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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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로 번 돈 친구 위해 썼다?

곽경택 감독 조폭자금 지원설 파문 … 갈취냐 자발적 배려냐 ‘검찰도 답답해!’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2-11-21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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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로 번 돈 친구 위해 썼다?

    연이은 고소와 투서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곽경택 감독(왼쪽). 영화 ‘친구’를 만들며 ‘진짜’ 친구가 된 곽감독과 주연배우 유오성은 사소한 시비로 ‘원수’사이가 됐다.

    ”너희들이 ‘친구’를 알아!”

    지난해 영화 ‘친구’로 관객 동원 820만명의 신화적 흥행기록을 세운 곽경택 감독이 ‘범죄단체’에 자금을 지원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영화 ‘친구’의 콤비였던 영화배우 유오성측과의 저작권 침해 시비 이후 또다시 불거진 이번 검찰 수사 파동은 7월24일 부산지방검찰청에 접수된 투서에서 비롯됐다. 김모씨 명의로 작성된 이 투서는 “영화 ‘친구’의 제작사와 배급사가 부산지역 최대 폭력조직인 칠성파의 협박을 받고 5억원을 범죄단체에 지원했으며, 곽감독이 이를 중개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수사에 들어간 검찰은 계좌추적 결과 제작사와 배급사측에서 지난해 8월 곽감독에게 각각 2억원과 3억원을 입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자금이 조직폭력배의 범죄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를 위해 올 8월 피고소인 자격으로 곽감독을 소환했으나, 그는 신작 영화 ‘똥개’ 촬영을 위해 외국에 나갔다 들어오면서 이미 잠적한 상태였다. 검찰이 그에게 지명수배를 내린 시점이 바로 그때였다.

    사건 발단 ‘투서’ 주인공 누구냐

    문제가 커진 것은 11월13일 한 중앙일간지가 검찰의 피고소인 수사가 이뤄지지도 않은 시점에서 ‘곽경택 감독 조폭 연루 수사, 영화사서 5억 갈취, 부산 칠성파에 전달’이라고 보도하면서부터였다. 잠적해 있다던 곽경택 감독은 그의 대리인 양중경씨(36)를 통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양씨는 곽감독의 부산고 동문으로 그와 함께 영화 제작사 진인사필름을 만든 인물. 영화 ‘친구’에도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깜짝 출연하기도 했다.



    곽감독은 양씨를 통해 “지난해 8월 제작사와 배급사로부터 ‘친구’의 흥행 수익 중 감독에 대한 보너스 명목으로 5억원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중 2억5000만원을 친구 정모씨(영화 속 준석의 실제 인물)의 선배에게 줬지만 조직폭력배나 범죄단체의 자금으로 준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정씨는 칠성파 행동대장으로, 1993년 7월 초 자신이 속한 칠성파와 세 싸움을 벌이던 신20세기파 중간보스 한모씨(36·영화 속 동수)를 조직원을 시켜 살해한 장본인. 그 후 정씨는 살인교사 혐의로 10년형을 선고받고 8년째 복역하고 있다. 영화 ‘친구’는 당시 부산 중구 동광동 거리에서 벌어졌던 살인사건을 소재로 삼은 영화로 정씨와 한씨, 곽감독의 전기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구’로 번 돈 친구 위해 썼다?
    곽감독은 “어렵게 살고 있는 친구(정씨)에게 도움을 주려는 생각밖에 없었고 친구가 ‘믿을 만한 선배에게 돈을 주라’고 사정을 해 지난해 8월 말쯤 한 호텔 커피숍에서 그를 직접 만나 2억5000만원을 전달했다”며 “선배라는 사람은 처음 보는 사람이었으며 그가 칠성파 중간보스라는 사실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설사 친구가 아니라 하더라도 까발리기 싫은 자신의 과거를 영화화하는 데 흔쾌히 응해줬고, 대본을 쓰는 데도 도움을 준 원작자에게 흥행 보너스를 나눠준 게 무엇이 잘못이냐”는 게 곽감독측의 주장. 영화 ‘친구’에서 마약에 찌든 준석에게 상택(곽감독 자신)이 “성공하면 택시 한 대 뽑아준다”고 했던 약속을 지킨 셈이다.

