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 프로골퍼 케이시 마틴.
케이시 마틴은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았다. 그가 투어에서 활약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장애우들에게 엄청난 희망을 주고 있으며, 또 실제로 미국에서는 많은 장애우가 프로골퍼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미국엔 장애우만을 위한 골프대회도 여럿 있으며 장애우가 골프장에 출입하는 것이 전혀 낯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에는 장애우들이 골프를 즐길 만한 공간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인식도 부족한 상황이다. 필자는 10여년 전부터 비운의 체조스타 김소영씨와 함께 장애우 골프캠프를 열기 위해 골프장 운영자들과 접촉해왔는데 모조리 거절당했다. “훌륭한 생각이며 꼭 필요한 행사”라고 침에 발린 말을 하면서도 “골프장 시설은 빌려줄 수 없다”고 자르는 것이었다. 휴장일 날, 그것도 그린은 사용하지 않고 페어웨이만 쓰겠다고 사정해보았지만 장애우라는 이유로 늘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국내 프로골프계에도 장애우 골퍼가 있다. “다른 장애우에게 자신감을 주고 싶어서 도전하고 있다”는 강윤석 프로는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2부 투어 대회에 꾸준히 참가한다. 하지만 한국에선 아직 골프카 사용이 허용되지 않는 탓에 다른 골퍼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플레이를 펼친다. 때문에 그는 3, 4라운드에 접어들면 다소 체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한국에서도 그동안 많은 장애우가 스킨스쿠버, 스키, 농구, 축구, 하키, 등산, 볼링 등 액티브한 스포츠 분야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그러나 유독 골프만큼은 높은 문턱으로 인해 아직까지 동호회 하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행스럽게도 내년에 장애우 골프단이 하나 생긴다고 한다. 그들의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골프장 관계자들도 이젠 장애우에 대한 잘못된 선입관을 버렸으면 한다. 더 나아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장애우가 라운딩하기에 적합한 장애우 전용 골프장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멘탈 스포츠인 골프는 재활에도 상당한 도움을 준다는 게 전문의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미국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 강영우 박사, 발레리나 강진희,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금메달을 거머쥔 체조선수 김동화, 산악인 김홍빈,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 등은 모두 장애를 극복하고 각자의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골프에서도 수많은 ‘강윤석’이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