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과 알레르기성 비염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대한 소아알레르기 및 천식학회 이준성 회장(위 오른쪽)과 이 학회가 벌이고 있는 캠페인의 마스코트 아기 코끼리 ‘샘’(아래).
천식과 알레르기성 비염을 함께 앓고 있는 6살 민수도 그런 아이 중 하나. 민수 어머니는 매년 봄 가을이 되면 민수의 병이 악화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특히 봄에는 건조한 공기 중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갖가지 꽃가루와 미세먼지가 증가하고 불청객 황사마저 찾아와 민수가 집 밖으로 나갈 때면 마음을 졸이게 된다.
봄이 한창인 지금 민수 어머니와 같은 걱정을 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 10명 중 1명 이상이 천식을 앓고 있으며 10명 중 3명 가량은 비염을 앓고 있다. 특히 천식을 앓고 있는 어린이 중 절반은 평생 천식으로 고생하며, 3명 중 2명은 알레르기 비염을 함께 앓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알레르기 원인물질(알레르겐: 꽃가루, 동물의 털, 집먼지진드기 등)이 몸속으로 들어오면 사람의 몸이 반응을 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유난히 민감해 보통 사람들보다 심각한 반응을 일으킨다. 이때 나타나는 신체의 이상이 바로 알레르기 질환이다. 기도(목)가 알레르겐에 민감하게 반응해 염증을 일으켜 호흡이 곤란해지면 천식이 되고, 코의 점막이 알레르겐에 반응해 콧물과 재채기가 나면 알레르기성 비염이 된다. 어린이 천식의 대부분이 이러한 알레르기가 원인이 되어 발병한다.
진단이나 치료가 쉽지 않은 병
천식은 기침과 함께 숨소리가 쌕쌕거리거나, 숨이 차거나,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나타내는 만성 염증성 호흡기 질환이다. 심한 기침 때문에 잠을 설치기도 하고, 감기를 늘 달고 살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20명 중 1명이 이 같은 천식을 앓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1980년대에 3~4%였던 어린이 천식 유병률이 최근 2~3배 증가했다.
어린이 천식이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진단이나 치료가 쉽지 않기 때문. 우선 부모의 부주의나 잘못된 상식으로 천식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모들이 아이의 증상을 감기로 오해하거나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것으로 착각해 오히려 병을 만성으로 만드는 잘못을 범하기도 한다. 대한 소아알레르기 및 천식학회 회장 이준성 교수(가톨릭대 의대 소아과)는 “천식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기도의 염증을 치료하는 것”이라며 “부모들은 아이의 증상을 자세히 관찰해 조기에 꾸준히,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야 효과적인 염증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천식은 집중력과 학습능력 저하를 초래해 학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천식이 학교생활과 일상생활에 지장을 줘 아이의 성격 형성과 사회성 발달에도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사실. 2003년 3~4월 천식 및 알레르기 예방운동본부(사무총장 최병휘·이하 예방운동본부)가 실시한 ‘천식 아동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6살 이상 천식 아동 4명 중 1명이 천식으로 학교를 결석한 경험이 있고, 3명 중 1명은 운동이나 신체 활동에 제약을 받은 적이 있으며, 5명 중 1명은 또래 모임 등 사회활동에 지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천식이 기도에 나타나는 염증성 질환이라면, 알레르기성 비염은 코 점막이 알레르겐에 민감하게 반응, 콧물과 재채기가 많이 나는 질환이다. 중요한 점은 천식과 알레르기성 비염이 같은 유발물질(알레르겐)을 가지고 같은 염증과정을 거치며, 목과 코가 하나의 기도로 연결되어 있어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경우 동시에 일어날 가능성이 많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천식을 앓는 어린이 3명 중 2명은 알레르기성 비염을 함께 앓고 있으며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 3명 중 1명은 천식을 앓고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는 천식으로 발전할 확률이 일반인보다 3배 이상 높다.
이에 대해 WHO(세계보건기구)의 가이드라인은 모든 천식 환자는 알레르기성 비염에 대해 검진을 받고 치료시 상부 기도(코)와 하부 기도(기관지)에 통합적인 약물요법을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을 함께 치료하지 않으면 천식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고, 반대로 알레르기성 비염을 함께 치료하면 천식도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의 치료 원칙은 알레르기를 유발하거나 증상을 악화시키는 원인(알레르겐)을 밝혀 원인물질을 피하는 회피요법이다. 그러나 이러한 알레르겐 회피만으로는 코와 기도의 염증 증상을 완전하게 낫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적절한 약물치료가 수반돼야 한다. 특히 상부 및 하부 호흡기계의 알레르기성 염증 질환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을 사용하면 효과적으로 천식과 알레르기성 비염을 함께 치료할 수 있다.
흔히 천식 치료제는 흡입제가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아이들의 경우 흡입제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남용할 경우 부작용의 염려도 있다. 이런 경우 전문의와 상담해 소아용으로 나온 먹는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아이들이 간편하게 씹어 먹을 수 있고 특히 천식과 알레르기성 비염에 동시에 효과가 있는 과일 맛의 약물이 나와 있어 아이들이 거부감 없이 꾸준히 치료받을 수 있다.
한편 예방운동본부는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에 대한 통합치료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4월19일부터 일주일간 전국 180개 소아과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아기 코끼리 샘 캠페인’을 진행하며, 환자들에겐 이 질환들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 그림책을 배포한다. 이번 캠페인에서 어린이들이 자신의 질병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아기 코끼리 샘(SAM: Smile with Allergy Management·알레르기 이겨내고 웃으세요)’은 천식과 알레르기 비염을 함께 앓고 있지만 치료에 열심인 주인공. 예방운동본부는 하나의 기도로 연결된 두 가지 질환을 교육하기 위해 코끼리 캐릭터를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