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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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쌍포’ 보건복지부 임자 만났다

민주당 김성순·한나라당 김홍신 의원 전격 복귀… ‘소신 행동’에 의료단체 긴장 역력

  •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10-11 15: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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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온 쌍포’ 보건복지부 임자 만났다
    ”이제 또 한바탕 벌어지겠군. 불굴의 논객들이 돌아왔으니….” 민주당 김성순 의원과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이 지난 7월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로 전격 복귀하자 보건복지부와 의료계 인사들의 얼굴에는 긴장된 표정이 역력하다. 정략적 정책 수립을 거부하고, 당파를 초월한 입법을 고집하다 지난 2월 당에 의해 강제 추방되거나 스스로 상임위를 떠난 두 의원의 ‘권토중래’(捲土重來)는 곧 기존 정책을 둘러싼 ‘한판 전쟁’이 멀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까닭이다.

    3년 연속 시민단체가 인정한 의정활동 최우수, 우수의원을 나란히 차지한 두 의원의 복귀는 의료계 내부에서는 한마디로 ‘암행어사 출두’로 비유될 정도. 비인기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에 지원자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이들의 입성을 허락한 민주당과 한나라당 지도부도 내심 껄끄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이 또 언제고 당론을 거부하면서 독자 움직임을 펼칠지 모르기 때문.

    하지만 이 두 의원 복귀에는 남모르는 사정도 많았다. 지난해 12월 당론인 건강보험재정 분리안에 맞서 통합론을 주장하다 보건복지위에서 강제 제명된 김홍신 의원은 당시 국회의장이던 이만섭 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청구’ 소송을 벌이는가 하면, 같은 당 의원인 심재철 의원(보험재정 분리법안 발의자)과 이른바 ‘소신 논쟁’을 벌이며 단식농성까지 벌였다.

    의료정책 ‘한판 전쟁’ 불 보듯

    어디 그뿐인가. 의약분업 주사제 제외 문제에서도 주사제 포함을 주장하며 민주당 쪽의 손을 들어주었고, 동료 의원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보험수가 인하를 줄기차게 요구해 민주당 김성순 의원과 함께 대한의사협회의 ‘공적’ 대상 1위에 올라선 인물이다. 민간의료보험 도입 문제에서도 그는 ‘결사 반대’의 편에 서 있다.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의료단체의 신경을 건드려서 좋을 게 하나도 없는 한나라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김의원을 보건복지위로 다시 돌려보낼 이유가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그는 모든 ‘걸림돌’을 일거에 물리치고 당당히 돌아왔다. 김의원의 상임위 복귀와 관련해 ‘각서설’이 나돈 것도 바로 이 때문. 즉 보건복지위 복귀를 요구하는 김의원에게 한나라당 지도부가 복귀의 전제조건으로 ‘절대 당론을 거스르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아놓았다는 게 소문의 진상이다. 물론 김의원측은 “그러느니 차라리 의원직을 그만두겠다”는 반응.

    “상임위 복귀를 위해 여기저기 부탁하고 다닌 것은 사실이지만 각서를 쓴 사실은 없다. 만약 그랬다면 며칠 내에 드러날 일이다. 국회의원으로서 소신과 양심대로 움직일 따름이고, 당론이 국민과 의료소비자를 위한 것이라면 당연히 동의하고 앞장서겠지만 그와 배치된다면 단연코 반대할 것이다. 지켜보면 알게 될 일이다.”(김홍신 의원)

    지난 2월 지역구인 서울 송파구에 용산 미군기지가 옮겨온다는 소식을 듣고 급거 국방위로 자리를 옮긴 민주당 김성순 의원도 ‘지도부에서 굳이 옮기라는 이야기도 없는데 잘나가는 국방위를 스스로 박차고’ 돌아온 경우다.

    이번 상임위 구성에서 민주당은 보건복지위 지원자가 없자 민주당에 배정된 총 6석 중 우선 3명만을 채운 뒤 나머지 3석은 8·8 재보선에서 당선된 의원으로 채우기로 했다. 그럼에도 확보된 3석 중 한 명은 와병중이고, 나머지 한 명은 장기 해외 출장중. 8·8 재보선에서 몇 명이 당선될지도 미지수다.

    행정고시 합격 후 20여년을 보건사회 업무만 담당한(서울시 보건사회국장, 송파구청장 역임) 정통 관료출신으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까지 받은, 그래서 ‘복지부 관료들이 가장 귀찮아하고, 의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의원’으로 평가받는 그는 더 이상 국방위에 머무를 수 없었다. 그는 상임위 내부 인선이 끝나기 직전인 7월11일 고민 끝에 보건복지위 복귀를 선언했다.

