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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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는 票心을 싣고

노-정 최대 승부처 ‘TV토론을 잡아라’… 자기 약점 막고 상대 정보 수집 총력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2-11-20 14: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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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는 票心을 싣고
    민주당 노무현 후보,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 간 후보단일화의 최대 승부처는 TV토론이다.

    두 후보 간 TV토론은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여러 경우의 수를 낳고 있다. 한나라당은 후보단일화 합의가 나오자마자 TV토론의 위법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만큼 TV토론이 여론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당, 국민통합21이 한나라당의 반발에 관계없이 당의 사활을 걸고 TV토론을 성사시키려 한 것도 이 때문이다. TV토론이 열릴 경우, 거기에 참여하는 자체만으로도 노후보와 정후보 모두 일정 수준의 득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토론 내용에 대한 여론의 평가에 따라 양 후보의 처지는 엇갈릴 수밖에 없다. 노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의 양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최근까지 정후보에게 약간의 열세를 보여왔다. 노후보측은 TV토론에 승부수를 던졌다. 노후보는 TV토론에서 압도적 우세를 거둬 이를 여론조사에 반영시킨다는 것이 목표다. 후보단일화 합의 직후인 11월16일 노후보는 미디어선거특별본부를 후보단일화 TV토론 대책본부로 기민하게 전환시켰다. 후보단일화 TV토론 대책본부는 전략기획팀, 정책토론팀, 데이터베이스 지원팀으로 구성돼 있다. 전략기획팀은 정후보와의 양자 토론에 임하는 전체적 방향과 전략을 수립하는 곳이다. 눈길을 끄는 조직은 데이터베이스 지원팀. 조광한 팀장은 “TV토론에서 정후보를 검증할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후보 관련 언론보도 내용, 정후보가 그동안의 TV토론에서 언급한 발언들, 자체 수집 정보 등을 걸러서 검증 소재가 될 만한 것들을 전략기획팀으로 보내고 있다.

    盧측 “압도적 우세 목표” 鄭측 “최소 무승부 확신”

    정후보의 친재벌적 경제정책 의혹, 수십여명에 이르는 재벌 친인척 관리의 문제는 정책문제와도 연관되므로 당연한 검증 대상. 노후보측 관계자는 “좀더 면밀한 부분까지 정후보의 자질을 검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전자 주가조작 가담 의혹, 재산 형성 과정 의혹 등도 포함될 수 있다는 것. TV토론 생중계가 선관위에 의해 한 차례만 허용됨에 따라 노후보의 정후보에 대한 공격이 더 큰 격랑에 휩싸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정몽준 후보는 TV토론을 위한 별도기구를 두지 않고 있다. 자문교수단이 수명의 특보와 함께 논의하는 수준이다. 후보가 알아서 잘할 것이라는 분위기다. 박범진 대선후보 비서실장은 “TV토론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후보측은 세 가지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보고 있다. 두 후보는 TV토론을 ‘정책 중심’으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 대목은 문서로 합의까지 한 사항이어서 노후보가 자질 검증을 대놓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박범진 실장은 기자에게 “만약 노후보가 TV토론에서 현대전자 주가조작 문제를 거론한다면 이는 합의정신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합의문서를 근거로 노후보에게 미리 제동을 걸겠다는 뜻이다.

    양 후보 간 정책 공조, 탈락한 후보가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대선 끝까지 단일후보를 돕기로 합의한 점도 정후보의 어깨를 가볍게 한다. ‘공조가 가능할 정도로 정책에 비슷한 점이 있다’고 노후보가 사전에 인정했기 때문에 대북정책, 재벌정책, 교육정책 등 정후보의 주요 정책을 노후보가 공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 국민통합21 관계자는 “지는 쪽이 이기는 쪽을 끝까지 돕기로 합의한 부분도 토론이 상대 흠집 내기로 치닫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정 간 후보단일화 합의는 노후보의 화력을 약화시키는 쪽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국민통합21 김행 대변인은 “민주당은 우리의 우군”이라고 말했다. 이에 화답하듯 민주당은 논평에서 이익치-한나라당 커넥션 의혹을 제기했다. 이익치씨의 현대전자 주가조작 의혹 제기에 대해 정후보 편을 들어준 것이다. 이러한 양당 간 공조 분위기는 공격수 입장에서 TV토론에 임하는 노후보에겐 부담일 수 있다.

    정후보측 우려는 한두 가지 정도다. 노후보가 TV토론에서 정후보와 관련된 새로운 의혹을 제기해 그것이 이슈화되어 여론이 반전되는 경우다.

    노-정 간 TV토론은 지난 3월 민주당 경선후보 토론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당시 2위 이인제 후보는 1위 노무현 후보를 집중 공격했다. 다음은 TV토론에서 노후보를 상대로 한 이후보 발언. “민주당 정책 중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가 있나” “89년 악법은 다 부숴야 한다.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얘기하지 않았나” “언론과도 전쟁을 할 거냐” “국민의 뜻이 모였다고 말하면 되는데 왜 총궐기했다고 표현하나. 이런 것들이 노후보의 이념적 에너지로 타오르는 것 아닌가”. 당내 후보간 논쟁으로 보기 어려울 만큼 공격 수위가 높았다. 노후보가 이러한 공격으로 곤란을 겪은 것이 사실이다.

    당시 TV토론의 경우 지는 후보가 이기는 후보를 돕겠다는 점, 정책적으로 동질성이 있다는 점에 관한 후보간 사전합의가 없었다. 이 때문에 2위 후보는 TV토론에서 1위 후보에게 맹공을 가할 명분이 있었다는 것. 그러나 이번 노-정 간 TV토론은 노후보로부터 이 부분들에 대한 사전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게 국민통합21측 분석이다. 선두 후보에게 유리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정후보측은 최소 무승부를 확신한다. 물론 TV토론 과정에서 ‘합의정신’이 유보되어 양자간 대립이 격화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이럴 경우 후보단일화는 예측불가의 상황에 빠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3월 중순은 민주당 경선 초반이었다. 이때만 해도 선두는 이인제 후보였다. 당시엔 노무현 후보가 이후보를 공격했다. 그 공격이 얼마나 매서웠던지 이후보는 3월21일 TV토론에서 “노후보는 상대를 너무 무자비하게 부정하고 폄하한다”고 쏘아붙였다.

    8개월이 지난 지금 노후보는 다시 TV합동토론에 나선다. 경기 규칙은 노후보 쪽에 조금 더 불리해졌다. 노후보가 이번 TV토론에서 어떤 전략으로 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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