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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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무대에 묻힌 스타들의 열연

  • 입력2003-12-26 14: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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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량한 무대에 묻힌 스타들의 열연
    겨울철엔 뭐니뭐니해도 ‘라보엠(La Boheme)’이다. 지아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배경으로 가난한 예술가들의 슬프고도 낭만적인 사랑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대의 찬 손’ ‘내 이름은 미미’ ‘뮤제타의 왈츠’처럼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아리아도 한꺼번에 들을 수 있다. 영화로 치면 ‘러브스토리’나 요즘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는 ‘러브 액추얼리’쯤 된다. 그래서 매년 겨울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전 세계에서 ‘라보엠’이 공연되고, 꼭 이때를 놓치지 않는 마니아들이 생기는지 모른다.

    올 크리스마스 시즌(12월18∼24일)에도 ‘라보엠’이 찾아왔다. 공연이 열린 곳은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대표적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이 시설보수에 들어가면서 쏟아지는 오페라, 콘서트, 뮤지컬 등의 연말 공연이 체조경기장뿐 아니라 올림픽공원 내 크고 작은 경기장에서 열리게 된 것이다.

    경기장 특성상 무대는 지름 40m의 원형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 무대는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드라마를 선보일 ‘라보엠’에겐 너무 황량한 공간이었다. 무대 연출자는 서울 홍대 앞과 비슷한 분위기의 파리 라탱 지구 카페들을 그럴듯하게 재현하고 군중 장면도 연출하는 노력을 보였지만, 주인공들이 무대를 압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조명이 객석의 노랑, 초록 플라스틱 의자를 커버하지 못하는 데다 세팅도 평면적이어서 무대는 산만하게만 보였다.

    병약한 미미라기보다 다소 카르멘 같았던 마리아 피아 요나타, 마르첼로 역의 안토니오 살바도리, 뮤제타 역의 수산나 사빅 등은 ‘세계 정상급’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열연했다. 무엇보다 로돌포 역의 배재철은 횡한 무대와 미미가 남긴 빈틈을 채우고도 남을 만한 힘과 성실한 인물 해석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이렇게 ‘라보엠’이 체조경기장에라도 찾아온 것을 행운으로 여겨야 할까. 2003년 유행했던 야외경기장 오페라 공연의 경우, 심각한 소리 울림은 맥주와 사방에서 풍기는 족발 냄새에 정신을 팔며 ‘듣지 않을 권리’로 넘겼다. 그러나 체조경기장의 ‘라보엠’은 이제 더 이상 운동경기장에서 공연을 보지 않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한다. ‘라보엠’에 이은 체조경기장의 다음 프로그램은 서커스라고 하니 이만저만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12월18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개막된 오페라 ‘라보엠’` 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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