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금메달은 신이 점지해주는 것이다.”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강경진 코치는 혼합복식의 김동문 나경민 조가 8강에서 어처구니없이 덴마크의 요나스 라스무센, 리케 올센 조에 패해 탈락하자 이렇게 말했다. 김동문 나경민 조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도 당시 세계랭킹 7위였던 중국의 장준 가오링 조에 패해 8강에서 탈락했다. 세계랭킹 1위였던 김동문 나경민 조에게는 충격적 패배였다. 그런데 이번에도 세계랭킹 7위에 그치는 덴마크 조에 발목을 잡힌 것이다.
김동문 나경민 조는 이번 대회 직전까지 세계선수권대회를 비롯해 영국오픈 코리아오픈 등 14개 대회 연속 우승 기록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덴마크 조와 치른 8강전에서 14대 17, 8대 15로 완패를 당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림픽이라는 중압감을 떨쳐버리지 못한 것 같다”고 분석하지만, 김동문과 하태권이 짝을 이룬 남자복식에서 금메달을 딴 것을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네트 맞은 셔틀콕 7번이나 외면
필자는 고비 때마다 상대가 넘긴 셔틀콕이 네트를 살짝 맞고 떨어진 것을 패배 원인으로 꼽고 싶다. 다시 말해 운이 없었다는 얘기다. 배드민턴을 즐기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보통 한 경기에서 셔틀콕이 네트를 살짝 맞고 자신의 코트로 떨어지는 경우는 한두 번에 지나지 않는다. 비슷한 실력일 경우 네트를 걸친 뒤 상대 코트로 2개 정도 떨어져주면 매우 유리한 경기를 펼칠 수 있다. 그런데 김동문 나경민 조와 덴마크 조가 치른 8강전에서는 무려 7번이나 그런 경우가 나왔다. 그것도 모두 김동문 나경민 진영으로 셔틀콕이 떨어졌다.
김동문 나경민이 운이 없었다면 유도의 이원희는 3차례나 운이 따라준 경우다. 남자 73kg급의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이원희는 1차전을 부전승으로 건너뛴 후 2차전에서 벨로루시공화국의 아나톨리 라류코프와 만났다. 이원희는 이 경기에서 오른손 집게손가락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는다. 유도는 ‘잡기로 시작해서 잡기로 끝난다’는 격언이 있을 만큼 손의 힘이 중요하다. 권성세 감독은 집게손가락과 중지손가락을 한데 묶어 테이핑하는 기발한 응급조치를 했고, 이원희는 결국 그 경기를 유효로 이겼다. 그런데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는 이원희의 부상을 상대 선수들이 알지 못했다는 점. 부상을 응급조치로 해결하고 상대선수가 부상 부위를 눈치 채지 못하는 행운까지 얻은 것이다.
몰도바의 빅토르 비볼과 맞붙은 준결승전에서도 또 한 번 위기가 있었다. 경기 시작 1분여 만에 ‘한판’에 해당하는 기술에 걸려든 것. 비볼의 절묘한 기술에 이원희 등이 땅에 닿으며 떨어졌다. 그런데 심판들은 ‘절반’을 선언했다. 만약 심판들이 ‘한판’을 줬다면 금메달은 물 건너가는 것이었다. 이원희의 행운은 결승전까지 이어졌다. 이원희는 결승전에서 러시아의 바탈리 파르코프를 만났다. 그런데 이원희의 천적은 파르코프에게 준결승전에서 패한 프랑스의 다니엘 페르난데스였다. 만약 이원희가 프랑스의 페르난데스를 만났다면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이원희의 행운은 홈팀 그리스의 남자 3m 스프링보드 금메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스의 니콜라오스 사라니디스, 토마스 비니스 조는 3m 스프링보드에서 메달 후보가 아니었다. 그런데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잇따라 금메달을 딴 러시아팀의 디미트리 사우틴이 세 번째 다이빙에서 머리를 보드에 부딪히는 바람에 금메달권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더하여 결승전에서 선두를 달리던 세계최강 중국이 마지막 시기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0점을 받아 꼴찌로 곤두박질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
돌풍 심술 남자양궁 겨우 1점 기록
결국 금메달을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던 그리스 조가 얼떨결에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된 것이다. 비니스는 금메달을 딴 뒤 “마치 동화 속 이야기 같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 내게 일어났다”며 어리둥절해했다. 동메달을 딴 호주의 로버트 뉴베리는 “무언가에 홀린 것 같다. 아무리 이변이 많이 일어나는 올림픽이라지만 그리스팀이 금메달을 딴 것은 그리스 신이 개입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고 놀라워했다.