    “일할 사람이 실질적으로 한 명뿐인 상황에서 보건복지위를 그냥 놓아둘 수가 있어야죠. 우선 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고, 지역구 주민에게 사회복지를 증진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공약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사실 김성순 의원은 자신의 화려한 전력으로 인해 초선 의원인데도 일찌감치 보건복지에 관한 정책 조율을 담당하는 제3정책조정위원장 자리에 올라 복지부와 의사단체를 압박해 왔다.

    그가 보건복지위를 떠나게 된 결정적 배경은 지난해 5월 말 전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건강보험재정 악화 문제와 그 해결책을 놓고 벌어진 민주당, 복지부와의 갈등 때문이었다. 지출(계속된 의료수가 인상)을 줄일 생각은 않고 수입만 늘리는 데 주안점을 둔 정부안과 그에 동조하는 민주당에 대해 강력 반발한 그는 나름대로의 수정안을 당-정에 내놓았다. △주사제 의약분업 포함 △수가 인하를 통한 보험급여 지출 감소 △합리적인 약가 인하를 위한 약품 원가계산 시스템 도입 △고액진료비 본인부담금 경감 등이 포함된 김의원의 수정안은 의사협회와 제약협회의 반발을 샀고, 당정으로부터도 외면을 당했다.

    “의료 소비자 국민 이득이 최우선”

    물론 시민단체에서는 대환영이었다. 김의원의 정책이 단연 의료 공급자보다 의료 소비자의 입장에 서 있었기 때문. 이미 수정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당직을 물러나겠다는 배수진을 친 김의원은 당직 사퇴서를 내며 “건강보험재정 안정화에 대한 정부의 종합대책이 국민 부담만 늘리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에 동의할 수 없고, 당의 정책이 정조위원장의 동의 없이 진행되는 것도 유감”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의원은 정조위원장을 벗어난 후에도 한나라당 의원들과 함께, 보험급여를 허위 부당 청구하는 의사는 아예 면허를 취소하고, 면허 제한기간도 10년 이상으로 늘리며, 허위 부당 청구된 금액을 모두 해당 의사에게서 환수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의협으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 이후 전개된 의협의 맹공에 대해 그는 “집단 이익을 앞세운 왜곡된 주장이 국회 고유 권한인 입법권을 침해한다”며 흔들리기는커녕 반박의 고삐를 더욱 죄었다. 의협이 파업 운운하며 협박의 수위를 높이자 이번에는 한술 더 떠 국민들을 담보로 한 의사들의 휴·폐업을 근본적으로 막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의료법개정안을 다시 내놓았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민주당측의 반대로 입법화에 실패하자 그는 올 2월 홀연히 보건복지위를 떠났다.

    보건복지위에 돌아온 두 의원은 역시 주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돌아온 보안관’ 또는 ‘돌아온 암행어사’라는 애칭답게 그들의 총구는 숨돌릴 틈도 없이 청와대와 복지부, 의사협회 등 전방위로 불을 뿜어냈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김홍신 의원. 당으로부터 상임위 강제 퇴출의 쓴맛을 본 탓일까. 그는 취임 5개월 만에 경질당한 이태복 전 복지부 장관의 문제에 집중한다.

    그는 이태복 전 장관이 자신의 약가인하 정책(참조가격제, 최저가 실거래제, 약가재평가)과 관련해 미국과 다국적 제약회사들로부터 모두 26차례나 압력을 받았고, ‘청와대 비서실이 이 전 장관의 약가인하를 통한 보험재정안정 대책 보고를 막았다’는 ‘주간동아’(344호) 보도가 사실임을 실제로 입증했다. 김의원은 “다국적 제약사의 압력에 청와대가 굴복했다는 것은 민족적 비애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성순 의원도 이 전 장관에 대한 다국적 제약사의 압력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복지부의 처방전 1매 발행 허용 문제와 의사협회의 상용의약품 목록 미제출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이 모두 의약분업의 본래 취지인 항생제 등 의약품 사용량을 줄이고, 진료행위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훼손하는 처사라는 게 김의원의 소신.

    “의료정책에 대한 이견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산이 왼쪽에서 보면 오른쪽에 있고, 오른쪽에서 보면 왼쪽에 있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혼란 속에서 제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원칙으로 되돌아가는 게 중요합니다. 그 원칙은 바로 의료정책이 의료 소비자인 국민에게 얼마나 이득이 되는가입니다.”

    김홍신 의원의 말대로 보건복지위에 돌아온 두 의원은 의료와 복지정책에 ‘큰 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오른편, 왼편에서 쏟아지는 압력을 그들이 얼마만큼 물리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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