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회의 선두주자인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늦춰졌던 검사장급 인사가 5월27일 단행됐다. 검찰의 미래를 결정할 인사였기 때문에 강금실 법무부 장관과 송광수 검찰총장의 기싸움이 예상됐으나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서 조율한 탓인지 무난한 인사였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불법 대선자금을 파헤친 송총장 측근 인사들의 행로, 좀더 정확하게는 안대희 전 대검 중수부장 팀이 어떻게 배려될 것인지에 모아졌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안 전 부장은 부산고검장으로, 문효남 전 수사기획관은 대구고검 차장으로 각각 승진했지만 결과적으로 수사권 없는 뒷방마님으로 밀려났다는 얘기도 없지 않았다.
정상명 대구고검장
“요즘 러시아혁명사를 읽고 있다. 우리 사회가 급격히 진보 쪽으로 가고 있지만 나는 공안 쪽을 전혀 모르니까 좀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안을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의미는 일선 지검장으로 계속 수사의 칼을 휘두르고 싶다는 의지인 셈. 그는 49살에 고검장이 되는 초유의 기록을 세웠지만 “너무 일찍 원로가 됐다”는 얘기를 들으며 부산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노대통령의 사법고시 동기인 17회 전성시대는 이번 인사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안 부산고검장을 비롯해 이종백 서울지검장과 정상명 대구고검장이 전진 배치됐다. 게다가 비교적 규모가 큰 부산·광주·대전지검을 17회의 임승관·이기배·유성수 검사장이 각각 이끌게 되자 벌써부터 검찰 주위에서는 “17회 선두주자인 이종백 정상명 안대희 등 세 사람 가운데 차기 총장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이 서울지검장과 정 대구고검장은 사법연수원 시절 노대통령과 스터디그룹을 함께 짜 공부했을 정도로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8인회’라는 친목모임으로 인연을 이어왔다는 것.
안대희 부산고검장
공안통을 배제하고 기획통을 전진 배치한 것이나 지역 안배에 충실한 모습(부산·경남 9명, 대구·경북 8명, 호남 10명), 그리고 24년 만에 지방대 출신(청주대)인 권태호 대전고검 차장을 발탁한 것은 새로운 모습이라는 평가다.
한편 최고의 사정기관으로 거듭난 검찰의 고위직 인사였던 만큼 검찰 내부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로비가 치열했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