한국이 몰락한 남자양궁 개인전에서 호주의 사이먼 페이웨더는 상대의 실력이 아니라 파나티나이코 경기장의 몹쓸(?) 바람 때문에 2연속 우승에 실패했다. 페이웨더는 한국의 이기식 감독이 키워낸 선수다. 자세가 안정되어 있고, 담력이 뛰어나 자타가 공인하는 우승 후보였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64강전에서 벨로루시의 앤튼 프릴레파브에게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페이웨더는 돌풍이 부는 가운데 3엔드(1엔드는 3발) 두 번째 화살을 쏘았다가 1점 과녁을 맞히는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했다. 페이웨더는 두고두고 파나티나이코 경기장의 바람을 원망할 것 같다. 페이웨더는 “국제대회에서 1점을 쏴보기는 처음이다. 바람이 올림픽을 망쳤다”고 했고, 이기식 감독은 “바람이 너무 세다 보니 베테랑도 어쩔 수 없었다. 바람이 페이웨더를 도와주지 않았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남자 유도 60kg급의 최민호는 ‘시집가는 날 등창 난’ 경우다. 최민호의 평소 체중은 70kg. 따라서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10kg가량을 감량해야 한다. 체중을 갑작스럽게 줄이면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가 경기 도중 근육 경련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최민호는 계체량이 끝난 뒤 물을 많이 마신다. 그런데 이번엔 긴장을 지나치게 해 물을 거의 먹지 않았다고 한다. 최민호는 약체로 평가된 몽골 선수와 치른 경기 도중 발에 쥐가 나는 바람에 누르기 한판 패를 당했다. 최민호는 패자전에서 승승장구해 결국 동메달을 땄다. “쥐가 나지 않았더라면 파워와 기량이 세계 정상인 최민호의 금메달은 거의 확실했다”면서 한국 응원단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北 리성희 체급 올리고 銀에 그쳐
사격 남자 공기소총 10m의 천민호도 운이 따르지 않은 경우다. 천민호는 아테네올림픽과 같은 장소에서 열린 프레올림픽에서는 599점을 쐈으나 정작 올림픽에서는 4점이나 적은 595점에 그치고 말았다. 천민호는 경기가 끝난 후 “올림픽 무대는 뭔가 다르다. 마치 누가 내 어깨를 위에서 짓누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베이징올림픽 때는 21살이 되는데 그땐 올림픽이라는 중압감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의 역도 영웅 리성희는 이번에도 금메달 징크스에 울었다. 여자역도 58kg급에 출전한 리성희는 중국의 첸 얀칭에게 밀려 은메달에 그쳤다. 리성희의 경우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컨디션이 유난히 좋은 선수가 있으면 우승을 빼앗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리성희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53kg급에서도 금메달을 눈앞에 두고 실격해 분루를 삼킨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서 원래 53kg급에 출전하려고 했다가 58kg급으로 체급을 올린 것도 금메달을 따지 못한 이유 중 하나다.
여자 양궁은 한국의 영원한 금메달 밭이다. 84년 LA올림픽 이후 여자 양궁은 모두 11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개인전은 6회 연속, 단체전은 5회 연속 금메달을 독식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선 조금 힘겨웠다. 여자단체전 마지막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박성현은 231대 240으로 중국에 9점을 뒤진 상태에서 마지막 사대에 섰다. 9점을 쏘면 연장전(슛 오프)에 들어가야 하고, 8점을 쏘면 역전패하는 상황. 박성현은 확률상 50%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10점 과녁을 맞혔다.
