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그 어렵던 IMF 시절을 겪고 이제 막 국운이 뻗어나가려 할 즈음에 왜 또 인왕산 맥을 잘라버리려고 하는지…. 인왕산의 지맥(支脈)이 흘러 내려와 불끈 맺힌 덕수궁 명당 혈(穴)에 미국인들이 거주하는 아파트가 들어서면 서울의 백호(白虎) 기운이 완전히 차단돼 버립니다. 결국 서울의 돈줄이 마르고 제2의 IMF사태가 올 수도 있어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훌륭한 여성들이 배출되는 데도 결코 이롭지 못해요.”
풍수학자 김두규 교수(우석대·풍수지리학)는 옛 덕수궁 터에 미 대사관 직원용 아파트를 건설하려는 움직임에 풍수 논리로 일침을 가한다. 그의 관점대로라면 미국측 아파트 신축이야말로 우리 국운에 악영향을 끼치는 변괴가 아닐 수 없다.
현재 미국 대사관은 덕수궁 후문 바로 건너에 있는 대사관저 부지(옛 경기여고 터)에 8층 규모의 직원용 아파트를 건립키로 결정하고, 이를 위해 우리 정부에 주택건설촉진법시행령 적용을 제외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 현행 법령으로는 54가구 8층짜리 아파트를 지을 경우 주차장과 상가 등 부대시설이 필요한 데다 일반분양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미국측이 요구한 아파트 건설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서울시의 한 관계자도 “미 대사관 부지가 덕수궁 터라 해서 원천적으로 아파트 건립을 막을 수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1년에도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아파트가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서 서울 한복판에 아파트 한 채 세우는 일을 두고 웬 풍수 얘기로 호들갑을 떠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울, 특히 왕궁 건립 내력을 들여다보면 풍수를 떼어놓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서울은 풍수지리학으로 보면 거의 완벽한 명당 자리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애초 서울을 도읍지로 정할 때 철저히 풍수 논리로 무장했기 때문. 말하자면 서울은 ‘풍수적 계획도시’인 셈이다.
이에 따르면 서울은 경복궁과 청와대가 자리한 북악산이 중심축이 된다. 그리고 종묘 쪽의 낙산이 좌청룡으로 경복궁을 감싸고, 인왕산은 우백호 구실을 하게 된다. 좌청룡이 남성(혹은 남자 자손)의 생명력, 권력과 지도자의 기운을 띠고 있는 것이라면 우백호는 여성(혹은 여자 자손)의 생명력, 재산의 기운을 띠고 있다는 게 풍수학자들의 풀이다. 음택(陰宅·묘) 풍수에서도 좌청룡의 기운이 좋은 집안에서는 권력자나 지도자가 나오고, 우백호 기운이 좋은 집안에서는 재벌 같은 부자나 훌륭한 여성이 배출된다고 본다.
북악산의 안산(案山)에 해당하는 남산에 올라 서울시내를 내려다보면 우백호인 인왕산의 맥(脈)이 덕수궁까지 면면히 내려와 명당 혈을 이루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러니까 바로 이곳이 서울, 더 확대하면 대한민국의 재산과 여성 생명력의 기운을 떠받쳐주는 중심축인 것이다.
문제는 현재 미국 대사관측이 지으려는 아파트 부지가 그 명당 혈 바로 앞쪽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 남산타워에서 인왕산 맥을 조망해 본 김두규 교수는 “아파트가 그쪽에 자리잡으면 명당 혈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며 “나라가 힘이 없어 이런 비극을 보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탄식했다.
또 다른 풍수학자인 김현욱씨(성균관대 조경학 강사) 역시 김교수의 관점에 동의한다. “역사적으로 터와 기운을 중시하는 풍수에서 그 핵심은 궁궐터에 있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풍수를 몰라 무리한 요구를 했다 쳐도, 세계 어느 나라든 역사적 문화적 공간에 아파트를 지으라고 허락해 주지는 않을 겁니다. 아무튼 한국 정부가 궁궐 명당에 아파트를 짓도록 허락하는 것은 제 목에 비수를 들이대는 것과 다름없는 행위예요.”
풍수적 입장에서 볼 때, 아파트나 대형 건물을 짓는 것은 일반주택이나 소규모 사무실을 짓는 행위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규정한다. 아파트 혹은 대형 건물은 땅 밑 깊숙한 곳까지 터를 파헤치기 때문에 지맥이 훼손됨은 물론, 일단 들어서면 외형적으로 풍수적인 기운도 바꿔놓기 일쑤라는 것. 그러니까 미 대사관 아파트가 들어서면 인왕산 맥의 단절 혹은 변질이 불 보듯 뻔하다는 논리다.
굳이 풍수 논리를 들지 않더라도 미국측의 아파트 신축 문제는 조경이나 문화재 보존적 측면에서도 커다란 반발이 예상된다. 조경학을 전공한 김현욱씨의 말.
“현재 서울시는 일부러 숲을 만들면서 문화공원을 조성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런 마당에 도시 한복판에 그나마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조성돼 있던 문화경관을 훼손하려 하는 것은 조경정책에 모순될 뿐만 아니라, 주택관리와 관련된 도시계획상의 어려움을 불러올 것이 자명하다.”
