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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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고 짧게’ 살려면 햄버거 먹어라!

‘정크푸드’ 비만·성인병 주범… 첨가 화학조미료는 신경세포막 파괴 뇌장애 불러

  • < 여에스더/ 가정의학 전문의·여에스더 클리닉 >

    입력2004-10-14 16: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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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굵고 짧게’ 살려면 햄버거 먹어라!
    ‘정크푸드’(Junk Food·쓰레기 음식). 햄버거·피자 등 열량은 높은 반면 몸에 꼭 필요한 비타민과 미네랄 등은 거의 없는 음식을 이르는 말이다. 영화 ‘집으로…’에서 도시소년 상우가 외할머니에게 햄버거 피자 치킨을 사달라고 조르는 모습은 우리 주위에서 매일 일어나는 아주 익숙한 일이다. 그만큼 ‘쓰레기 음식’들은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 그러나 건강을 위한다면 정크푸드와의 결별을 생각해야 한다.

    연초에 방영되었던 TV 프로그램 ‘잘 먹고 잘 사는 법’에 출연한 아홉 살 보규. 평소 자주 두통을 호소하던 보규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던 부모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통통할 뿐 건강하다고 여겼던 아들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무려 261로 나온 것. 채소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햄버거 소시지 등만 좋아하는 식습관 탓이다. 성인이 되기 전 정상적인 콜레스테롤 수치는 140~160이다.

    부모는 그날로 아이의 식단부터 바꿨다. 현미밥과 콩, 두부 등 채소 위주로 식탁을 꾸몄다. 보규는 처음에는 밥을 먹지 않으려고 짜증을 냈지만, 6개월이 지난 후 몰라보게 달라졌다. 전통적인 한식 밥상을 차려주어도 맛있다고 먹는 것은 물론, 콜레스테롤 수치도 172로 떨어져 정상에 가까워졌다.

    이처럼 정크푸드에 익숙해진 입맛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최근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비타민과 미네랄 등은 현저히 부족한 반면 당분과 지방 함량은 지나치게 높아 비만을 부추기고 성인병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정크푸드인 햄버거를 예로 들어보자. 저마다 자사의 햄버거 지방질은 순수 쇠고기 100%라고 광고하지만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기본적으로 쇠기름이 10% 이상 들어가지 않으면 푸석푸석해져 모양을 낼 수 없다. 덕분에 햄버거의 지방 함량은 삼겹살(25%)보다 훨씬 많은 40%나 된다. 감자튀김과 콜라까지 곁들이는 햄버거세트는 한식 세 끼의 열량과 맞먹는다. 패스트푸드 판매량이 늘수록 어린이 비만율도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패스트푸드 어린이 비만의 주범

    ‘굵고 짧게’ 살려면 햄버거 먹어라!
    패스트푸드 종주국인 미국에서는 60, 70년대에 비해 어린이 비만율이 두 배나 증가해 현재 어린이 4명 중 1명이 비만이다. 1980년대 일본에서는 패스트푸드 판매량이 두 배 이상 증가하면서 어린이 비만율도 두 배나 늘었으며, 중국에서도 패스트푸드점이 문을 연 이래 10년 동안 10대 비만율이 세 배나 증가했다. 우리나라 역시 88년 12.5%에서 98년 35.6%로 10년 사이 세 배 가량 증가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비만아의 30% 이상이 고혈압 지방간 동맥경화 당뇨 심근경색 등 소아성인병 증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처럼 10대 비만율이 급격히 높아지자 미국에서는 교내에서 정크푸드 판매를 금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지역이 늘고 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의 오클랜드에서는 교내에서 탄산음료, 초콜릿, 감자칩 등을 파는 자판기 설치를 금했으며 급식 메뉴도 콩으로 만든 버거, 구운 흰 살코기, 과일주스, 샐러드 등으로 바꿨다.

    ‘굵고 짧게’ 살려면 햄버거 먹어라!
    문제는 정크푸드의 부작용이 육체의 질병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크푸드는 청소년들의 정서마저 불안정하게 만든다. 보건복지부에서 비행청소년의 식사와 영양 상태를 조사해 본 결과, 단것을 좋아하고 채소를 전혀 먹지 않으며 자주 아침을 굶고 인스턴트, 패스트푸드, 가공식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일본에서의 연구 결과도 다르지 않다. 비행청소년 비율이 인스턴트 식품을 자주 먹는 경우에는 25%, 아침을 거르는 경우에는 세 배나 더 많았다. 심각한 영양 불균형의 파급효과가 정서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다.

    무엇이 문제일까? 단 음식을 먹으면 혈당량이 높아진다. 인체는 균형을 찾기 위해 당분을 중화하는 인슐린을 분비하는데, 너무 많이 분비되면 오히려 혈당량이 급격히 떨어져 피곤과 초조를 느끼게 된다. 결국 혈당량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며, 신경계에 작용하는 아드레날린이 교감신경을 흥분상태로 만들면서 과잉행동과 폭력까지 야기하는 것.

    심각한 비타민과 미네랄 부족도 원인 중 하나. 햄버거에 들어 있는 동물성 단백질과 콜라나 청량음료에 많은 인(P)은 칼슘 흡수를 방해해 그대로 소변으로 빠져나가게 한다. 수많은 첨가물에 포함된 나트륨 역시 칼슘과 칼륨이 체내에 저장되는 것을 방해한다. 미네랄 중 칼슘과 마그네슘은 마음을 안정시키며 차분하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부족해지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성격이 급해진다. 우울해지거나 불면증이 생기기도 한다. 이와 같은 미네랄은 푸른 잎 채소와 해조류를 신선한 상태로 먹어야 얻을 수 있는데 햄버거에서 신선한 채소나 해조류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인체대사 교란하는 화학조미료

    ‘굵고 짧게’ 살려면 햄버거 먹어라!
    햄버거에는 맛을 내기 위해 소금을 필두로 안정제 유화제 등 수많은 첨가물과 화학조미료가 들어간다. 감칠맛을 내는 화학조미료의 주성분은 글루탐산나트륨(MSG). 글루탐산나트륨은 흥분성 신경전달물질로 많이 먹으면 신경세포막을 파괴해 뇌에 장애를 가져온다. 게다가 신장에서 칼슘 흡수를 막고 뼈 속에 저장된 칼슘까지 떨어져나가게 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화학조미료는 인체의 대사과정을 교란하고 발암물질로도 작용한다.

    대안은 우리 고유의 식단, 즉 한식에 있다. 특히 여러 가지 식품이 골고루 들어가는 비빔밥을 추천할 만하다. 비빔밥의 주재료가 되는 나물에는 식이섬유는 물론 심장병과 암, 노화 등을 방지하는 식물성 화학물질(phytochemi-cal)이 풍부한데 색이 화려한 것일수록 함유량이 풍부하다. 참기름과 같은 식물성 기름은 비타민 E를 섭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여기에 흰 살 생선이나 닭 가슴살, 두부 등 단백질 식품과 된장시래깃국을 곁들이면 칼로리는 낮으면서 영양 면에서도 손색이 없는 식단이 된다. 저지방 우유까지 곁들인다면 한국인에게 부족하기 쉬운 칼슘 또한 섭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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