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도
한국 여자바둑에 조혜연 시대가 열리는가? 조혜연 4단이 여류 국수전에 이어 여류 명인전에서도 또다시 루이 나이웨이(芮乃偉) 9단을 2대 0으로 물리치고 2관왕에 올랐다. 용병인 루이 9단을 제외한 토종 여자기사가 동시에 두 개의 여류기전 타이틀을 거머쥐기는 조혜연 4단이 처음이다. 여자 기사로는 최연소인 12세 입단기록을 갖고 있기도 한 조혜연 4단은 1985년생 송아지띠로 요즘 남자 바둑을 휘젓고 있는 ‘송아지 삼총사’(박영훈 최철한 원성진)와 더불어 바둑계를 완전히 ‘소판’으로 만들어버렸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역시 승부세계에 영원한 강자는 없었다. 두 기사의 통산전적은 13승 8패로 루이 9단이 앞서고 있지만 최근 두 번의 타이틀전에서 조혜연 4단이 4연승을 올렸다. 조혜연 4단은 지난해 여류 국수전에서 ‘반상의 철녀(鐵女)’로 불리며 여자 바둑 세계최강으로 군림하던 루이 9단에게 타이틀전 첫 패배를 안기는 ‘깜짝 쿠데타’로 2003 여류 기사상을 수상한 바 있는데 이번에 여류 명인마저 접수해 루이 9단을 무관으로 나앉게 했다.
참고도
백이 거의 사망선고를 받은 국면에서 믿기 어려운 뒤집기가 펼쳐졌다. 백쫔로 패를 따낸 장면. 바둑이 두터워 도처에 팻감이 많은 흑에게 좌상귀의 이 패싸움은 꽃놀이나 다름없다. 결국 이 패는 흑6으로 때려 백A에 이으면 흑B로 ▲ 넉 점을 살려와 ‘게임아웃’인 그런 상황이었다. 그랬건만 초읽기에 몰린 루이 9단이 흑1로 패를 쓰자 백은 2·4로 선수 치고 6으로 패를 쓰러뜨렸다. 흑7·9는 내친 걸음. 그러나 조4단은 백10을 선수친 뒤 손을 빼 12로 잡아버렸다. 흑의 이곳 손실은 13집. 이제 중앙 백 대마를 잡지 못하면 애초 흑1은 헛패가 되는 셈인데, 잡으려면 흑1부터 두어야 하나 백은 6까지 알기 쉽게 사는 수가 있다. 착각치고는 너무 뼈아픈 착각이었다. 288수 끝, 백 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