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왔는데 봄 같지 않구나(春來不似春).”
따스한 봄날이 계속되자 다분히 정치적인 고사성어를 읊는 사람이 늘고 있다. 아직 여름까지 한참 남은 4월 중순에 불과한데 일부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28°C까지 치솟는 등 전국에 ‘이상고온(異常高溫)’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학적으로 평균기온이 연속 5일간 22°C를 넘으면 여름 날씨로 인정한다. 아직은 아침 기온이 서늘해 형식상 봄 날씨지만, 대낮에는 도시의 아스팔트 복사열까지 더해져 내용상 여름 못지않은 날씨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올해 첫 태풍인 ‘수달(sudal)’이 발생해 북상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봄은 어느새 자취를 감춘 느낌이다.
계절이란 1년을 기후의 추이에 따라 구분한 단위다. 우리나라가 속한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서는 봄(3~5월) 여름(6~8월) 가을(9~11월) 겨울(12~2월) 등 4계절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5월 중순까지 때이른 더위 지속
4월14일 하루만 해도 서울의 낮기온이 올 들어 가장 높은 23.4°C까지 치솟았다. 경남 밀양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26.6°C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동두천 25.4°C, 대전 24.9°C, 대구 24.7°C 등 전국 대부분 지방이 평년기온을 5.6°C 웃돌았다. 예년 같으면 대략 5월에 해당하는 날씨다.
이러한 기후 변화가 비단 한반도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최근 중국의 날씨도 이상고온 현상을 보이며 올해가 기상관측 사상 가장 짧은 봄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도인 베이징은 4월7일까지만 해도 평균 12°C의 정상기온을 유지했지만, 다음날 낮 최고기온이 29°C까지 오르며 52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베이징 기상대는 “이 같은 고온이 계속될 경우 베이징은 5월부터 여름으로 진입할 것이다”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올 봄 기상자료가 보여주는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다. 3월 평균기온이 7.3°C로 30년 평균치인 6.1°C(지난해 6.7°C)에 비해 1°C 이상 올라갔다. 1°C의 변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상청은 때이른 무더위가 5월 중순까지 지속돼 평균기온을 크게 상승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봄이 짧아지면서 한반도에서는 다양한 생태계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사과 배 등 대표 과수작물의 개화시기가 예년보다 빨라졌다. 경북 농업기술원이 올해 주요 과수의 개화시기를 전망한 결과 예년에 비해 사과는 7일, 배는 3일 가량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경북지역 사과의 대표 품종인 ‘후지’의 경우 예상 개화시기는 지역에 따라 크게는 10일 가량 빨라지며 수확시기 역시 그만큼 앞당겨지리라고 예측됐다.
날씨는 몇몇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유통업체들은 여름상품을 대개 4월 중순부터 출시해왔지만 올해는 날씨가 더워져 예년보다 서둘렀다. 특히 의류의 경우 업체들이 재고 부담으로 인해 봄 신상품 생산을 줄이자 백화점들은 세일 초반부터 여름 신상품을 내놓기로 결정했다.
과거 30년 동안 한 번도 관측되지 않은 기후 상태를 ‘이상기후(또는 이상기상)’라 부른다. 더 구체적으로는 특정 지역의 월 강수량이나 월 평균기온이 과거의 평균강수량이나 평균기온과 비교해 크게 다른 현상을 의미한다. 성경에 등장하는 대홍수나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대가뭄처럼 인류 역사 속에서 이상기후는 천재지변이라 하여 끊임없이 지속돼왔지만, 최근의 이상기후는 그 빈도가 과거와 달리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최근 30년간 봄철 평균기온의 경우 1997년을 기점으로 급속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이상기후의 원인으로 대기 대순환의 변화, 해수면 온도의 변화, 태양활동(흑점)이나 화산활동(화산재)으로 인한 변화라고 해석했지만, 최근에는 인간의 경제활동에 의한 인위적인 원인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학자들은 ‘지구온난화 현상’을 그 원인으로 지목해왔다. 지구의 온도가 단 1°C만 높아져도 지구적인 에너지 균형이 파괴되기 때문에 예년과 다른 폭설이나 폭우, 이상고온 현상 등이 나타났다는 해석이다.
지구온난화는 지구의 연평균 온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는 화석연료 사용량의 증가로 인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CO2)와 수증기(H2O)의 농도가 증가해 온실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온실효과란 비닐하우스(온실) 속에 들어가면 외부로 열을 복사시키는 것보다 유입되는 열이 더 많아 외부보다 온도가 더 높아지는 효과를 말한다. 이산화탄소와 수증기가 선택적 복사열 흡수로 인해 대기와 해수면의 온도를 높인다는 원리다. 20~30년 후에야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던 극단적 이상기후가 최근 빈번해지면서 정부와 학계가 그동안 환경오염에 따른 인위적 요인을 과소평가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조차 지구온난화의 효과가 이렇게 빨리 날씨에 반영되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세계 기상의 날’을 맞이해 기상청에서 열린 ‘한국의 미래기후’ 세미나에서 김정우 연세대 교수는 “대략 50년 후에는 한반도의 기온이 현재보다 평균 3°C 정도 상승하며 강수량은 3∼4% 증가, 장마 기간도 대폭 늘어날 것이다”고 밝혔다. 여름과 겨울의 날씨가 갈수록 뚜렷해진다는 전망과 한반도가 태풍의 위력에 더욱 자주 노출될 것이다는 경고는 그리 새삼스러운 사실이 아니다.
