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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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2호기 안전성은 묻지 마?

인증 안 받은 인니 CN-235기 개조 사용키로 … 예산 부족 탓 궁여지책 택한 듯

  •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on@donga.com

    입력2004-11-03 14: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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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경호실에서 사용할 비행기로 국제적 권위가 인정되는 미국 항공청(FAA) 등의 인증을 받지 못한 인도네시아산 항공기가 도입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IA사가 제작한 CN-235-220M이 문제의 항공기. 이 항공기는 현재 대통령 경호실이 사용하고 있는 오래된 HS748 항공기를 대체할 예정이다.

    항공기의 안전성을 인정해 주는 기관으로는 미국 항공청(FAA)을 비롯해 유럽의 항공기관(JAA)·영국의 항공청(CAA) 등이 있다. 그러나 CN-235-220M은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미국 항공청은 물론 유럽 항공기관과 영국 항공청 등으로부터도 인증받은 사실이 없다.

    세계 주요국가들은 미국 항공청 등으로부터 인증받지 못한 비행기는 ‘안전성이 우려된다’며 자국 공항의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때문에 국제 노선을 뛰어야 하는 민항기는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미국 항공청 등으로부터 인증받은 것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용 비행기의 경우, 미국 항공청 등으로부터 인증받지 못한 비행기라도 이착륙을 허가하는 나라가 많다.

    CN-235-220M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기관은 국방부와 공군. 1997년 국방부는 중형 수송기를 확보하기 위해 인도네시아로부터 여덟 대의 CN-235-220M을 도입하기로 계약했다. 그러나 1997년 몰아닥친 경제 위기 등으로 인도네시아는 세 번이나 납기를 연기한 끝에 지난해 12월21일에야 처음으로 두 대를 한국에 인도했다.

    인도네시아가 납기를 지키지 못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계약 당시 이 항공기는 IPTN이 제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1997년 경제 위기가 닥치자, IMF(국제통화기금)는 IPTN을 인도네시아 경제를 망치게 한 대표적 부실기업으로 지목해 해체를 요구했다. 그 바람에 IPTN은 해체되고 IA라는 대체 회사가 생겨나 CN-235-220M의 제작을 맡게 되었다.



    이 시기 인도네시아는 동티모르를 탄압하고 있었다. 그러자 미국은 인도네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이 비행기에 들어갈 핵심 전자장비의 수출을 금지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인도네시아는 납기를 지키지 못했다. 미국의 핵심 부품 수출금지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 항공 전문가들은 ‘과연 인도네시아가 나머지 여섯 대를 공급할 수 있을지’ ‘안전성을 믿어도 되는지’등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동종 비행기를 말레이시아에도 수출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납기를 지키지 못했다. 또 국제 항공안전기관의 인증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유럽 항공안전기관(JAA)의 인증을 받는 데 겨우 성공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에 수출한 것은 한국에 수출하기로 한 CN-235-220M과 약간 다른 CN-235-110M이었다.

    이에 반해 CN-235-220M은 유럽 항공안전기관(JAA)의 인증을 받지 못했다. 국방부와 공군은 이 항공기가 대통령 일행의 국내 출장용으로만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굳이 국제 항공안전기관의 인증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현재 경호실은 ‘공군 1호기’로 불리는 B737과 영국제 HS748을 대통령 국내 전용기로 이용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대통령은 주로 B737에 탑승하고, 경호원을 비롯한 수행원들은 HS748에 탑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항상 똑같은 비행기에 탑승하면 경호상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어, 바꿔 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HS748이 너무 오래돼 경호실은 공군과 국방부에 새 비행기로 교체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국방부와 공군은 FX(차기 전투기) SAMX(차기 방공미사일) 사업을 벌이느라 예산이 부족해 경호실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했다. 예산 부족과 경호실의 요구 사이에서 고민한 국방부와 공군은 인도네시아측과 이미 계약된 CN-235-220M을 개조해 경호실에 제공하기로 묵시적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대통령이 이용할지도 모를 경호실용 비행기로 국제 항공기관의 인증도 받지 못하고 부품 부족 등으로 납기도 지키지 못한 인도네시아산 항공기를 사용해도 괜찮은 것일까. 분명한 것은 국방부와 공군이 이 같은 상황을 가급적 드러내지 않고 싶어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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