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은 항상 결심만 한다’. 요즘 서점가를 휩쓸고 있는 한 경영서 제목이다. ‘너는 바보’라고 빤히 손가락질하는 이 책을 사람들이 앞다투어 사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항상 결심만 하는 바보’인 자신을 바꿔보고픈 열망 때문일 것이다.
또 새해다. 또 새 결심을 하는 때다. 핵심은 역시 건강한 삶, 풍요로운 생활일 게다. 요즘 떠오르는 신조어가 있다. ‘웰루킹(Well-looking)족’, 그러니까 ‘보기 좋게 살기’에 관심을 집중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주 관심사는 건강과 아름다움. 그러나 단지 ‘멋지게 보이기’가 목표는 아니다. 개성과 타고난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외모 가꾸기, 건강과 미용을 위한 운동이며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활력 넘치는 삶을 살고자 한다.
멋진 삶을 원한다면 먼저 멋진 사람이 돼야 한다. 자기 자신에게 섬세한 관심을 기울이고,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바꿔야 할 것은 무엇인지 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자신감이 생기면 풍기는 분위기 또한 달라진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사람을 볼 때는 이목구비가 아닌 그가 풍기는 전체적 느낌을 읽는다”고 했다. 진정한 의미의 웰루킹족은 나를 바꿈으로써 나에 대한 세상의 ‘느낌’을 바꾼다. ‘결심만 하는 바보’에서 ‘실천하는 주체’로 거듭나는 것이다.
‘결심만 하는 바보’에서 ‘실천하는 주체’로
물론 변신은 두려운 일이다. 헤어스타일 하나를 바꾸는 것에도 나름의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변신을 두려워하면 결국 손해는 자신에게 돌아온다. 더 좋은 것, 새로운 세계, 남다른 경험으로부터 스스로를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시카고대학 정신·생물학연구소는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새로움에 대해 공포가 있는 동물은 낯선 경험이나 환경에 부닥쳤을 때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 분비돼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원하든 원치 않든 끊임없이 새로운 상황과 맞닥뜨린다. 결국 적절한 자기 개조를 통해 세상의 변화에 주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사람만이 사회적 성공은 물론 스트레스 없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뜻일 게다.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구본형 소장은 “‘지금의 나’에서 ‘내가 원하는 나’로의 변화는 ‘하루를 개편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고 말한다. 어떤 목표를 실현하려면, 나아가 송두리째 뒤바뀐 삶을 살려면 결국 하루의 일과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 몸을 위해 달리기를 하든, 웰빙 트렌드를 좇아 유기농 채소를 먹든, 외모를 위해 헤어스타일을 매만지든 하루 속에 변화가 녹아들어 실천돼야 한다는 것이 구소장의 조언이다.
‘변신’을 원한다면 먼저 한번쯤 자신의 외모를 꼼꼼히 살펴보자. ‘나 자신’을 얼마나 잘 드러내고 있는지, 업무와 직업에 도움이 되는지, 약점이라 생각해 자신도 모르게 움츠려드는 부분은 없는지. 외모는 의식의 거울이자, 타인에게 자신의 생활과 습관을 짐작케 해주는 바로미터이며, 대인관계의 첫 관문이다.
박장혁 신성엔지니어링 사장(43)은 4개월 전 전문 스타일리스트로부터 외모 컨설팅을 받은 후 사업과 인생이 모두 확실히 좋아졌다고 말한다.
“사업상 외국인들을 만날 일이 많거든요. 그 친구들은 어쩌면 그리 옷을 잘 입을까, 또 매너도 좋고 말솜씨도 훌륭할까 생각했지요. 저도 더 늦기 전에 바꿔야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습니다.”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 적절한 자기 개조 필요
이발은 목욕탕에서 하고 사계절 내내 구두 한 켤레로 버티던 그였다. 그러나 컨설팅을 받은 후부터 달라졌다. 미장원에서 머리를 매만지고 구두도 양복 색깔에 맞춰 네 켤레나 마련했다. 잠들기 전 다음날 입을 의상을 미리 챙겨놓으며 몸과 옷의 청결에 더 많이 신경을 쓰게 됐다.
