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회사에 근무하는 나츠코씨(35)의 남자친구는 네 살 연하의 유부남 사토루씨다. 사토루씨에게는 다섯 살짜리 아들과 아내가 있지만 두 사람은 이미 1년 이상 교제하고 있다. 독신인 나츠코씨의 용돈은 월 10만엔(약 100만원) 가까이 된다. 반면 사토루씨는 친구와 동업으로 목재수입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경제적 여력이 없다. 그래서 데이트 비용은 나츠코씨가 낸다. 뿐만 아니라 때때로 남자친구에게 양복을 사주거나 자동차 연료비를 대기도 한다.
“취미로 연애하는 여성들”
나츠코와 사토루씨의 관계는 흔히 말하는 불륜, 독신 직장여성과 나이 지긋한 유부남(혹은 직장상사)의 교제나 아저씨가 여고생과 사귀는 원조교제와는 거리가 멀다. 여자 쪽이 연상인 데다 거꾸로 남자친구를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최근 일본사회에서 늘고 있는 커리어우먼들의 ‘스폰서 불륜’이다. 일본의 시사주간지 ‘아에라’ 최근호는 이와 같은 ‘역 원조교제’의 실상을 다루면서 일본의 경기침체에 1차적 원인이 있다고 했다.
장기불황으로 일본 기혼남성들의 용돈이 2만엔(약 20만원)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독신 직장여성 중에는 아직도 월 10만엔쯤은 자유롭게 쓰는 경우가 많다. 자연히 기혼남성과 독신여성 커플의 경제력도 역전됐다. 게다가 기꺼이 데이트 비용을 지불하는 여성이 많아진 것도 불륜의 양상을 바꾸어 놓았다.
나츠코씨는 “삶에 찌든 중년남자와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것보다 꿈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그(남자친구)와 햄버거를 먹는 쪽이 훨씬 좋다”고 말한다.
제약회사에 근무하는 마리코씨(32)의 남자친구는 대학동창인 다카오씨(32)다. 동창회에서 다시 만나 연인관계로 발전한 지 6개월 정도. 그러나 남자친구는 이미 스물여섯에 결혼해 전업주부인 부인과 세 살, 다섯 살 된 두 아이가 있는 유부남이다. 두 사람의 수입이 비슷하다 하더라도 씀씀이 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데이트는 주로 마리코씨의 아파트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것으로 굳어졌다.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외식하면 아무래도 남자 쪽에 경제적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집에서 식사거리나 맥주, 포도주 등을 준비하는 데도 적지 않은 돈이 들지만 마리코씨는 기꺼이 지불한다. “학생시절 데이트를 하면 남자든 여자든 돈이 있는 쪽이 내는 게 자연스럽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면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한다.
자신의 디자인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미츠코씨(38)는 자타가 공인하는 커리어우먼. 그의 연인 게이스케씨는 다섯 살 연상의 광고회사 디렉터다. 게이스케씨에게는 고교생인 아들과 아내가 있지만 일주일의 절반은 여자친구 집에서 지낸다. 미츠코씨는 아예 자신의 아파트에 남자친구가 쓸 방을 마련해 주었다. 그렇다고 남자친구가 집세를 분담하는 것도 아니다. 난방비나 전기료, 식대와 같은 생활비는 전적으로 미츠코씨가 낸다. 그러면서도 남자친구가 갈아입을 양복과 속옷까지 기꺼이 준비해 준다. 이유는 미츠코씨의 수입이 남자친구보다 훨씬 많기 때문. “벌어서 다 남자에게 갖다 바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냥 넓은 의미의 생활비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일이 최우선이지만 남자친구가 없다면 쓸쓸할 것이다. 그렇다고 잠시 만났다 헤어지는 연애를 반복하는 것은 소모적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관계는 대단히 편리하다”는 게 미츠코씨의 연애관.
