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클론 주식의 내부거래 혐의가 밝혀진 후 몰려든 기자들을 피하고 있는 마사 스튜어트.
정답은 뜻밖이다. ‘뉴욕 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부당내부거래 혐의로 고발된 마사 스튜어트 리빙 옴니미디어(MSO)의 CEO 마사 스튜어트가 죄수복을 입고 쇠고랑을 찬 모습이 1위라고 한다. 그 다음은 스파이더맨과 원더우먼 복장.
아마도 이 소식을 접한 미국의 가정주부들은 착잡한 기분을 감추기 어려울 것이다. 1960년대 여성들의 우상이 재클린 케네디와 마릴린 먼로였듯이, ‘마사’는 미국 주부들의 우상이자 역할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단풍잎과 솔방울로 장식된 추수감사절의 상차림을 보면 미국 주부들은 “오, 참 마사다운(Very Martha) 식탁이네”라고 감탄하고 요리가 잘 되면 “야, 정말 마사 같은 순간(Martha moment)이야”라고 말한다.
70년대 주문요리 사업으로 돈방석
마사 스튜어트가 K마트 회장인 척 코나웨이와 요리하고 있다. 마사에게 거액의 광고료를 쏟아부었던 K마트는 올봄에 파산했다.
그러나 마사는 최근 주식을 부당하게 내부거래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설상가상으로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는 위증까지 해 마사의 철창행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칼럼니스트 크리스토퍼 바이런이 쓴 평전 ‘마사 스튜어트’(최인자 옮김, 동아일보사 펴냄, 392쪽, 1만2000원)는 아이로니컬하게도 마사의 거대한 성이 막 무너지기 시작한 순간에 출간됐다. 이 책에서 바이런은 빈곤한 노동자 계급의 소녀였던 마사가 주문요리 사업을 시작해 미국의 ‘대표 살림꾼’으로, 그리고 마침내 억만장자로 군림하게 된 과정을 주도면밀하게, 그리고 냉정하게 쫓아갔다. 또 이 와중에서 마사의 이미지가 실은 상당부분 가공됐다는 점도 지적한다. TV 화면에서 “장미꽃은 막 저녁 이슬이 내리기 시작할 때쯤 가지를 쳐줘야 해요”라고 우아하게 말하는 마사가 실은 욕을 입에 달고 다니다시피 하며 필요하면 친구도 예사로 배신하는 여자였다는 것을.
마사의 부모는 폴란드에서 이민 온 노동자 계층이었다. ‘금발머리에 흰 빵처럼 하얀 피부’를 가진 마사는 버나드 여대 재학 시절 잡지 모델로 일했고 법대생인 앤디 스튜어트와 결혼한 후에는 월 스트리트의 주식중개인으로 변신했다. 그러나 모든 게 별로 성공적이진 못했다. 잡지 모델은 결혼과 함께 종지부를 찍었고 마사가 일했던 증권회사는 파산했다.
그러나 71년 코네티컷 주 터키힐에 있는 낡은 집을 사면서 마사의 인생은 일대 전환점을 맞이한다. 2년에 걸쳐 이 집을 수리하면서 집 꾸미기에 대한 마사의 탁월한 재능이 드러난 것이다. 이 일로 자신감을 얻은 마사는 집 부엌을 사무실 삼아 주문요리 사업을 시작했다. 직장여성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70년대의 분위기로 볼 때 마사의 사업 아이템은 더없이 적절했다.
이후 ‘엔터테이닝’ ‘마사 스튜어트의 빠른 요리법’ 등의 요리책, 정원 가꾸기와 집 꾸미기 비디오, 할인판매점 K마트의 모델, 잡지 ‘마사 스튜어트 리빙’, TV 쇼와 신문 칼럼 등으로 마사의 영역은 급격히 확대되었다. 칼럼 ‘마사에게 물어보세요’는 ‘뉴욕 타임스’ 등 220개 신문에 동시 게재되었으며 TV 쇼 ‘마사 스튜어트 리빙’은 9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번역 출간된 크리스토퍼 바이런의 책 ‘마사 스튜어트’.
소박한 주부의 미소를 짓고 있는 마사가 실은 주도면밀한 사업가라는 사실은 어찌 보면 이율배반적이다. 마사는 하루 4시간만 자고 20시간씩, 휴일도 없이 일했다. 입버릇처럼 “시간이 남으면 피곤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성공을 위한 극단적인 치달음과 긴장은 곳곳에서 파열음을 냈다. 마사는 점차 신경질적이고 독선적으로 변해갔다. 회사 직원들은 복도에서 회장과 맞닥뜨리는 것을 두려워했다. 바이런은 그를 이렇게 표현했다. “TV 카메라가 돌아갈 때 너무나도 우아하던 마사는 카메라가 꺼지자 상스러운 욕설을 용암처럼 뿜어냈다.” 심지어 ‘마사는 정신이상자다’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더구나 마사는 자신이 책과 잡지, TV 방송에서 말한 것처럼 완벽한 가정에서 살고 있지도 못했다. 불화를 거듭하던 남편 앤디와의 결혼은 일찌감치 종지부를 찍었다. 마사는 “왜 아이를 하나밖에 낳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더 낳고 싶었지만 남편이 암으로 성 불구가 됐다”고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승승장구를 거듭하던 마사의 사업은 현재 위기를 맞고 있다. 49.50달러까지 치솟았던 MSO의 주식은 불경기와 9·11 테러 등을 맞으며 폭락을 거듭했다. 결국 2001년 말에는 주당 16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와중에 마사는 올해 초 자신이 보유한 300만 주를 주당 15달러에 팔아버려 주가폭락의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MSO의 주주들은 ‘마사가 주주에 대한 책임을 소홀히 했다’며 집단소송을 냈다.
또 마사는 지난해에 생명공학회사 임클론의 CEO인 샘 왁슬의 전화를 받은 직후, 임클론의 주식 4000주를 팔았다. 올 봄 임클론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마사는 내부자거래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결국 최근 MSO는 자사의 신규 제품에서 ‘마사 스튜어트’라는 이름을 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신이 온 힘을 바쳐 키워온 브랜드인 ‘마사의 이미지’가 이제 마사를 밀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마사의 파국은 마사가 그처럼 강조했던 ‘아름답고 소중한 가정’을 등지고 사업가의 모습으로 돌아서면서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마사를 역할 모델로 삼았던 주부들은 뛰어난 사업가로 거듭난 마사의 모습에 배신감과 시기심을 느꼈을 것이다. ‘부패한 사업가 마사’의 언론보도는 분명 과장된 부분이 있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완벽하게 깨끗하던 마사의 이미지가 실은 가공된 것이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그리고 그 분노로 인해 마사의 아름다운 성은 덧없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