“이전에는 그저 금시계가 최고인 줄 알았거든요. 이젠 수수하면서 품위 있는 제품을 착용합니다. 몸매에도 신경이 쓰여 수영을 시작했어요. 또 멋을 내려면 부지런해야 하거든요. 자연히 생활도 더 타이트해지고 생기 있어졌습니다. 거래처나 바이어들 반응이야 물론 좋지요. 결혼식장에라도 가면 ‘네가 신랑인 줄 알았다’는 얘기들이 쏟아져요. 기분 최고죠.”
보험설계사 김주란씨(36) 역시 사람 만날 일이 많은 직업의 특성상 외모에 남다른 신경을 쓰게 된 경우다.
“이전에는 그냥 ‘무조건 정장에 깔끔하게만 입자’는 주의였어요.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안 되겠더라구요. 좀 어려 보이는 이미지가 오히려 일에 방해가 되기도 하고. 그래서 요즘은 성숙한 전문직 여성 분위기를 내기 위해 여러모로 신경 쓰고 있어요. 효과야 계약 실적이 말해주지요.”
이들이 외모를 바꿈으로써 일과 삶에까지 자신감을 갖게 된 경우라면, 가수 양혜승씨(27)는 타고난 낙천성과 적극성을 바탕으로 늘 자신의 현 상태에 가장 잘 맞는 ‘최선’을 해온 멋쟁이다.
키가 166cm인 양씨는 대학 무용과 재학 시절 몸무게 48kg 말라깽이였다. 졸업 후 이론 공부에 치중하며 무용 교습에만 힘을 쏟다보니 체중이 106kg까지 늘었다.
“그런데 전 스트레스 받지 않았어요. 살찐 상태에서도 나름대로 멋있을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거든요. 체중과 상관없이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 잘 어울리는 옷을 찾아 입고 늘 웃으며 다녔죠. 운동도 많이 하고요. 가수 데뷔할 때도 ‘살 빼야겠다’ 그런 생각 전혀 안 했어요.”
2집 준비 때문에 바쁘게 움직이느라 최근 78kg까지 빠진 양씨는, 그러나 앞으로도 무리한 다이어트는 하지 않을 생각이란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긍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잖아요. 그래서인지 제 주위에서도 살쪘다고 수군거리는 사람은 전혀 없어요. 오히려 울림통이 커 목소리가 참 좋다는 말을 많이 듣는 걸요.”
반대로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 덕분에 외모와 생활 모두에서 강한 자신감을 갖게 된 이들도 많다.
송윤홍씨(36·우리은행 증권수탁팀 과장)는 매일 밤 운동화 끈을 조여 맨다. 2003년 1월부터 ‘습관’이 된 ‘달리기 길’에 나서기 위해서다. 주변의 동료들이 과로로 쓰러지는 모습을 보면서 ‘건강할 때 몸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달리기가 어느새 취미를 넘어 버릇이 됐다.
“부서 성격상 야근이 잦아요. 밀려오는 짜증과 스트레스 탓에 육체적으로 한계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죠. 꼭 1년 만에 라이프 스타일이 송두리째 바뀌었습니다. 새로 태어났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마음가짐은 물론 외모까지 훤칠해졌으니까요.”
송씨는 ‘하루’ 속에 달리기를 넣음으로써 자신, 가족, 일 모두에 충실해졌다. 하루 5km로 시작한 달리기는 어느새 10km, 다시 20km로 이어졌고 지난 10월엔 첫 풀코스 마라톤 도전에 나서 3시간 50분대의 ‘좋은’ 기록으로 완주했다. 건강은 눈에 띄게 좋아졌으며, 그 사이 진행한 회사의 대형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늘 유쾌 상쾌 통쾌하다보니 가족들에게도 ‘100점 아빠’가 됐다.
변신 제1지침은 습관을 바꾸는 것
송씨는 요즈음 동아마라톤에서 3시간 30분대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달리는 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3시간 30분대’는 보스턴마라톤 완주라는 또 다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디딤돌. 울트라마라톤, 철인3종 등 더 힘들고 고된 목표에 도전하고 싶다는 그는 “부모님이 주신 몸을 열심히 쓸 수 있다는 게 달리기를 시작하고 난 뒤로 행복해진 이유인 것 같다”며 소리내어 웃었다.