실제로 미 대사관측의 요구대로 아파트 신축을 공동주택 관리의 예외로 바꿔줄 경우, 다른 나라의 외교관들이 머무는 공동주택들도 형평성을 들고 나온다면 모두 허용해 줘야 할지도 모른다.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는 문화재 파괴 현상이다. 아파트 건축예정 부지는 조선시대 역대 왕의 영정을 모시고 다례를 올렸던 선원전이 있던 터인 데다 덕수궁이 바로 옆에 있어 문화재적 보존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문화재 전문위원인 김정동 교수(목원대·건축학)는 1997년 자료조사차 미 대사관저에 들어갔을 때 깜짝 놀란 적이 있다고 밝힌다.
“미국 부대사 관저에 들어가 보니 고목들로 정원이 울창하게 가꾸어져 있었는데, 마침 전날 장마비로 씻겨내린 땅에는 부서진 기왓장과 도자기 파편들이 드러나 있었어요. 그리고 그곳이 태조 이성계의 둘째 부인(강비)의 묘터였음을 의미하는 큰 상석과 문인석(文人石)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랐지요. 여기저기 보존해야 할 우리 문화재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김정동 교수는 외국 공관이라 어쩔 수 없이 우리 문화재를 방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고 서글픔을 느꼈다고 한다.
관저 부지 안에는 일제강점기 동양척식회사 사장의 관사였던 근대 건축물이 있고, 관저 앞 덕수궁 돌담길 한복판에는 순종이 즉위식을 가진 돈덕전이 있으며, 부지 남쪽 끝으로는 1905년 치욕적인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된 중명전이 지금도 건재하고 있다. 이런 곳에 미 대사관 직원용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우리 국민의 역사적 자존심은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덕수궁 터는 구한말부터 외국 공관이 하나둘씩 들어와 땅을 야금야금 접수한 비운의 공간이다. 외국인들은 궁궐터의 풍수적 조성 원칙에는 아랑곳없이 자기들 멋대로 건물을 지어 인왕산 지맥을 일정부분 훼손하기도 했다. 그리고 21세기가 전개되고 있는 현재는 인왕산의 명줄을 완전히 끊어놓기 위한 흉물(凶物)이 들어서려는 형국인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측 아파트 신축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매우 거세다. 서울시 홈페이지에 ‘한반도 시민’이라고 ID를 밝힌 네티즌은 “일제 치하보다 더 치욕스러운 일이며 국가의 정체성을 완전히 무시하는 행위”라며 미국측 요구에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네티즌은 “한국은 아직도 미국이 시키는 대로 따라 하는 식민지 국가인가”라며 자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도 본격적으로 아파트 건립 백지화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 정부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 주목된다.
풍수학자 김두규 교수(우석대·풍수지리학)는 옛 덕수궁 터에 미 대사관 직원용 아파트를 건설하려는 움직임에 풍수 논리로 일침을 가한다. 그의 관점대로라면 미국측 아파트 신축이야말로 우리 국운에 악영향을 끼치는 변괴가 아닐 수 없다.
현재 미국 대사관은 덕수궁 후문 바로 건너에 있는 대사관저 부지(옛 경기여고 터)에 8층 규모의 직원용 아파트를 건립키로 결정하고, 이를 위해 우리 정부에 주택건설촉진법시행령 적용을 제외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 현행 법령으로는 54가구 8층짜리 아파트를 지을 경우 주차장과 상가 등 부대시설이 필요한 데다 일반분양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미국측이 요구한 아파트 건설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서울시의 한 관계자도 “미 대사관 부지가 덕수궁 터라 해서 원천적으로 아파트 건립을 막을 수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1년에도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아파트가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서 서울 한복판에 아파트 한 채 세우는 일을 두고 웬 풍수 얘기로 호들갑을 떠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울, 특히 왕궁 건립 내력을 들여다보면 풍수를 떼어놓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서울은 풍수지리학으로 보면 거의 완벽한 명당 자리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애초 서울을 도읍지로 정할 때 철저히 풍수 논리로 무장했기 때문. 말하자면 서울은 ‘풍수적 계획도시’인 셈이다.
이에 따르면 서울은 경복궁과 청와대가 자리한 북악산이 중심축이 된다. 그리고 종묘 쪽의 낙산이 좌청룡으로 경복궁을 감싸고, 인왕산은 우백호 구실을 하게 된다. 좌청룡이 남성(혹은 남자 자손)의 생명력, 권력과 지도자의 기운을 띠고 있는 것이라면 우백호는 여성(혹은 여자 자손)의 생명력, 재산의 기운을 띠고 있다는 게 풍수학자들의 풀이다. 음택(陰宅·묘) 풍수에서도 좌청룡의 기운이 좋은 집안에서는 권력자나 지도자가 나오고, 우백호 기운이 좋은 집안에서는 재벌 같은 부자나 훌륭한 여성이 배출된다고 본다.