이처럼 올림픽에선 실력뿐만 아니라 운까지 따라줘야 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 올림픽 금메달은 신이 점지해준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 것 같다.
김동문 나경민 조는 이번 대회 직전까지 세계선수권대회를 비롯해 영국오픈 코리아오픈 등 14개 대회 연속 우승 기록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덴마크 조와 치른 8강전에서 14대 17, 8대 15로 완패를 당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림픽이라는 중압감을 떨쳐버리지 못한 것 같다”고 분석하지만, 김동문과 하태권이 짝을 이룬 남자복식에서 금메달을 딴 것을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네트 맞은 셔틀콕 7번이나 외면
필자는 고비 때마다 상대가 넘긴 셔틀콕이 네트를 살짝 맞고 떨어진 것을 패배 원인으로 꼽고 싶다. 다시 말해 운이 없었다는 얘기다. 배드민턴을 즐기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보통 한 경기에서 셔틀콕이 네트를 살짝 맞고 자신의 코트로 떨어지는 경우는 한두 번에 지나지 않는다. 비슷한 실력일 경우 네트를 걸친 뒤 상대 코트로 2개 정도 떨어져주면 매우 유리한 경기를 펼칠 수 있다. 그런데 김동문 나경민 조와 덴마크 조가 치른 8강전에서는 무려 7번이나 그런 경우가 나왔다. 그것도 모두 김동문 나경민 진영으로 셔틀콕이 떨어졌다.
김동문 나경민이 운이 없었다면 유도의 이원희는 3차례나 운이 따라준 경우다. 남자 73kg급의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이원희는 1차전을 부전승으로 건너뛴 후 2차전에서 벨로루시공화국의 아나톨리 라류코프와 만났다. 이원희는 이 경기에서 오른손 집게손가락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는다. 유도는 ‘잡기로 시작해서 잡기로 끝난다’는 격언이 있을 만큼 손의 힘이 중요하다. 권성세 감독은 집게손가락과 중지손가락을 한데 묶어 테이핑하는 기발한 응급조치를 했고, 이원희는 결국 그 경기를 유효로 이겼다. 그런데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는 이원희의 부상을 상대 선수들이 알지 못했다는 점. 부상을 응급조치로 해결하고 상대선수가 부상 부위를 눈치 채지 못하는 행운까지 얻은 것이다.
몰도바의 빅토르 비볼과 맞붙은 준결승전에서도 또 한 번 위기가 있었다. 경기 시작 1분여 만에 ‘한판’에 해당하는 기술에 걸려든 것. 비볼의 절묘한 기술에 이원희 등이 땅에 닿으며 떨어졌다. 그런데 심판들은 ‘절반’을 선언했다. 만약 심판들이 ‘한판’을 줬다면 금메달은 물 건너가는 것이었다. 이원희의 행운은 결승전까지 이어졌다. 이원희는 결승전에서 러시아의 바탈리 파르코프를 만났다. 그런데 이원희의 천적은 파르코프에게 준결승전에서 패한 프랑스의 다니엘 페르난데스였다. 만약 이원희가 프랑스의 페르난데스를 만났다면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이원희의 행운은 홈팀 그리스의 남자 3m 스프링보드 금메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스의 니콜라오스 사라니디스, 토마스 비니스 조는 3m 스프링보드에서 메달 후보가 아니었다. 그런데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잇따라 금메달을 딴 러시아팀의 디미트리 사우틴이 세 번째 다이빙에서 머리를 보드에 부딪히는 바람에 금메달권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더하여 결승전에서 선두를 달리던 세계최강 중국이 마지막 시기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0점을 받아 꼴찌로 곤두박질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
돌풍 심술 남자양궁 겨우 1점 기록
결국 금메달을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던 그리스 조가 얼떨결에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된 것이다. 비니스는 금메달을 딴 뒤 “마치 동화 속 이야기 같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 내게 일어났다”며 어리둥절해했다. 동메달을 딴 호주의 로버트 뉴베리는 “무언가에 홀린 것 같다. 아무리 이변이 많이 일어나는 올림픽이라지만 그리스팀이 금메달을 딴 것은 그리스 신이 개입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고 놀라워했다.