한의사 이유명호씨는 “‘보기 좋게 살고 싶은’ 직장인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조언으로 머리만 쓰지 말고 몸으로 살라는 것을 꼽고 싶다”고 말했다. ‘살 빼기 운동’ ‘하기 싫은 운동’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움직임으로써 자신의 힘을 자각하고 끝까지 밀어붙여 ‘오르가자미’(오르가슴)를 느껴보라는 게 그의 조언. 송씨 역시 달릴 때 느끼는 오르가슴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습관을 바꾸는 것은 변신을 위한 제1지침이다. 변호사 최수영씨(36)도 마찬가지다. 최씨는 스스로를 ‘깊은 숨 전문가’라 부른다. 그가 하루에 호흡을 고르는 데(단전호흡) 투자하는 시간은 2∼4시간 정도. 매일 새벽 5시에 몸을 일으켜 단전호흡에 몰입하다 보면 뱃속에서 에너지와 열정이 샘솟는다.
최씨가 ‘깊은 숨 고르기’에 빠져든 것은 수년 전 의사의 실수로 폐암 판정을 받으면서부터다. 정밀검사 결과 결핵으로 밝혀졌지만 당시의 충격은 ‘하늘이 노랗게 보일 정도’였다고. 그는 그때부터 시작한 단전호흡이 삶의 엔진 구실을 하고 있으니 ‘폐암 소동’에 오히려 고마워해야겠다면서 웃었다.
최씨는 생각→습관→행동의 순서로 ‘나’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테니스를 시작하든 수영을 배우든 최근 유행하는 요가를 하든, 시작은 생각에서 비롯된다는 것. 생각을 실천하는 게 곧 변화요, 변신이다. 사람들은 ‘나’와 놀고자 달리기를 하고 ‘나’를 돌아보고자 호흡을 고르며 ‘나’를 극복하고자 산에 오른다. 최씨는 딱 100일만 실천하면 ‘습관’이 된다고 했다.
구본형 소장은 ‘나’를 위해 ‘나를 R&D하는 것’이 변화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취미를 갖고 싶거나 악기 연주를 배우고 싶으면, 또 아내와 주말마다 화랑을 찾고 싶다면 ‘습관’으로 만들면 된다는 것. 그는 “뭘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뭘 하겠다는 개념, 즉 아침에 일어나 향수를 뿌리는 습관을 갖는 것도 변화요, 옷을 잘 입는 사람이 되고자 아이쇼핑에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도 변화”라며 “사소한 것이라도 변화의 맛을 보면 자극을 받고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운동에 미친’ 주부 전지영씨(서울 성동구 옥수동)의 ‘롤 모델’은 ‘몸짱’ 가수 이효리가 아닌 프로복서 이인영이다. 전씨는 매일 필라티즈로 몸을 풀고 근육운동을 한 뒤, 헬스 사이클과 리권(태권도의 발동작과 권투의 손동작, 에어로빅의 스텝을 결합해 만든 운동)으로 ‘몸 쓰기’를 마무리한다.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 가량.
마른 몸에, 조화롭게 붙은 근육으로 다져진 굵은 허벅지와 팔을 갖게 된 것은 2003년 초 실직 덕분(?)이란다. 회사를 그만둔 뒤 우울증에 시달리던 전씨는 땀을 흘리는 것으로 활력을 되찾았다.
‘아름다운 몸’ 아닌 ‘내가 좋아하는 몸’ 만들기
그는 요즘엔 필라티즈에 흠뻑 빠져 있다고 했다. 전씨가 거르지 않고 하는 필라티즈는 웰루킹족의 최신 키워드. 요가는 복식호흡을 통해 몸을 릴랙스하게 해주지만 필라티즈는 다양한 호흡법을 사용하며 구석구석의 근육을 모두 자극한다. 필라티즈코리아 원정희 원장은 “필라티즈는 몸을 정렬(얼라인먼트)시켜주는 운동으로 신체의 거의 모든 근육, 즉 잔 근육과 큰 근육을 모두 관리할 수 있다”면서 “권투 수영 펜싱 수상스키 요가 무용 서커스의 동작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전씨는 몸이 변화하면서 삶을 바라보는 태도도 바뀌었다. 언제부턴가 친구들의 돈타령이 우스워졌고 부족하지만 마음은 늘 부자로 살 수 있는 게 가장 큰 선물이다. 튼튼해진 뒤 자전거로 여의도까지 다녀오기, 양수리로 수상스키 타러 가기, 인라인스케이트로 고수부지 달리기 등은 그의 취미가 됐다. 남편과 주말을 알차게 보낼 수 있게 된 것은 덤이다.
