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년 5월 서울시의회 김종구 운영위원장이 중고생 5113명을 대상으로 한 봉사활동 실태조사에서도 ‘눈 가리고 아웅’식 봉사의 참담한 현실이 드러났다. 응답자의 68%가 확인서 기재 시간과 실제 봉사시간에 차이가 있다고 답한 것. 그 가운데 59.2%는 ‘실제 봉사시간보다 더 늘려 확인서를 받았다’고 했고 19.2%는 아예 ‘봉사하지 않고 확인서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이 내용은 지난해 6월 ‘학생봉사활동교육연구회’(회장 이상진)가 주최한 ‘대학입시 전형에서 봉사활동 실적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토론회 때 발표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대로라면 인성교육을 위해 마련된 봉사활동이 오히려 인성을 망가뜨리는 역할밖에 하지 않는다는 반성이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학부모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각 지역별 학생봉사활동교육연구회 소속 학부모들이 직접 학생들을 인솔해 봉사활동에 참여하기로 했다.

학부모의 인솔과 지도로 봉사의 질은 확실히 높아졌다. 시간 때우기나 늘리기는 절대 통하지 않고, 봉사 대상기관을 정할 때부터 함께 의논하고 구체적인 활동계획서를 작성하는 등 사전준비도 치밀해졌다.
이상진 교장이 중심이 돼 민간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학생봉사활동교육연구회가 1년도 채 안 되어 전국적인 조직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데는, 우리 사회가 이미 봉사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연구회측이 20개 중·고등학교의 학부모봉사단 참여자들에게 봉사활동의 효과를 물은 결과, 자녀 교육 차원에서 대단히 만족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던 것.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자녀의 인간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향상되었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81.4%나 되었고, 직업이나 진로결정에 도움을 받았다는 부모도 47%에 달했다.
연구회는 겨울방학을 맞아 ‘제1회 가족과 함께하는 학생봉사활동 대축제’를 연다. 이 행사는 그동안 봉사활동의 걸림돌인 프로그램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가족 단위로 봉사활동을 계획하고 실행과정을 알림으로써 자연스럽게 봉사활동 정보를 공유한다.
이 밖에도 연구회는 교사들이 직접 현장을 다니며 봉사거리를 찾는 교사연수를 실시했고, 내년 2월 학부모 연수도 준비중이다. 자원봉사란 ‘스스로 원해서 받들고 섬긴다’는 의미다. 섬길 대상을 잘 찾아내는 것도 자원봉사자가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