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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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정책 자동차 업체 맘대로?

환경부 2005년 디젤 승용차 허용 방침… 환경단체 “국민건강 뒷전 업계 이익 우선” 반발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입력2002-11-21 09: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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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정책 자동차 업체 맘대로?
    1999년 이후 잠복해 있던 디젤(경유) 승용차 허용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환경부가 최근 현재 휘발유 가격의 56% 수준인 디젤 가격을 85∼100% 수준으로 올리는 것을 전제로 2005년 무렵에는 디젤 승용차를 허용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현재 대형 트럭이나 버스, 그리고 미니밴 등 레저용 차량(RV)에는 디젤 엔진 장착을 허용하고 있지만 디젤 승용차는 91년 로얄XQ 단종 이후 금지해왔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환경부의 경유 승용차 허용 방침에 대해 당장 “국민건강은 뒷전이고 업계 이익만 우선시한 결정”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환경부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심지어 “자동차 배기가스가 대기오염의 주범인 상황에서 경유 승용차를 허용하는 것은 환경부 스스로 환경정책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정부의 환경정책 비전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의 행태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부의 환경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힘쓰기보다는 ‘억지 논리’를 동원해 정부의 환경정책을 후퇴시키는 데만 골몰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 강화 움직임이 일고 있는 만큼 국내 자동차 업체들도 일본 혼다처럼 오히려 정부의 규제를 선도하는 환경 기술을 개발해야 글로벌 경쟁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고언이다. 디젤 승용차 허용은 현대·기아차의 ‘숙원’이었다.

    질소산화물 배출 허용치 기준 완화

    지금까지 환경부가 경유 승용차를 금지해온 수단은 배출가스 규제였다. 현재 세계 각국은 환경보호를 위해 자동차 배출가스 허용치를 정해놓고 일정한 시험 조건에서 그 기준을 통과한 자동차에 한해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기환경보전법 규정에 따라 환경부령으로 배출가스 허용 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경유 승용차는 주행거리 1km당 질소산화물은 0.02g, 입자상 물질(PM·미세 먼지)은 0.01g 이하여야 한다. 현행 유럽연합(EU) 기준보다 각각 2.5배, 5배나 더 엄격한 수준이다. PM은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고, 질소산화물은 오존 생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부가 경유 승용차를 허용하겠다는 것은 바로 이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얘기다.

    환경부의 방침이 변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 우선 2000년 정부의 에너지 가격 체계 개편으로 2006년까지 경유 가격을 휘발유 가격의 75% 수준으로 올리도록 했고, 최근 경유 레저용 차량이 급증하자 경유 가격을 다시 80∼85% 수준으로 인상키로 한 점이다. 둘째 최근 디젤차의 배기가스 저감 기술이 크게 향상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산업정책적인 고려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었다는 게 환경부 안팎의 관측이다. 현대·기아차가 디젤 승용차 비중이 큰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서도 디젤 승용차의 내수 기반이 필요하다고 환경부에 꾸준히 ‘건의’해왔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도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가 유럽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환경정책 자동차 업체 맘대로?

    시민단체인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11월14일 서울 인사동에서 환경부의 디젤 승용차 전면 허용 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현대·기아차측은 디젤 승용차가 허용된다면 국내 디젤 승용차 시장은 연간 12만대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디젤 가격이 휘발유 가격의 75% 수준이 되고 디젤 승용차 가격이 현재의 가솔린 승용차보다 250만~300만원 정도 비싸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RV 차와 가솔린 승용차 수요에서 디젤 승용차로 전환되는 물량이 각각 6만대씩에 달할 것이라는 시장조사기관의 분석에 따른 예측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2월부터 아반떼 라비타 베르나 카렌스-Ⅱ 등 4종의 디젤 승용차를 유럽 지역에 수출하고 있다. 올해 수출 물량은 10월까지 3만대 수준. 반면 현대·기아차의 디젤 승용차 엔진 공장 생산 규모는 22만기 수준. 결국 현대·기아차로선 1500억원을 들여 완공한 이 공장의 투자비 회수를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내수 시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셈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들도 이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현대·기아차측은 “디젤 승용차의 국내 판매가 금지돼 있어 생산 물량이 적을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수출 가격 경쟁력이 약화돼 유럽 수출 확대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디젤 승용차 국내 판매를 요구하는 진짜 이유는 디젤 승용차의 ‘규모의 경제’ 확보 차원이라는 점을 시인한 셈이다.

    현대·기아차 투자비 회수 앞당기기(?)

    디젤 승용차 허용으로 특정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된다면 굳이 비난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특히 재벌 기업의 연이은 부도 때문에 외환위기를 겪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권장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전문가들은 “품질이나 기술 경쟁력에는 별 관심 없고, 가격 경쟁력으로만 수출 시장을 공략하려는 현대·기아차의 구태를 유럽 시장에서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어서 씁쓸할 뿐”이라고 말한다.