‘보기 좋게 살고자’ 하는 여성들이 운동을 하면서 강조하는 것은 ‘질병 없이 튼튼한 몸’ 혹은 ‘아름다운 몸’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몸’을 만드는 것이다.
한의사 이유명호씨는 “새해엔 여성들이 자신의 몸을 인식하고 몸을 즐기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미디어와 상업주의, 더하여 학교 교육이 퍼뜨린 외모 가꾸기에 정신이 팔린 여성들도 적지 않지만 상당수의 여성들은 운동으로 보상받은 힘의 자각을 통해 ‘오르가자미’를 느끼기 시작했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박세리나 한비야가 몸매에 집착했다면 평생 울고 살았겠죠. 웰루킹족이 되려면 세리의 햇볕에 탄 튼튼한 두 다리가 진정으로 아름답게 또 건강하게 보여야 하고, 그것을 닮고 싶어해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어려서부터 축구든 야구든 똑같이 시켜요. 우리는 ‘너희는 약하니까 안 해도 돼’라는 말을 듣잖아요. 그게 함정인 줄 모르고요.”
또 새해다. 또 새 결심을 하는 때다. 핵심은 역시 건강한 삶, 풍요로운 생활일 게다. 요즘 떠오르는 신조어가 있다. ‘웰루킹(Well-looking)족’, 그러니까 ‘보기 좋게 살기’에 관심을 집중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주 관심사는 건강과 아름다움. 그러나 단지 ‘멋지게 보이기’가 목표는 아니다. 개성과 타고난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외모 가꾸기, 건강과 미용을 위한 운동이며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활력 넘치는 삶을 살고자 한다.
멋진 삶을 원한다면 먼저 멋진 사람이 돼야 한다. 자기 자신에게 섬세한 관심을 기울이고,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바꿔야 할 것은 무엇인지 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자신감이 생기면 풍기는 분위기 또한 달라진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사람을 볼 때는 이목구비가 아닌 그가 풍기는 전체적 느낌을 읽는다”고 했다. 진정한 의미의 웰루킹족은 나를 바꿈으로써 나에 대한 세상의 ‘느낌’을 바꾼다. ‘결심만 하는 바보’에서 ‘실천하는 주체’로 거듭나는 것이다.
‘결심만 하는 바보’에서 ‘실천하는 주체’로
박장혁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구본형 소장은 “‘지금의 나’에서 ‘내가 원하는 나’로의 변화는 ‘하루를 개편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고 말한다. 어떤 목표를 실현하려면, 나아가 송두리째 뒤바뀐 삶을 살려면 결국 하루의 일과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 몸을 위해 달리기를 하든, 웰빙 트렌드를 좇아 유기농 채소를 먹든, 외모를 위해 헤어스타일을 매만지든 하루 속에 변화가 녹아들어 실천돼야 한다는 것이 구소장의 조언이다.
‘변신’을 원한다면 먼저 한번쯤 자신의 외모를 꼼꼼히 살펴보자. ‘나 자신’을 얼마나 잘 드러내고 있는지, 업무와 직업에 도움이 되는지, 약점이라 생각해 자신도 모르게 움츠려드는 부분은 없는지. 외모는 의식의 거울이자, 타인에게 자신의 생활과 습관을 짐작케 해주는 바로미터이며, 대인관계의 첫 관문이다.
김주란
“사업상 외국인들을 만날 일이 많거든요. 그 친구들은 어쩌면 그리 옷을 잘 입을까, 또 매너도 좋고 말솜씨도 훌륭할까 생각했지요. 저도 더 늦기 전에 바꿔야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습니다.”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 적절한 자기 개조 필요
이발은 목욕탕에서 하고 사계절 내내 구두 한 켤레로 버티던 그였다. 그러나 컨설팅을 받은 후부터 달라졌다. 미장원에서 머리를 매만지고 구두도 양복 색깔에 맞춰 네 켤레나 마련했다. 잠들기 전 다음날 입을 의상을 미리 챙겨놓으며 몸과 옷의 청결에 더 많이 신경을 쓰게 됐다.
“이전에는 그저 금시계가 최고인 줄 알았거든요. 이젠 수수하면서 품위 있는 제품을 착용합니다. 몸매에도 신경이 쓰여 수영을 시작했어요. 또 멋을 내려면 부지런해야 하거든요. 자연히 생활도 더 타이트해지고 생기 있어졌습니다. 거래처나 바이어들 반응이야 물론 좋지요. 결혼식장에라도 가면 ‘네가 신랑인 줄 알았다’는 얘기들이 쏟아져요. 기분 최고죠.”
