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다면 알려진 바대로 동물성 지방은 무조건 몸에 나쁘고, 식물성 지방은 전혀 해가 없는 것일까?주미란씨(36·주부)는 콜레스테롤이 동맥경화를 불러와 뇌졸중, 심장마비 등으로 인한 돌연사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녀는 최근 식탁 대개혁을 선포하고 남편과의 ‘젓가락 전쟁’에 나섰다. 몇 달 전건강검진 결과 남편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보다 높다는 소식을 접한 것. 일단 식탁에서 모든 동물성 식품들이 사라졌다. 아침식사 대용으로 먹는 토스트는 버터 대신 마가린으로 구워졌다. 저녁식사 후 간단히 즐기던맥주의 파트너는 소시지 대신 팝콘이 차지했다. 그러나 한 달 후 재검진을 받아본 결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진 것까지는 좋았으나 혈관을 강화시키는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의 수치까지 비정상적으로 낮아져 오히려혈관이 더 약해진 꼴이 되었다.
불포화 지방산 섭취가 바람직

하지만 콜레스테롤은 인체에 필수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부신피질호르몬, 남성호르몬, 여성호르몬 등 여러 가지호르몬의 재료가 되는 성분일 뿐만 아니라 세포를 만드는 데도 필수적이다. 콜레스테롤이 부족하면 성기능 장애가 올 수 있으며, 두뇌가 발달하지 못하고, 피부가 거칠어지기도 한다. 면역체계가 약화되고 암 유발 가능성도높아진다. 따라서 혈중에는 항시 180~220mg(10cc당)의 콜레스테롤이 존재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콜레스테롤 제한은 현명하지 못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식물성 지방=좋은 지방’이라는 생각은 어떠한가? 정답은 ‘바른 공식이 아니다’로 내려진다.‘식물성’이라는 보호색이 무색하게도, 동물성 지방의 콜레스테롤 격인 식물성 지방 성분의 트랜스 지방산은 절대 해악뿐인 존재이기 때문.
트랜스 지방산이란 불포화 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는 식물성 기름의 보존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마가린과 같이 고형으로만드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독특한 형태의 지방산이다. 그동안 콜레스테롤의 위용에 가려 그 존재가 드러나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 이 지방산의 해악에 대한 연구 결과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사실 트랜스 지방산이라는 이름은 낯설게 느껴진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트랜스 지방산이 부지기수로 널려 있다.현대인의 아침식사 대용으로 각광받는 길거리 토스트 가게의 프라이팬에, 영화를 관람할 때 빠질 수 없는 팝콘에, 청소년들에게 익숙한 간식인 냉동 피자에 녹아 있다. 이 밖에도 마가린을 많이 넣은 페스트리, 파이나 쿠키,케이크 등도 트랜스 지방산 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식품이다. 음식물을 기름에 튀길 때도 트랜스 지방산이 생성된다 하니 그로부터의 안전지대란 꿈꾸기조차 힘들게 느껴진다.
콜레스테롤과의 전쟁중에 닥친 트랜스 지방산의 협공은 난공불락처럼 보인다. 지방을 섭취하지 않고 어떻게 살란말인가? 그러나 솟아날 구멍은 있다. 총 콜레스테롤의 섭취와 트랜스 지방산이 든 가공식품의 섭취를 줄이는 대신, 자연식품에 든 불포화 지방산의 섭취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음식을 만들 때 콩기름, 들기름, 옥수수기름,올리브기름, 땅콩기름과 같은 식물성 유지를 사용하되, 요리 후 즉시 먹는 것이 트랜스 지방산을 최소한으로 섭취하는 한 방법이다. 식물성 기름의 불포화 지방산은 고형화 과정에서 포화 지방산으로 바뀌기 때문. 여기에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든 꽁치, 정어리, 청어, 참치 등 등 푸른 생선을 일주일에 한 번꼴로만 먹어주면 심장병의 발생 위험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지방들도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한 스푼 정도의 분량에 120cal가 포함돼 있는 등 열량이 높기 때문.체중이 늘면 콜레스테롤 수치와 관상동맥의 위험이 자연히 증가해 모든 노력이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