ 특설 무대에서 폭발하듯 시작했다. 이번 축제의 주제는 지난 7년을 되돌아보며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프린지’(Fringe Old Boys Come Back Home!)로 정해졌다. 개막 행사의 출연자들은 그동안 프린지 혹은 홍대 앞이 낳은 언더그라운드 스타들이었다. 이들은 축제 기간 동안 각각 공연을 갖게 되므로, 개막 공연자들은 올해 축제의 성격을 대략 보여주기도 한다.
축제의 시작을 알린 팀은 재활용상상놀이단 ‘어제 생긴 예술’이었다. 플라스틱관, 금속판, 자동차 바퀴, 페트병 등 공사장에서 흔히 쓰이는 물건들을 이용한 난타 공연으로 관중들의 기분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어 관객석에서 입장해 젊은 관객들과 ‘번개’ 댄스 파티를 연 ‘비바 소울’의 힙합, 댄스그룹 ‘똥자루 무용단’, 홍콩 프린지 클럽이 추천한 미술 작가이자 가수인 아마벨 리우와 레이지 몬데이의 재즈 공연,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6개국 예술인들의 워크숍을 통해 만든 인생과 결혼에 관한 연극이 무대에 올려졌다.
이어 등장한 ‘가관’은 이제 제도권 무용을 희화화하는 창작 무용단으로 제법 지명도가 있다. 종이를 부풀려 만든 우스꽝스런 하얀 발레복을 입은 남자 무용수들은 ‘은하철도 999’에 맞춰 춤을 추었고, 관객들은 큰 호응을 해주었다. 판토마임의 유진규는 마임이라는 장르에 낯선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형식의 마임을 소개하였으며, 성기완과 태요가 프로젝트로 구성한 ‘라디오 프루트’는 이날 공연 순서 중 가장 ‘아방가르드’한 일렉트로니카(일종의 전자음악)를 들려주었다. 대중음악 평론가이자 ‘3호선 버터플라이’의 기타리스트인 성기완은 이날 컴퓨터라는 새로운 툴(tool)과 ‘아니 벌써’ 같은 고전 넘버들의 샘플링을 통해 새롭지만 매우 친근한 음악을 선보였다.
‘춤추는 언니들’과 ‘노 브레인’에 이르러 관객들의 반응은 최고조에 달했다. ‘노 브레인’은 홍대 앞이 낳은 대형 스타로 히트곡 ‘리틀 베이비’ 등을 공연해 관객들을 가만있지 못하게 했다. 거리에 모인 많은 관객들은 이들과 함께 춤추면서 낯선 ‘프린지’ 축제와 친해졌다. 강남의 젊은 관객들과 겉모습부터 다른 인디 음악의 젊은 추종자들은 역시 프린지페스티벌의 가장 큰 에너지원이다.
올해 개막 공연은 곧바로 동네 놀이터로 밀려났던 다른 해와 달리 8월20일부터 22일까지 3일 동안 ‘걷고 싶은 거리’ 전체에서 열리게 되었다. 또한 공연장 옆에서는 거리 전시가 이뤄지고 있다.
개막 공연에 나섰던 아티스트들을 포함해 무려 120여 밴드가 ‘고성방가’ 섹션으로 인디 음악의 터전이 된 라이브 클럽 10여곳에서 공연을 한다. ‘노알콜 노니코틴’의 록키드 공연(8월29일, 롤링스톤즈2)이나 여성 보컬밴드 공연 ‘여우들의 반란’(9월5일, 재머스)처럼 독특한 테마를 가진 것이 특징이다.
화랑이나 미술관이 아니라 홍대 앞 ‘대안공간’들인 ‘아트 스페이스 휴’, ‘멀티스페이스 키친’, ‘갤러리 한티’ 등에서는 ‘내부공사’라는 섹션으로 ‘비주류 이미지 왕국의 도래’라는 주제의 전시를 연다. 아마도 홍대 앞 대안공간들은 프린지페스티벌이 시작된 이래 가장 커다란 성장을 보인 주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수적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아시아 미술계의 주목을 이끌어내는 데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올해 프린지페스티벌을 찾게 될 예상 관객수는 20만명. 지난해 12만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다. 프린지페스티벌 이규석 집행위원장은 “아시아의 프린지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의미다. 또한 최근 눈에 띄게 상업화한 홍대 앞 지구에서 문화적 거점 공간을 지키려는 고민을 나누는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프린지페스티벌이 협찬사들이 탐을 낼 만큼 규모나 형식면에서 크게 성장하고 있지만 줄곧 ‘2%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음악이든 미술이든 몇몇 아티스트를 제외하고는 진지한 발전과 각성보다 발랄함과 치기의 자기 복제가 더 눈에 띄어서일 수도 있고, 너무나 ‘안정’적인 문화행사에 대한 위기감일 수도 있다. 또한 인디와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80년대 민족 민중 문화에 빚을 지고 있기에 그 치열함만은 간직하기를 바라기 때문이기도 하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 2004는 홍대 앞 거리와 공연, 전시장에서 9월5일까지 이어지며 전시는 정오부터, 공연은 오후 2시에 시작한다. 자세한 프로그램은 홈페이지(www.seoulfringe. net)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