보험설계사 김주란씨(36) 역시 사람 만날 일이 많은 직업의 특성상 외모에 남다른 신경을 쓰게 된 경우다.
“이전에는 그냥 ‘무조건 정장에 깔끔하게만 입자’는 주의였어요.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안 되겠더라구요. 좀 어려 보이는 이미지가 오히려 일에 방해가 되기도 하고. 그래서 요즘은 성숙한 전문직 여성 분위기를 내기 위해 여러모로 신경 쓰고 있어요. 효과야 계약 실적이 말해주지요.”
양혜승
키가 166cm인 양씨는 대학 무용과 재학 시절 몸무게 48kg 말라깽이였다. 졸업 후 이론 공부에 치중하며 무용 교습에만 힘을 쏟다보니 체중이 106kg까지 늘었다.
“그런데 전 스트레스 받지 않았어요. 살찐 상태에서도 나름대로 멋있을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거든요. 체중과 상관없이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 잘 어울리는 옷을 찾아 입고 늘 웃으며 다녔죠. 운동도 많이 하고요. 가수 데뷔할 때도 ‘살 빼야겠다’ 그런 생각 전혀 안 했어요.”
2집 준비 때문에 바쁘게 움직이느라 최근 78kg까지 빠진 양씨는, 그러나 앞으로도 무리한 다이어트는 하지 않을 생각이란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긍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잖아요. 그래서인지 제 주위에서도 살쪘다고 수군거리는 사람은 전혀 없어요. 오히려 울림통이 커 목소리가 참 좋다는 말을 많이 듣는 걸요.”
원정희 원장(왼쪽)은 필라티즈를 하면서 느끼는 행복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송윤홍씨(36·우리은행 증권수탁팀 과장)는 매일 밤 운동화 끈을 조여 맨다. 2003년 1월부터 ‘습관’이 된 ‘달리기 길’에 나서기 위해서다. 주변의 동료들이 과로로 쓰러지는 모습을 보면서 ‘건강할 때 몸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달리기가 어느새 취미를 넘어 버릇이 됐다.
“부서 성격상 야근이 잦아요. 밀려오는 짜증과 스트레스 탓에 육체적으로 한계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죠. 꼭 1년 만에 라이프 스타일이 송두리째 바뀌었습니다. 새로 태어났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마음가짐은 물론 외모까지 훤칠해졌으니까요.”
송씨는 ‘하루’ 속에 달리기를 넣음으로써 자신, 가족, 일 모두에 충실해졌다. 하루 5km로 시작한 달리기는 어느새 10km, 다시 20km로 이어졌고 지난 10월엔 첫 풀코스 마라톤 도전에 나서 3시간 50분대의 ‘좋은’ 기록으로 완주했다. 건강은 눈에 띄게 좋아졌으며, 그 사이 진행한 회사의 대형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늘 유쾌 상쾌 통쾌하다보니 가족들에게도 ‘100점 아빠’가 됐다.
변신 제1지침은 습관을 바꾸는 것
송씨는 요즈음 동아마라톤에서 3시간 30분대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달리는 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3시간 30분대’는 보스턴마라톤 완주라는 또 다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디딤돌. 울트라마라톤, 철인3종 등 더 힘들고 고된 목표에 도전하고 싶다는 그는 “부모님이 주신 몸을 열심히 쓸 수 있다는 게 달리기를 시작하고 난 뒤로 행복해진 이유인 것 같다”며 소리내어 웃었다.
최수영
습관을 바꾸는 것은 변신을 위한 제1지침이다. 변호사 최수영씨(36)도 마찬가지다. 최씨는 스스로를 ‘깊은 숨 전문가’라 부른다. 그가 하루에 호흡을 고르는 데(단전호흡) 투자하는 시간은 2∼4시간 정도. 매일 새벽 5시에 몸을 일으켜 단전호흡에 몰입하다 보면 뱃속에서 에너지와 열정이 샘솟는다.
최씨가 ‘깊은 숨 고르기’에 빠져든 것은 수년 전 의사의 실수로 폐암 판정을 받으면서부터다. 정밀검사 결과 결핵으로 밝혀졌지만 당시의 충격은 ‘하늘이 노랗게 보일 정도’였다고. 그는 그때부터 시작한 단전호흡이 삶의 엔진 구실을 하고 있으니 ‘폐암 소동’에 오히려 고마워해야겠다면서 웃었다.