이처럼 경제력을 갖춘 독신 여성들의 새로운 연애 행태에 대해 일본의 저술가 오카다 도시오씨는 ‘취미로 연애하는 여성들’이라고 했다. 그들은 상대가 상냥한 성격에 지적이며 누가 보아도 멋진 남성이라면 유부남이라든지 경제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에 구애받지 않는다. 데이트 비용을 아끼지 않는 일본 여성들, 원조받으며 불륜을 즐기는 일본 남성들. 어느 쪽이 더 행복할까.
“취미로 연애하는 여성들”
나츠코와 사토루씨의 관계는 흔히 말하는 불륜, 독신 직장여성과 나이 지긋한 유부남(혹은 직장상사)의 교제나 아저씨가 여고생과 사귀는 원조교제와는 거리가 멀다. 여자 쪽이 연상인 데다 거꾸로 남자친구를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최근 일본사회에서 늘고 있는 커리어우먼들의 ‘스폰서 불륜’이다. 일본의 시사주간지 ‘아에라’ 최근호는 이와 같은 ‘역 원조교제’의 실상을 다루면서 일본의 경기침체에 1차적 원인이 있다고 했다.
장기불황으로 일본 기혼남성들의 용돈이 2만엔(약 20만원)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독신 직장여성 중에는 아직도 월 10만엔쯤은 자유롭게 쓰는 경우가 많다. 자연히 기혼남성과 독신여성 커플의 경제력도 역전됐다. 게다가 기꺼이 데이트 비용을 지불하는 여성이 많아진 것도 불륜의 양상을 바꾸어 놓았다.
나츠코씨는 “삶에 찌든 중년남자와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것보다 꿈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그(남자친구)와 햄버거를 먹는 쪽이 훨씬 좋다”고 말한다.
제약회사에 근무하는 마리코씨(32)의 남자친구는 대학동창인 다카오씨(32)다. 동창회에서 다시 만나 연인관계로 발전한 지 6개월 정도. 그러나 남자친구는 이미 스물여섯에 결혼해 전업주부인 부인과 세 살, 다섯 살 된 두 아이가 있는 유부남이다. 두 사람의 수입이 비슷하다 하더라도 씀씀이 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데이트는 주로 마리코씨의 아파트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것으로 굳어졌다.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외식하면 아무래도 남자 쪽에 경제적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집에서 식사거리나 맥주, 포도주 등을 준비하는 데도 적지 않은 돈이 들지만 마리코씨는 기꺼이 지불한다. “학생시절 데이트를 하면 남자든 여자든 돈이 있는 쪽이 내는 게 자연스럽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면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한다.
자신의 디자인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미츠코씨(38)는 자타가 공인하는 커리어우먼. 그의 연인 게이스케씨는 다섯 살 연상의 광고회사 디렉터다. 게이스케씨에게는 고교생인 아들과 아내가 있지만 일주일의 절반은 여자친구 집에서 지낸다. 미츠코씨는 아예 자신의 아파트에 남자친구가 쓸 방을 마련해 주었다. 그렇다고 남자친구가 집세를 분담하는 것도 아니다. 난방비나 전기료, 식대와 같은 생활비는 전적으로 미츠코씨가 낸다. 그러면서도 남자친구가 갈아입을 양복과 속옷까지 기꺼이 준비해 준다. 이유는 미츠코씨의 수입이 남자친구보다 훨씬 많기 때문. “벌어서 다 남자에게 갖다 바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냥 넓은 의미의 생활비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일이 최우선이지만 남자친구가 없다면 쓸쓸할 것이다. 그렇다고 잠시 만났다 헤어지는 연애를 반복하는 것은 소모적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관계는 대단히 편리하다”는 게 미츠코씨의 연애관.
이처럼 경제력을 갖춘 독신 여성들의 새로운 연애 행태에 대해 일본의 저술가 오카다 도시오씨는 ‘취미로 연애하는 여성들’이라고 했다. 그들은 상대가 상냥한 성격에 지적이며 누가 보아도 멋진 남성이라면 유부남이라든지 경제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에 구애받지 않는다. 데이트 비용을 아끼지 않는 일본 여성들, 원조받으며 불륜을 즐기는 일본 남성들. 어느 쪽이 더 행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