    더 큰 문제는 특정 업체의 경영 이익을 위해 국민이 부담해야 할 몫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크다는 데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회적 피해 비용은 연간 5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또 99년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자동차 배출가스는 서울의 대기오염 중 85%를 차지하고 있고, 그 배출가스 중 PM의 100%, 이산화질소의 80%가 디젤차에서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환경부와 현대·기아차측은 최근 개발된 디젤 승용차는 과거의 기계식 엔진을 장착한 디젤차보다 오염물질 배출량이 훨씬 줄어들었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말하는 것은 독일 보쉬사가 개발한 커먼레일 시스템을 적용한 디젤 엔진으로, 과거 디젤 엔진보다 오염물질이 줄어들었고, 정숙성도 뛰어난 것은 사실이다. 현재 국내에 시판되고 있는 현대차 싼타페, 기아차 쏘렌토 카니발 카렌스에 장착돼 있다.

    환경정책 자동차 업체 맘대로?

    환경부는 현재 대기오염 저감 대책의 일환으로 시내버스를 천연가스차로 교체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커먼레일 시스템 엔진이 아무리 개선된 것이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환경부가 시험하는 배출가스 시험모드에 한한다는 점이다. 환경부 규제를 통과한 차량도 시험모드와는 다른 도로 주행 조건에서는 훨씬 더 많은 배출가스를 발생시킬 수 있다. 외환위기 직후 나온 기아자동차 RV 카니발이 그런 경우였다. 당시 카니발은 환경부 규제를 통과하긴 했지만 과다한 매연으로 리콜을 반복했다.

    더욱이 커먼레일 시스템 엔진도 아직은 ‘검증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소비자보호원 김종훈 생활안전팀장은 “커먼레일 시스템 엔진을 장착한 싼타페의 경우 임시번호판을 달고 있는 상황에서 매연이 과다 배출된다는 소비자들의 클레임이 이어지고 있어 커먼레일 시스템 엔진이 아직은 완전히 안정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이 더 문제 삼고 있는 것은 현대·기아차측이 동원한 궤변. 현대·기아차 관계자들은 디젤 승용차 보급이 ‘세계적인’ 추세임에도 환경부가 세계 어느 나라 기술로도 만족시킬 수 없는 배출가스 기준을 만들어놓아 자동차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한마디로 환경부가 ‘글로벌 스탠더드’를 무시한 우물 안 개구리 식 행정을 펼쳐왔다는 주장이었다.

    환경정책 자동차 업체 맘대로?

    디젤 승용차 허용을 꾸준히 요구해온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생산 라인

    그러나 디젤 승용차 보급 확대는 유럽의 추세일 뿐이다. 유럽은 90년 14%이던 디젤 승용차 판매 비율이 2001년 34%로 급증했다. 반면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디젤 승용차 금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 디젤 승용차 판매 비율은 각각 0.2%와 1.5%에 불과하다. 한 전문가는 “유럽에서 디젤 승용차 선호도가 높은 것은 석유자원 수입 억제를 위해 자동차 연료로 디젤 사용을 정책적으로 유도해왔고, 자동차 업체들도 소형 디젤 엔진 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 디젤 승용차에 대한 거부감이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환경부가 현재와 같은 배출가스 기준을 마련한 것은 국내 자동차 업체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외환위기 직후 나온 기아자동차 RV 카니발의 심한 매연이 ‘원흉’이었다는 것. 당시 카니발은 값싼 유지비와 낮은 세금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서울시내 오존 경보의 주범으로 인식됐다. 오존 경보가 발령될 때마다 환경부는 소비자들의 항의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는 후문.

    공교롭게도 디젤 승용차 허용 논란이 제기된 것도 환경부가 카니발로 곤욕을 치르고 있던 99년 무렵이었다. 그해 말 환경부와 자동차 업계의 디젤 승용차 허용 논의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자동차 업체에 원죄가 있다 보니 당시 환경부가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내놓아도 항변하기 힘든 분위기였고, 이런 상황에서 현재의 규제치가 제정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보면 당시 환경부가 규제치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제정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래서 자동차 업체가 “세계 어느 나라 기술로도 만족시킬 수 없는 규제치”라고 주장하면서 디젤 승용차에 대한 규제 완화를 촉구하고 나섰던 것이다. 대개 선진국의 경우 4~5년을 주기로 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하는데, 갑자기 근거도 없이 엄격한 규제치를 만들어놓았으니 자동차 업체가 그 약점을 놓칠 리 없었던 것.

    전문가들은 일부 언론도 문제라고 조심스럽게 지적한다. 현대·기아차측의 교묘한 언론 플레이에 말려들어 현대·기아차측의 논리를 검증 없이 보도함으로써 환경부를 압박했기 때문이라는 것.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환경부가 디젤 승용차 금지 ‘둑’을 포기함으로써 “환경부 스스로 환경을 포기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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