최씨는 생각→습관→행동의 순서로 ‘나’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테니스를 시작하든 수영을 배우든 최근 유행하는 요가를 하든, 시작은 생각에서 비롯된다는 것. 생각을 실천하는 게 곧 변화요, 변신이다. 사람들은 ‘나’와 놀고자 달리기를 하고 ‘나’를 돌아보고자 호흡을 고르며 ‘나’를 극복하고자 산에 오른다. 최씨는 딱 100일만 실천하면 ‘습관’이 된다고 했다.
구본형 소장은 ‘나’를 위해 ‘나를 R&D하는 것’이 변화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취미를 갖고 싶거나 악기 연주를 배우고 싶으면, 또 아내와 주말마다 화랑을 찾고 싶다면 ‘습관’으로 만들면 된다는 것. 그는 “뭘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뭘 하겠다는 개념, 즉 아침에 일어나 향수를 뿌리는 습관을 갖는 것도 변화요, 옷을 잘 입는 사람이 되고자 아이쇼핑에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도 변화”라며 “사소한 것이라도 변화의 맛을 보면 자극을 받고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운동에 미친’ 주부 전지영씨(서울 성동구 옥수동)의 ‘롤 모델’은 ‘몸짱’ 가수 이효리가 아닌 프로복서 이인영이다. 전씨는 매일 필라티즈로 몸을 풀고 근육운동을 한 뒤, 헬스 사이클과 리권(태권도의 발동작과 권투의 손동작, 에어로빅의 스텝을 결합해 만든 운동)으로 ‘몸 쓰기’를 마무리한다.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 가량.
마른 몸에, 조화롭게 붙은 근육으로 다져진 굵은 허벅지와 팔을 갖게 된 것은 2003년 초 실직 덕분(?)이란다. 회사를 그만둔 뒤 우울증에 시달리던 전씨는 땀을 흘리는 것으로 활력을 되찾았다.
‘아름다운 몸’ 아닌 ‘내가 좋아하는 몸’ 만들기
그는 요즘엔 필라티즈에 흠뻑 빠져 있다고 했다. 전씨가 거르지 않고 하는 필라티즈는 웰루킹족의 최신 키워드. 요가는 복식호흡을 통해 몸을 릴랙스하게 해주지만 필라티즈는 다양한 호흡법을 사용하며 구석구석의 근육을 모두 자극한다. 필라티즈코리아 원정희 원장은 “필라티즈는 몸을 정렬(얼라인먼트)시켜주는 운동으로 신체의 거의 모든 근육, 즉 잔 근육과 큰 근육을 모두 관리할 수 있다”면서 “권투 수영 펜싱 수상스키 요가 무용 서커스의 동작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전씨는 몸이 변화하면서 삶을 바라보는 태도도 바뀌었다. 언제부턴가 친구들의 돈타령이 우스워졌고 부족하지만 마음은 늘 부자로 살 수 있는 게 가장 큰 선물이다. 튼튼해진 뒤 자전거로 여의도까지 다녀오기, 양수리로 수상스키 타러 가기, 인라인스케이트로 고수부지 달리기 등은 그의 취미가 됐다. 남편과 주말을 알차게 보낼 수 있게 된 것은 덤이다.
‘보기 좋게 살고자’ 하는 여성들이 운동을 하면서 강조하는 것은 ‘질병 없이 튼튼한 몸’ 혹은 ‘아름다운 몸’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몸’을 만드는 것이다.
한의사 이유명호씨는 “새해엔 여성들이 자신의 몸을 인식하고 몸을 즐기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미디어와 상업주의, 더하여 학교 교육이 퍼뜨린 외모 가꾸기에 정신이 팔린 여성들도 적지 않지만 상당수의 여성들은 운동으로 보상받은 힘의 자각을 통해 ‘오르가자미’를 느끼기 시작했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박세리나 한비야가 몸매에 집착했다면 평생 울고 살았겠죠. 웰루킹족이 되려면 세리의 햇볕에 탄 튼튼한 두 다리가 진정으로 아름답게 또 건강하게 보여야 하고, 그것을 닮고 싶어해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어려서부터 축구든 야구든 똑같이 시켜요. 우리는 ‘너희는 약하니까 안 해도 돼’라는 말을 듣잖아요. 그게 함정인 줄 모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