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한 영화 한 편이 관객과의 조우를 기다리고 있다. 신예 모지은 감독의 데뷔작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가 바로 그것.
사실 홍보용으로 결말이 뻔한 특정 장르를 내세우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다. 특히 이 영화는 이상형을 찾는 남녀의 엇갈린 행보가 코믹하게 전개되다가 마침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기 때문. 그래서 안 봐도 결론이 뻔한 영화를 관객들로 하여금 감상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필요한 법이다. ‘좋은 사람 있으면…’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일단 여성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 우리나라 영화역사를 통틀어봐도 여성 감독은 열 손가락에 꼽힐 만큼 희귀하다. 최근 들어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임순례 감독을 필두로 ‘집으로…’의 이정향 감독, ‘고양이를 부탁해’의 정재은 감독 그리고 ‘버스, 정류장’의 이미연 감독 등이 명함을 내밀었을 뿐이다.
관객들은 같은 소재라 해도 감독의 성(gender)에 따라 주제가 180도 달라질 수 있다는 어떤 기대심리를 갖고 있다. 극중 여성 주인공이 겪는 얘기를 남성이 아니라 여성 감독이 다루면 더 설득력 있을 거라든지, 더 섬세하게 이야기를 풀어갈 거라는.
게다가 모지은 감독은 현재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재학중인 26세의 영화학도다. 과감한 기획을 통해 이처럼 젊은 여성 감독을 기용하고 얻을 수 있는 결과가 과연 무엇일지 궁금하다.
일단 경제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이유는 분명해진다. 모감독이 요즘 관객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20대 초반의 성향을 누구보다도 잘 대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욱이 이 영화는 최근 몇 년 사이 수지맞는 사업으로 성장한 커플 매니지먼트 회사를 배경으로, 결혼상대를 주선해 주던 여직원(커플매니저)과 이상형을 찾던 남성 고객 간의 운명적 사랑을 다루고 있다. 이런 점에서 유행 흐름을 잘 포착한 기획영화라 할 수 있다.
영화의 줄거리를 소개하기 전에 잠시 곁길로 새보자. 리뷰를 할 때 줄거리를 상세하게 소개하는 게 좋은 영화가 있고 반대의 경우가 있다. 전자의 경우 대략적인 줄거리를 미리 알아야만 복잡한 플롯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친절한 해설이 영화를 보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줄거리 이상의 것을 맛볼 수 없다면 세부내용 공개는 자제하는 게 좋을 듯하다. TV의 영화관련 프로그램에서 개봉 예정작의 주요 장면을 짜깁기해 거의 10여분 동안 방영하는데, 그런 프로그램을 통해 후자의 영화를 본다면 관객들이 굳이 극장에까지 가려 들지 않아 어떤 영화사에서는 시사회장에 TV카메라 반입을 막기도 한다.
‘좋은 사람…’은 후자에 해당하고, 커플매니저 김효진 역으로 신은경이, 상대 남자인 게임 프로그래머 박현수 역으로 정준호가 나오는 걸 안다면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영화가 해피엔딩에 이르는 동안 관객들을 붙들 흥미요소가 무엇이냐는 것. 이 영화는 로맨틱의 강도는 다소 떨어진다 할지라도 코믹한 면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작품이다. 시사회에 참석한 관객들이 시종일관 웃음을 터뜨리며 지루하지 않게 감상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일단 김효진 역을 맡은 신은경의 어리숙한 인물 설정은 주효했다. 그녀는 주선해야 할 고객의 신상을 철저하게 꿸 만큼 용의주도하지만 정작 자신의 용모 및 생활 방식에서는 별 관심이 없다. 그래서 늘 천방지축, 실수 연발이다. 자동문 틈에 끼이질 않나, 하수구 맨홀에 빠지지 않나….
특히 효진의 둘도 없는 친구로 나온 정준 역의 공형진은 예의 그 ‘개인기’(일종의 주접)로 관객을 즐겁게 해준다. 그는 효진이 관심을 갖는 것은 무엇이든지 훔쳐다 주는 별난 습관이 있다. 식당용 플라스틱 의자부터 심지어 아내의 결혼반지까지.
신세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장면도 더러 볼 수 있다. 효진이 주선한 맞선자리에서 해인(김여진)이 겉으로는 상대 남성의 말을 경청하는 척하면서 테이블 밑에서 휴대전화로 연신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장면은 특히 그렇다. 문자메시지를 통한 대화는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처음으로 사용돼 이제 어엿한 영화적 표현 수단으로 자리잡았는데, 이 영화에서 그 진수를 볼 수 있어 무척 재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작품에 불만이 많다. 특히 기대했던 ‘무언가 특별한 것’ 가운데 새로운 연애 담론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성 감독으로서 만들어낼 수 있는 어떤 특별한 연애 담론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20대에 가질 법한 결혼에 대한 소박한 환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을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가 갖는 태생적 한계 탓으로만 돌려야 할까?
