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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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인터넷 서비스’ 통신 독립 만세!

국내 개발기술로 ‘기술표준’ 결정 전망 … 막대한 CDMA 로열티 악몽 ‘반면교사’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3-12-24 16: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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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인터넷 서비스’ 통신 독립 만세!

    3월 열린 KT의 휴대인터넷 시연회(왼쪽)와 12월 열린 SK텔레콤의 시연회. 외국 표준을 염두에 두고 발빠르게 기술 확보에 나섰던 KT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됐다.



    세상에 처음으로 휴대전화를 내놓은 회사는 1973년 쇠망치처럼 무거운 단말기를 만들어낸 모토로라였다. 한 손에 쥐어지는 최초의 휴대전화 ‘택8000’, 최초의 플립형 휴대전화 ‘마이크로택Ⅱ’, 최초의 폴더형 휴대전화 ‘스타택’ 등 휴대전화의 역사를 새로 써가며 모토로라는 한동안 휴대전화 제조업계의 제왕으로 군림했다. 지금은 ‘그저 그런 회사’로 전락했지만 모토로라가 한때 아성을 쌓을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가지의 특허를 갖고 있었기 때문. 지금은 너무나 보편화한 플립형과 폴더형 휴대전화에 대한 국제특허가 바로 그것이다.

    모토로라가 특허를 통해 승승장구했다면 한국의 정보통신 산업은 원천기술 특허와 관련해 몹시 ‘배가 아픈’ 일을 겪고 있다. 휴대전화 한쪽에 ‘QUALCOMM’(퀄컴)이라고 쓰여진 작은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퀄컴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CDMA(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업체의 이름. 한국은 95년 디지털 이동전화의 ‘기술표준’을 결정하면서 세계 어느 곳에서도 쓰이지 않던 CDMA방식을 선정한다. 그 결과 세계 최초로 CDMA 상용화가 한국에서 이뤄지면서 작은 회사였던 퀄컴은 막대한 로열티 수입을 거두며 일약 세계 굴지의 업체로 성장했다.

    SKT·삼성전자 자주파의 승리

    ‘휴대인터넷 서비스’ 통신 독립 만세!
    최초로 CDMA를 상용화하고도 퀄컴에 엄청난 규모의 로열티를 지불할 수밖에 없었던 한국이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에선 이미 상용화 단계에 이른 해외기술 대신 ‘한국표준’으로 배를 갈아탈 전망이다. 차세대 이동통신의 첫 번째 사업은 사업자 선정 시기와 기술표준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휴대인터넷 서비스. 바로 이 휴대인터넷의 기술표준을 놓고 업계는 ‘자주파’와 ‘현실파’로 갈려 갑론을박을 벌여왔다. 치열한 로비와 비난전 끝에 결국 휴대인터넷 기술표준 결정은 자주파의 승리로 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자주파의 핵심인 SK텔레콤의 시장 진입에 극도의 반감을 갖고 있던 현실파가 울며 겨자 먹기로 백기투항했기 때문이다.



    자주파는 ‘SK텔레콤+삼성전자 연합군’, 현실파는 ‘KT+하나로통신의 동맹군’으로 가름할 수 있다. 자주파의 논리는 이랬다. “과거 CDMA 도입 당시 퀄컴에 종속된 것과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검증되지 않은 외국기술을 무분별하게 도입하는 것보다는 국가경제와 IT산업의 미래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SK텔레콤 서종렬 상무) 이에 대해 현실파는 이렇게 반박했다. “1개의 표준으로 가는 것은 지나치게 위험하다. 이미 검증된 해외기술을 포함한 복수의 표준을 정하고 서비스 시기를 당겨야 한다. 상용화가 늦으면 국내에서 뛰고 날아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하나로통신의 한 엔지니어)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사실상 삼성전자 등이 개발하고 있는 HPi(High Speed Portable Internet)를 휴대인터넷 기술표준으로 확정했다. HPi를 기술표준으로 선정한 것엔 ‘우리 것’을 ‘세계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SK텔레콤이 휴대인터넷 사업권을 따내는 데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왔던 KT와 하나로통신 등이 SK텔레콤을 편들어주는 듯한 정부의 이 같은 정책에 대해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삼성전자 등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관련 표준제정과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장비업체들은 크게 고무된 모습이다.

    12월16일 정보통신부(이하 정통부)는 “업체들간 기술표준 결정에 이견이 있다”면서 휴대인터넷 정책 결정 일정을 2004년으로 미룬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기술표준에 대해 업체간 ‘이견’은 없었다. 복수 표준을 주장하며 외국업체들과 함께 기술개발에 나서 휴대인터넷에 대해 어느 정도 노하우를 갖춘 KT와 하나로통신이 “사업을 안 할 수는 없어서 울며 겨자 먹는 식으로”(KT 관계자) 한국표준을 단독으로 선정하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양보했기 때문이다. 하나로통신의 한 임원은 “정통부가 이견 운운하며 정책 결정 일정을 당초 약속과 달리 2004년으로 미뤄놓은 것은 준비가 안 돼 조기 서비스 실시를 원하지 않는 SK텔레콤을 전적으로 배려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SK텔레콤은 “SKT는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경쟁업체의 주장을 반박하는 동시에 정통부의 처지를 지원이라도 하듯, 12월17일 삼성전자와 ETRI가 개발 중인 국산 기술표준(HPi)을 이용한 휴대인터넷 시연회를 국내 최초로 경기 성남시의 자사 네트워크연구소에서 개최했다. HPi를 처음으로 돌려본 것. 사업자 선정을 앞둔 경쟁업체들로서는 ‘최초’를 빼앗긴 것이 찜찜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날 시연회에서 HPi는 첫선을 보이는 수준이었을 뿐 이동수신 등 핵심분야의 시연은 주로 미국 플라이온사 등의 기술을 빌려와 이뤄졌다는 점이다. KT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1년 전에 시연한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코미디였다”고 꼬집었다.

    정통부의 독자기술에 대한 편애가 특정업체 봐주기든 아니든 간에 우리는 차세대 이동통신의 첫 번째 갈림길에서 ‘독자기술 확보→국내시장 활성화→세계시장 진출’이라는 로드맵을 선택했다. CDMA는 분명 신화였다. 그러나 그 그늘 또한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1996년부터 2002년까지 국내 휴대전화 전화제조업체들이 미국 퀄컴사에 지불한 기술 로열티는 칩 값을 제외하고도 1조5209억원에 달한다. 휴대인터넷 기술표준의 성공 여부는 2010년께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4세대 이동통신 분야 기술표준 주도권 싸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렇다면 CDMA 신화의 그늘을 거울삼아 차세대 시장에선 ‘통신 주권’을 되찾겠다는 의지와 도전은 어떤 결과로 귀결될까.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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