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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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설 두 가지 맛… 번역하기 나름

  • 입력2004-10-01 14: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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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소설 두 가지 맛… 번역하기 나름
    “이 얼마나 기이한 여행이란 말인가! 그래도 시작은 꽤 좋았었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그보다 더 신나는 기분으로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었다.”

    “그건 정말 이상한 여행이었다. 어쨌거나 시작은 상쾌했는데 말이다. 나로서는 그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여행을 해본 적이 없었다.”

    같은 이야기인데 분명 읽는 맛이 다르다. 앞의 것은 까치에서 나온 뤼팽 전집 1권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의 첫 대목이고, 뒤의 것은 황금가지 판본 문장이다. 번역자가 까치의 경우는 성귀수, 황금가지는 심지원씨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나란히 출간된 두 뤼팽 전집이 독자들의 본격 심판대에 올랐다. 서평전문 웹진 ‘부꾸’(www.bookoo.co.kr)가 30명의 독자들에게 두 출판사의 책을 나눠주고 사이트 내 ‘최초 독자 클럽’(The First Reader’s Club)에 비교서평을 게재하도록 했다. 아직 게시판에 올라온 서평은 10건이 채 안 되나 두 책의 장단점을 예리하게 비교해 놓아 두 전집을 놓고 망설이는 독자들에게는 소중한 정보가 되고 있다.

    우선 디자인 면에서 달빛 아래 뤼팽의 실루엣을 그린 황금가지본 커버가 더 세련된 느낌을 주고 세미하드 커버로 되어 있어 읽기에 편하다는 평가다. 활자체가 크고 자간이 넉넉해 본문 편집 역시 시원한 느낌을 준다. 한편 까치에서 출간된 책은 진홍색, 노란색, 주황색으로 이어지는 천연색 커버가 산뜻하지만 역자가 직접 그렸다는 뤼팽 그림은 아마추어 냄새가 난다. 글자가 한 포인트 정도 작으나 굵어서 보기 좋은 편. 까치의 책에서 돋보이는 점은 전보문 등을 본문과 다른 서체로 도드라지게 편집하고 삽화가 적절하게 삽입돼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까치의 책은 마지막에 ‘괴도신사의 재림을 기원하며’ ‘모리스 르블랑 전기’ ‘르블랑의 추리소설론’ 등 역자의 해설을 덧붙여 소장 가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두 책의 차이는 번역자의 개성에서 나온다. 성귀수씨 번역의 특징은 문장이 유려하고 대사가 생동감이 넘친다는 것. 반면 심지원씨의 번역은 깔끔하지만 평이한 편이다. 그래서 ‘최초 독자 클럽’ 회원인 권현주씨는 “까치본은 추리소설의 맛을 아는 어른이, 황금가지본은 추리소설을 처음 접하는 어린이나 청소년이 읽으면 괜찮겠다는 느낌이 든다”는 평을 남겼다.

    부꾸 ‘최초 독자 클럽’ 운영자인 조성길씨는 “어느 쪽이 우위임을 판정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독자의 취향에 따라 판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초기 독자들이 안내해 주는 코너”라고 설명했다. 부꾸는 이 코너를 위해 직접 60권의 책을 구매해 30명의 독자에게 배송했다.

    한편 부꾸는 ‘100인 서평단’도 운영중이다. 100명의 독자에게 신간을 나눠주고 서평이나 설문조사를 통해 책에 대한 평가를 받는 것이다. 첫번째 책은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이 펴낸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다. 씨앗측은 “설문조사 결과가 향후 출판기획에 큰 도움이 됐다”며 독자 서평단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이제 어설픈 편집이나 오자는 독자 서평단의 예리한 눈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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