사실 홍보용으로 결말이 뻔한 특정 장르를 내세우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다. 특히 이 영화는 이상형을 찾는 남녀의 엇갈린 행보가 코믹하게 전개되다가 마침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기 때문. 그래서 안 봐도 결론이 뻔한 영화를 관객들로 하여금 감상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필요한 법이다. ‘좋은 사람 있으면…’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일단 여성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 우리나라 영화역사를 통틀어봐도 여성 감독은 열 손가락에 꼽힐 만큼 희귀하다. 최근 들어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임순례 감독을 필두로 ‘집으로…’의 이정향 감독, ‘고양이를 부탁해’의 정재은 감독 그리고 ‘버스, 정류장’의 이미연 감독 등이 명함을 내밀었을 뿐이다.
관객들은 같은 소재라 해도 감독의 성(gender)에 따라 주제가 180도 달라질 수 있다는 어떤 기대심리를 갖고 있다. 극중 여성 주인공이 겪는 얘기를 남성이 아니라 여성 감독이 다루면 더 설득력 있을 거라든지, 더 섬세하게 이야기를 풀어갈 거라는.
게다가 모지은 감독은 현재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재학중인 26세의 영화학도다. 과감한 기획을 통해 이처럼 젊은 여성 감독을 기용하고 얻을 수 있는 결과가 과연 무엇일지 궁금하다.
일단 경제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이유는 분명해진다. 모감독이 요즘 관객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20대 초반의 성향을 누구보다도 잘 대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욱이 이 영화는 최근 몇 년 사이 수지맞는 사업으로 성장한 커플 매니지먼트 회사를 배경으로, 결혼상대를 주선해 주던 여직원(커플매니저)과 이상형을 찾던 남성 고객 간의 운명적 사랑을 다루고 있다. 이런 점에서 유행 흐름을 잘 포착한 기획영화라 할 수 있다.
영화의 줄거리를 소개하기 전에 잠시 곁길로 새보자. 리뷰를 할 때 줄거리를 상세하게 소개하는 게 좋은 영화가 있고 반대의 경우가 있다. 전자의 경우 대략적인 줄거리를 미리 알아야만 복잡한 플롯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친절한 해설이 영화를 보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줄거리 이상의 것을 맛볼 수 없다면 세부내용 공개는 자제하는 게 좋을 듯하다. TV의 영화관련 프로그램에서 개봉 예정작의 주요 장면을 짜깁기해 거의 10여분 동안 방영하는데, 그런 프로그램을 통해 후자의 영화를 본다면 관객들이 굳이 극장에까지 가려 들지 않아 어떤 영화사에서는 시사회장에 TV카메라 반입을 막기도 한다.
‘좋은 사람…’은 후자에 해당하고, 커플매니저 김효진 역으로 신은경이, 상대 남자인 게임 프로그래머 박현수 역으로 정준호가 나오는 걸 안다면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영화가 해피엔딩에 이르는 동안 관객들을 붙들 흥미요소가 무엇이냐는 것. 이 영화는 로맨틱의 강도는 다소 떨어진다 할지라도 코믹한 면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작품이다. 시사회에 참석한 관객들이 시종일관 웃음을 터뜨리며 지루하지 않게 감상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일단 김효진 역을 맡은 신은경의 어리숙한 인물 설정은 주효했다. 그녀는 주선해야 할 고객의 신상을 철저하게 꿸 만큼 용의주도하지만 정작 자신의 용모 및 생활 방식에서는 별 관심이 없다. 그래서 늘 천방지축, 실수 연발이다. 자동문 틈에 끼이질 않나, 하수구 맨홀에 빠지지 않나….
특히 효진의 둘도 없는 친구로 나온 정준 역의 공형진은 예의 그 ‘개인기’(일종의 주접)로 관객을 즐겁게 해준다. 그는 효진이 관심을 갖는 것은 무엇이든지 훔쳐다 주는 별난 습관이 있다. 식당용 플라스틱 의자부터 심지어 아내의 결혼반지까지.
신세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장면도 더러 볼 수 있다. 효진이 주선한 맞선자리에서 해인(김여진)이 겉으로는 상대 남성의 말을 경청하는 척하면서 테이블 밑에서 휴대전화로 연신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장면은 특히 그렇다. 문자메시지를 통한 대화는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처음으로 사용돼 이제 어엿한 영화적 표현 수단으로 자리잡았는데, 이 영화에서 그 진수를 볼 수 있어 무척 재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작품에 불만이 많다. 특히 기대했던 ‘무언가 특별한 것’ 가운데 새로운 연애 담론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성 감독으로서 만들어낼 수 있는 어떤 특별한 연애 담론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20대에 가질 법한 결혼에 대한 소박한 환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을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가 갖는 태생적 한계 탓으로만 돌려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