한국이 몰락한 남자양궁 개인전에서 호주의 사이먼 페이웨더는 상대의 실력이 아니라 파나티나이코 경기장의 몹쓸(?) 바람 때문에 2연속 우승에 실패했다. 페이웨더는 한국의 이기식 감독이 키워낸 선수다. 자세가 안정되어 있고, 담력이 뛰어나 자타가 공인하는 우승 후보였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64강전에서 벨로루시의 앤튼 프릴레파브에게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페이웨더는 돌풍이 부는 가운데 3엔드(1엔드는 3발) 두 번째 화살을 쏘았다가 1점 과녁을 맞히는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했다. 페이웨더는 두고두고 파나티나이코 경기장의 바람을 원망할 것 같다. 페이웨더는 “국제대회에서 1점을 쏴보기는 처음이다. 바람이 올림픽을 망쳤다”고 했고, 이기식 감독은 “바람이 너무 세다 보니 베테랑도 어쩔 수 없었다. 바람이 페이웨더를 도와주지 않았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남자 유도 60kg급의 최민호는 ‘시집가는 날 등창 난’ 경우다. 최민호의 평소 체중은 70kg. 따라서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10kg가량을 감량해야 한다. 체중을 갑작스럽게 줄이면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가 경기 도중 근육 경련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최민호는 계체량이 끝난 뒤 물을 많이 마신다. 그런데 이번엔 긴장을 지나치게 해 물을 거의 먹지 않았다고 한다. 최민호는 약체로 평가된 몽골 선수와 치른 경기 도중 발에 쥐가 나는 바람에 누르기 한판 패를 당했다. 최민호는 패자전에서 승승장구해 결국 동메달을 땄다. “쥐가 나지 않았더라면 파워와 기량이 세계 정상인 최민호의 금메달은 거의 확실했다”면서 한국 응원단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北 리성희 체급 올리고 銀에 그쳐
사격 남자 공기소총 10m의 천민호도 운이 따르지 않은 경우다. 천민호는 아테네올림픽과 같은 장소에서 열린 프레올림픽에서는 599점을 쐈으나 정작 올림픽에서는 4점이나 적은 595점에 그치고 말았다. 천민호는 경기가 끝난 후 “올림픽 무대는 뭔가 다르다. 마치 누가 내 어깨를 위에서 짓누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베이징올림픽 때는 21살이 되는데 그땐 올림픽이라는 중압감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의 역도 영웅 리성희는 이번에도 금메달 징크스에 울었다. 여자역도 58kg급에 출전한 리성희는 중국의 첸 얀칭에게 밀려 은메달에 그쳤다. 리성희의 경우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컨디션이 유난히 좋은 선수가 있으면 우승을 빼앗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리성희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53kg급에서도 금메달을 눈앞에 두고 실격해 분루를 삼킨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서 원래 53kg급에 출전하려고 했다가 58kg급으로 체급을 올린 것도 금메달을 따지 못한 이유 중 하나다.
여자 양궁은 한국의 영원한 금메달 밭이다. 84년 LA올림픽 이후 여자 양궁은 모두 11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개인전은 6회 연속, 단체전은 5회 연속 금메달을 독식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선 조금 힘겨웠다. 여자단체전 마지막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박성현은 231대 240으로 중국에 9점을 뒤진 상태에서 마지막 사대에 섰다. 9점을 쏘면 연장전(슛 오프)에 들어가야 하고, 8점을 쏘면 역전패하는 상황. 박성현은 확률상 50%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10점 과녁을 맞혔다.
이처럼 올림픽에선 실력뿐만 아니라 운까지 따라줘야 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 올림픽 금메달은 신이 점지해준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