    하지만 검찰이 주목한 점도 바로 이 대목이다. 정씨를 도와주려면 그 가족에게 직접 돈을 전달하지 하필이면 조폭 집단의 중간보스에게 돈을 전달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

    이에 대한 곽감독측의 반박은 이렇다. “이야기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정씨는 부인과 떨어져 산 지 벌써 8년이 지났고, 그가 부인 외에 다른 사람에게 돈을 주라고 한 사실이 알려지면 부인과 자식이 얼마나 상심할 것인가를 걱정했다. 정씨도 사실은 부인을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특히 이 문제와 관련, 곽감독은 전혀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어렵게 살고 있는 친구의 부인 생각이 나 부인에게도 얼마간의 돈을 전달했다”는 것. 즉 정씨의 선배에게도 돈을 줬지만 가족들에게도 생활자금 일부를 지원했다는 이야기다.

    언론의 보도 내용에 펄쩍 뛰기는 제작사와 배급사도 마찬가지. 영화 ‘친구’의 배급사인 코리아픽처스 대표 김동주씨는 “협박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곽감독에게 건네진 5억원은 총 200억원의 흥행수익 중 감독 몫의 러닝 개런티며 당시 조명, 촬영감독은 물론 조연배우들에게까지 보너스가 지급됐는데 무슨 이야기인지 납득이 안 간다”고 반발했다. 그는 또 “곽감독은 5억원에 대한 세금도 다 냈고 증거도 있다”며 “다만 얼마를 받았는지 밝히지 말라고 부탁해 그렇게 한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친구’로 번 돈 친구 위해 썼다?

    영화 ‘친구’에 이어 ‘챔피언’에서 다시 뭉쳐 우의를 과시했던 곽경택 유오성 콤비. 영화보다 더 각별했던 그들의 우정이 다시 이어지기를 팬들은 애타게 기다린다.

    곽감독에 대한 또 다른 의혹 중 하나는 그가 왜 검찰의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잠적했느냐는 점. 양사장은 “소환 통보를 받은 적이 없는데 지명수배를 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잠적 이유에 대해서는 “유오성측이 낸 저작권 소송 건으로 소환 통보를 받은 상황에서 유오성에게 합의를 하고, 잘못을 빌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이런 투서를 한 것일까. 일단 영화계에서는 유씨측을 의심하는 분위기. 유씨와 곽감독측은 이 사건이 터지기 전 서로 치고받는 고소, 소송 난타전을 벌였기 때문. 사실 유오성은 영화 ‘친구’가 제작비 문제로 위기에 처했을 때도 끝까지 곽감독을 도와준 인물로, 영화 ‘챔피언’ 제작 당시에도 다른 모든 활동을 중단할 만큼 곽감독을 따르고 좋아했다. 곽감독도 평소 유씨를 “내가 아는 가장 열정적인 배우”라고 칭찬하며 영화 ‘챔피언’의 대본이 나왔을 때 모든 배우를 제쳐놓고 주인공역을 그에게 맡길 정도였다.

    ‘사적으로 절친한 친구이자 가장 존경하는 감독과 배우’ 사이였던 둘 사이가 이런 오해를 받는 관계로까지 치닫게 된 것은 7월18일 유씨의 소속 JM라인이 “유씨와 동의 없이 별도로 편집된 영화 챔피언의 영상물을 모 의류업체 CF에 제공, 초상권을 침해했다”며 이 영화의 배급사인 코리아픽처스를 서울지검에 고소하면서부터. 이후 양측은 한때 고소를 취하하기로 하는 등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으나 유씨의 공개사과 문제로 다시 사이가 갈라졌다.