북악산의 안산(案山)에 해당하는 남산에 올라 서울시내를 내려다보면 우백호인 인왕산의 맥(脈)이 덕수궁까지 면면히 내려와 명당 혈을 이루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러니까 바로 이곳이 서울, 더 확대하면 대한민국의 재산과 여성 생명력의 기운을 떠받쳐주는 중심축인 것이다.
문제는 현재 미국 대사관측이 지으려는 아파트 부지가 그 명당 혈 바로 앞쪽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 남산타워에서 인왕산 맥을 조망해 본 김두규 교수는 “아파트가 그쪽에 자리잡으면 명당 혈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며 “나라가 힘이 없어 이런 비극을 보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탄식했다.
또 다른 풍수학자인 김현욱씨(성균관대 조경학 강사) 역시 김교수의 관점에 동의한다. “역사적으로 터와 기운을 중시하는 풍수에서 그 핵심은 궁궐터에 있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풍수를 몰라 무리한 요구를 했다 쳐도, 세계 어느 나라든 역사적 문화적 공간에 아파트를 지으라고 허락해 주지는 않을 겁니다. 아무튼 한국 정부가 궁궐 명당에 아파트를 짓도록 허락하는 것은 제 목에 비수를 들이대는 것과 다름없는 행위예요.”
풍수적 입장에서 볼 때, 아파트나 대형 건물을 짓는 것은 일반주택이나 소규모 사무실을 짓는 행위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규정한다. 아파트 혹은 대형 건물은 땅 밑 깊숙한 곳까지 터를 파헤치기 때문에 지맥이 훼손됨은 물론, 일단 들어서면 외형적으로 풍수적인 기운도 바꿔놓기 일쑤라는 것. 그러니까 미 대사관 아파트가 들어서면 인왕산 맥의 단절 혹은 변질이 불 보듯 뻔하다는 논리다.
굳이 풍수 논리를 들지 않더라도 미국측의 아파트 신축 문제는 조경이나 문화재 보존적 측면에서도 커다란 반발이 예상된다. 조경학을 전공한 김현욱씨의 말.
“현재 서울시는 일부러 숲을 만들면서 문화공원을 조성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런 마당에 도시 한복판에 그나마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조성돼 있던 문화경관을 훼손하려 하는 것은 조경정책에 모순될 뿐만 아니라, 주택관리와 관련된 도시계획상의 어려움을 불러올 것이 자명하다.”
실제로 미 대사관측의 요구대로 아파트 신축을 공동주택 관리의 예외로 바꿔줄 경우, 다른 나라의 외교관들이 머무는 공동주택들도 형평성을 들고 나온다면 모두 허용해 줘야 할지도 모른다.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는 문화재 파괴 현상이다. 아파트 건축예정 부지는 조선시대 역대 왕의 영정을 모시고 다례를 올렸던 선원전이 있던 터인 데다 덕수궁이 바로 옆에 있어 문화재적 보존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문화재 전문위원인 김정동 교수(목원대·건축학)는 1997년 자료조사차 미 대사관저에 들어갔을 때 깜짝 놀란 적이 있다고 밝힌다.
“미국 부대사 관저에 들어가 보니 고목들로 정원이 울창하게 가꾸어져 있었는데, 마침 전날 장마비로 씻겨내린 땅에는 부서진 기왓장과 도자기 파편들이 드러나 있었어요. 그리고 그곳이 태조 이성계의 둘째 부인(강비)의 묘터였음을 의미하는 큰 상석과 문인석(文人石)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랐지요. 여기저기 보존해야 할 우리 문화재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김정동 교수는 외국 공관이라 어쩔 수 없이 우리 문화재를 방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고 서글픔을 느꼈다고 한다.
관저 부지 안에는 일제강점기 동양척식회사 사장의 관사였던 근대 건축물이 있고, 관저 앞 덕수궁 돌담길 한복판에는 순종이 즉위식을 가진 돈덕전이 있으며, 부지 남쪽 끝으로는 1905년 치욕적인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된 중명전이 지금도 건재하고 있다. 이런 곳에 미 대사관 직원용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우리 국민의 역사적 자존심은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덕수궁 터는 구한말부터 외국 공관이 하나둘씩 들어와 땅을 야금야금 접수한 비운의 공간이다. 외국인들은 궁궐터의 풍수적 조성 원칙에는 아랑곳없이 자기들 멋대로 건물을 지어 인왕산 지맥을 일정부분 훼손하기도 했다. 그리고 21세기가 전개되고 있는 현재는 인왕산의 명줄을 완전히 끊어놓기 위한 흉물(凶物)이 들어서려는 형국인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측 아파트 신축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매우 거세다. 서울시 홈페이지에 ‘한반도 시민’이라고 ID를 밝힌 네티즌은 “일제 치하보다 더 치욕스러운 일이며 국가의 정체성을 완전히 무시하는 행위”라며 미국측 요구에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네티즌은 “한국은 아직도 미국이 시키는 대로 따라 하는 식민지 국가인가”라며 자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도 본격적으로 아파트 건립 백지화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 정부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