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한테도 이길 수 있지만 반대로 누구한테도 질 수 있는 바둑.’ 루이 9단의 바둑은 기복이 매우 심하다. 루이 9단은 이창호 9단에게 통산전적 5승2패로 ‘천적’ 소리를 듣지만, 반대로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단이 낮은 기사들에게 곧잘 무너지는 모습을 보인다. 도저히 여자의 주먹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앞세운 바둑을 두지만 일직선으로 공격을 감행하는 점 때문에 카운터블로에 곧잘 걸린다. 게다가 끝내기가 세밀하지 못하고 덜컥수가 잦다. 이번 대결도 덜컥수 한 수로 그르쳤다.

이러한 곳으로 루이 9단은 백2로 불쑥 기어나갔다. 흑3이 빤히 보이는데 말이다. 흑11까지 순식간에 이루어진 이 모습은 에 비해 하변에 흑집이 8집 정도 불었고 백쫔가 졸지에 떠버렸다. 아울러 백 ‘가’로 중앙 흑대마를 괴롭힐 수 있는 즐거움도 사라졌다. 나중에 백쫔가 결국 죽으면서 돌을 거둬야 했다. 193수 끝, 흑 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