    이후 한동안 조용하던 둘의 관계는 8월 말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초청 기자회견에서 유씨에 대한 지지 여부를 놓고 곽감독측의 일부 사람들이 “올챙이 적 모르고 많이 커서 사람이 변했다”고 비난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유씨측이 “곽감독이 유씨에게 고소를 취하하라며 협박했다”는 주장을 내놓으며 싸움의 불씨를 새로 지핀 것.

    검찰은 10월30일 곽감독이 소환에 불응하고 소재 파악이 되지 않자 지명수배를 내렸고, 이에 곽감독이 이사로 있는 챔피언의 제작사 진인사필름이 다음날 유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챔피언 상영중 초상권 침해로 고소를 해 영화 이미지가 실추돼 흥행에 실패하게 됐으니 배상을 하라”는 주장이었다.

    영화계에서는 양자 간 다툼의 근본 원인을 ‘친구’ 이후 곽감독 자신도 투자한 영화 ‘챔피언’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서로간에 벌어진 책임 논쟁이 감정싸움으로까지 확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곽감독은 유씨측이 저작권 위반으로 자신을 고소하기 며칠 전인 7월14일 한 일간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영화의 실패 원인을 두고 “유오성의 연기가 박지성(당시 월드컵이 막 끝난 뒤임)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고 말해 유씨측을 먼저 자극했다.

    하지만 곽감독측은 투서를 한 쪽이 유씨측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곽감독은 “오성이가 친구(정씨)에게 사례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해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을 뿐 자세한 내용은 모르기 때문에 오성이가 그랬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영화 ‘친구’의 흥행 후 제작진 내부에서도 내홍을 겪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화계의 한 인사는 “친구의 수익금 배분을 둘러싸고 홍보사의 직원이 불만을 품고 집단 사직을 하는 등 다툼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즉 영화 ‘친구’의 수익금 배분에 불만을 품은 제삼자가 투서를 했다는 주장이다. 영화 ‘친구’ 이후 친구가 ‘적’으로, ‘원수’로 변한 대상이 유씨뿐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번 사건으로 가장 큰 곤란을 겪고 있는 쪽은 곽감독이지만 오히려 답답해하는 쪽은 검찰이다. 범죄단체에 자금을 지원한 혐의로 수사를 한다지만 곽감독의 돈을 전해 받은 칠성파가 불법 ‘범죄단체’인 점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 실제 지난해 2월 검찰이 이 조직의 두목 이모씨를 구속할 때도 폭력 및 조세포탈 혐의였지 범죄단체구성법(이하 범단법)이 적용된 것은 아니었다. 한 변호사는 “검찰이 칠성파가 범죄단체이고 문제의 돈이 범죄에 사용됐다는 구체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곽감독의 기소 자체가 힘들 것”이라며 “영화에 대한 사례와 친구지간에 준 돈이라는 반대 증거를 구하는 것도 실질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실제 조직폭력배에 대해 범단법이 적용된 예는 거의 없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 이번 사건의 수사 사실이 알려진 11월13일 즉시 출두 의사를 밝힌 곽감독측에게 검찰이 출두를 한 주 늦춰줄 것을 부탁한 것도 이런 부담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곽감독에 대한 수사 사실이 알려진 것도 ‘내사단계’임을 이유로 엠바고(일정 시점까지 보도를 자제하는 것)가 걸려 있던 사안을 한 일간지가 추측 보도를 하면서 빚어졌다.

    곽감독측은 조만간 검찰에 출두해 관련 정황을 밝히는 한편, 수사 사실을 처음 보도한 일간지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씨측과의 고소사건도 정리하고 11월 말부터는 영화제작에 나선다는 입장.

    영화 ‘친구’의 실제 주인공(준석)과 그 역을 열연한 배우(유오성)에 대한 곽감독의 시선은 너무 다르다. 한쪽은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도 도운 반면, 다른 한쪽은 사소한 오해 때문에 원수지간이 되었다. 영화 ‘친구’를 사랑하고 곽감독을 아끼는 팬들은 이 모든 문제가 잘 마무리돼 하루빨리 그의 새 영화를 보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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