앞으로 전 세계는 ‘이상고온’이나 ‘기상이변’에 대한 다각도의 연구와 대처방안에 대한 논의를 펼치겠지만 확실한 것은 현대인의 무분별한 소비로 인해, 우리의 가장 소중한 천연자원인 ‘봄’과 ‘가을’이 고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스한 봄날이 계속되자 다분히 정치적인 고사성어를 읊는 사람이 늘고 있다. 아직 여름까지 한참 남은 4월 중순에 불과한데 일부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28°C까지 치솟는 등 전국에 ‘이상고온(異常高溫)’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학적으로 평균기온이 연속 5일간 22°C를 넘으면 여름 날씨로 인정한다. 아직은 아침 기온이 서늘해 형식상 봄 날씨지만, 대낮에는 도시의 아스팔트 복사열까지 더해져 내용상 여름 못지않은 날씨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올해 첫 태풍인 ‘수달(sudal)’이 발생해 북상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봄은 어느새 자취를 감춘 느낌이다.
계절이란 1년을 기후의 추이에 따라 구분한 단위다. 우리나라가 속한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서는 봄(3~5월) 여름(6~8월) 가을(9~11월) 겨울(12~2월) 등 4계절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5월 중순까지 때이른 더위 지속
4월14일 하루만 해도 서울의 낮기온이 올 들어 가장 높은 23.4°C까지 치솟았다. 경남 밀양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26.6°C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동두천 25.4°C, 대전 24.9°C, 대구 24.7°C 등 전국 대부분 지방이 평년기온을 5.6°C 웃돌았다. 예년 같으면 대략 5월에 해당하는 날씨다.
이러한 기후 변화가 비단 한반도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최근 중국의 날씨도 이상고온 현상을 보이며 올해가 기상관측 사상 가장 짧은 봄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도인 베이징은 4월7일까지만 해도 평균 12°C의 정상기온을 유지했지만, 다음날 낮 최고기온이 29°C까지 오르며 52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베이징 기상대는 “이 같은 고온이 계속될 경우 베이징은 5월부터 여름으로 진입할 것이다”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올 봄 기상자료가 보여주는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다. 3월 평균기온이 7.3°C로 30년 평균치인 6.1°C(지난해 6.7°C)에 비해 1°C 이상 올라갔다. 1°C의 변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상청은 때이른 무더위가 5월 중순까지 지속돼 평균기온을 크게 상승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봄이 짧아지면서 한반도에서는 다양한 생태계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사과 배 등 대표 과수작물의 개화시기가 예년보다 빨라졌다. 경북 농업기술원이 올해 주요 과수의 개화시기를 전망한 결과 예년에 비해 사과는 7일, 배는 3일 가량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경북지역 사과의 대표 품종인 ‘후지’의 경우 예상 개화시기는 지역에 따라 크게는 10일 가량 빨라지며 수확시기 역시 그만큼 앞당겨지리라고 예측됐다.
날씨는 몇몇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유통업체들은 여름상품을 대개 4월 중순부터 출시해왔지만 올해는 날씨가 더워져 예년보다 서둘렀다. 특히 의류의 경우 업체들이 재고 부담으로 인해 봄 신상품 생산을 줄이자 백화점들은 세일 초반부터 여름 신상품을 내놓기로 결정했다.
과거 30년 동안 한 번도 관측되지 않은 기후 상태를 ‘이상기후(또는 이상기상)’라 부른다. 더 구체적으로는 특정 지역의 월 강수량이나 월 평균기온이 과거의 평균강수량이나 평균기온과 비교해 크게 다른 현상을 의미한다. 성경에 등장하는 대홍수나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대가뭄처럼 인류 역사 속에서 이상기후는 천재지변이라 하여 끊임없이 지속돼왔지만, 최근의 이상기후는 그 빈도가 과거와 달리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최근 30년간 봄철 평균기온의 경우 1997년을 기점으로 급속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이상기후의 원인으로 대기 대순환의 변화, 해수면 온도의 변화, 태양활동(흑점)이나 화산활동(화산재)으로 인한 변화라고 해석했지만, 최근에는 인간의 경제활동에 의한 인위적인 원인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학자들은 ‘지구온난화 현상’을 그 원인으로 지목해왔다. 지구의 온도가 단 1°C만 높아져도 지구적인 에너지 균형이 파괴되기 때문에 예년과 다른 폭설이나 폭우, 이상고온 현상 등이 나타났다는 해석이다.
지구온난화는 지구의 연평균 온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는 화석연료 사용량의 증가로 인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CO2)와 수증기(H2O)의 농도가 증가해 온실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온실효과란 비닐하우스(온실) 속에 들어가면 외부로 열을 복사시키는 것보다 유입되는 열이 더 많아 외부보다 온도가 더 높아지는 효과를 말한다. 이산화탄소와 수증기가 선택적 복사열 흡수로 인해 대기와 해수면의 온도를 높인다는 원리다. 20~30년 후에야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던 극단적 이상기후가 최근 빈번해지면서 정부와 학계가 그동안 환경오염에 따른 인위적 요인을 과소평가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조차 지구온난화의 효과가 이렇게 빨리 날씨에 반영되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세계 기상의 날’을 맞이해 기상청에서 열린 ‘한국의 미래기후’ 세미나에서 김정우 연세대 교수는 “대략 50년 후에는 한반도의 기온이 현재보다 평균 3°C 정도 상승하며 강수량은 3∼4% 증가, 장마 기간도 대폭 늘어날 것이다”고 밝혔다. 여름과 겨울의 날씨가 갈수록 뚜렷해진다는 전망과 한반도가 태풍의 위력에 더욱 자주 노출될 것이다는 경고는 그리 새삼스러운 사실이 아니다.
앞으로 전 세계는 ‘이상고온’이나 ‘기상이변’에 대한 다각도의 연구와 대처방안에 대한 논의를 펼치겠지만 확실한 것은 현대인의 무분별한 소비로 인해, 우리의 가장 소중한 천연자원인 ‘봄’과 ‘가을’이 고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