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구 담당자로서 공연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취향을 배려하는 것도 어려운 대목.
“오래 전 새파랗게 젊은 단원이 제 앞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물건들을 집어던지는 일이 있었어요. 그때부터 마음 수양을 위해 노력했지요. 지금은 그 단원과 제일 친해졌어요. 그의 발 크기, 허리둘레, 머리 크기를 다 아는 사람은 세상에 저밖에 없으니까요.”
그런 엄씨는 국립극장에서 ‘미스터 스마일’로 통한다. 그가 이처럼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국립극장 장신구실은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하게 옛 장식을 복원해내는 곳일 겁니다. 공연장은 많지만 국립극장처럼 소품 제작까지 함께 하는 곳은 드물거든요. 공연물 장식사를 새로 만들어간다는 자부심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책임감도 크지요.”
엄씨는 그래서 종종 학생들이나 관련자들이 찾아와 다른 곳에는 없는 것을 국립극장에서 찾았다고 기뻐할 때 덩달아 흐뭇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