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은정의 ‘한국이 15명의 시장이라면?’은 ‘세계가 만일…’에서 제목을 빌리고, 페이스 팝콘의 ‘팝콘 리포트’(한국어판 제목은 ‘클릭 미래 속으로’)에서 내용과 형식을 빌린 책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15명의 소비자가 있다면 그들이 나타내는 15가지의 전형적인 소비 트렌드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정리한 것이다.
저자는 먼저 디지털시대 소비자의 특성을 ‘감성표현’ ‘합리성 회복’ ‘행복 추구’의 세 가지 축으로 분류하고 오늘날 대표적인 소비자를 “합리적으로 소비생활을 하지만 감성표현 욕구를 감추지 못하며 기술과 경제 발전 속에서 개인의 행복을 갈구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저자가 찾아낸 15가지 소비 트렌드를 정답부터 말하면, 1 끼리끼리 커뮤니티, 2 옛날이 좋았지, 3 뭐 재밌는 거 없니? 4 나도 부자이고 싶다, 5 나는 나, 6 예쁘게 더 예쁘게, 7 오염된 지구를 지켜라, 8 방콕 스타일, 9 누가 진정한 위인인가, 10 이젠 너무 똑똑한 소비자, 11 바쁘다 바빠, 12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하게, 13 이제 더 이상 무기력한 노인은 없다, 14 키드 짱, 15 여자 세상이다.
앞서 말했듯 이 책은 페이스 팝콘이 만든 17가지 분석 틀에 빚을 지고 있다. 그러나 팝콘의 트렌드를 그대로 따라가는 대신, ‘우리나라도 정말 그런가’라는 질문에 충실히 답하고자 해서 남의 이야기 같은 불편함이나 거부감은 별로 없다. 예를 들어 팝콘이 ‘마음의 안식처’라고 표현한 트렌드를 조은정씨는 ‘옛날이 좋았지’로 표현했다. 키티 인형이나 로봇 장난감에 열광하는 ‘철이 안 든 어른들’이 만들어내는 문화와 뽑기와 쫀드기, 뽕짝이 재등장하는 등 복고 유행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또 팝콘의 대명사이기도 한 ‘코쿠닝’(소비자들이 위험한 외부를 피해 안전하고 포근한 가정 같은 환경을 선호한다는 것)을 순 우리식 표현인 ‘방콕 스타일’로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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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연구소 소속인 만큼, 이 책은 생산자 입장에서 소비자에게 어떤 물건 혹은 서비스를, 어떻게 팔 것인가 도와주는 마케팅 기초 자료다. 그러나 소비 패턴의 변화를 읽어냄으로써 우리의 생활방식과 가치관의 변화까지 가늠해 볼 기회가 된다. ‘소비자도 모르는 소비자의 마음’을 따라잡는 일이 얼마나 흥미로운가.
조은정 지음/ 지식공작소 펴냄/ 368쪽/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