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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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健保 재정’ 혼란 솔로몬 지혜 찾아라

지역-직장 분리안 6대 쟁점 포인트… 정책 결정 갈팡질팡 국민 부담-혼란 가중

  • < 최영철 기자 > ftdog@donga.com

    입력2004-11-03 1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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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健保 재정’ 혼란 솔로몬 지혜 찾아라
    도대체 건강보험이 분리되면 뭐가 좋다는 이야기야. 보험료가 올라가지 않는다는 거야?”

    “내려갈 것이라는 사람도 있고, 엄청나게 올라갈 것이라는 사람도 있고 도통 모르겠네.”

    “이게 다 장사꾼(자영업자)들이 소득 신고를 제대로 안 하기 때문에 생긴 문제야. 그래서 회사원만 손해 보는 거지.”

    “모르는 이야기. 회사원과 소득이 똑같은데도 장사꾼에겐 집이나 차가 있다고 몇 만원에서 수십만원씩 더 부과하는데 무슨 소리야. 당신들은 재산이 있어도 은행 이자나 건물 임대료 같은 월급 외 소득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한 푼도 안 낸다며.”

    한나라당이 지난해 12월24일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단독 통과시킨 건강보험 재정 분리안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 사이에 갈등이 야기되는 ‘민심 양분’의 우려마저 나온다.



    ‘健保 재정’ 혼란 솔로몬 지혜 찾아라
    민주당은 분리안이 한나라당의 완력으로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사회 혼란과 함께 직장인 보험료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률이 올라가지 않는 이상 통합은 ‘절대 불가’라는 당론을 재확인하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분리를 2년 연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하지만 ‘분리 유예론’은 불을 끄는 것이 아니라 불씨를 감춰두는 것에 지나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문제는 이렇듯 어지러운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추진되는 정책의 실패 부담을 일반 국민이 모두 떠안아야 하고, 정작 국민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었다는 점이다. 건강보험 재정이 분리되면 직장인의 보험료는 실제 얼마나 오르는지, 또 지역가입자들에겐 피해가 없는지 헷갈린다. 여야의 주장이 워낙 상이하고, 서로가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맞서는 상황에서 누구의 주장이 ‘좀더 유리한’ 것인지를 판별할 잣대가 없다. 분리안에 대한 사회단체들의 입장도 뚜렷이 양분돼 시민단체와 민주노총은 건강보험 재정 통합을, 한국노총과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은 분리를 지지하고 있다.

    도대체 어느 쪽 주장이 옳은 것일까. 분리안을 두고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맞서고 있는 양쪽 주장을 쟁점별로 정리해 봤다.

    ‘健保 재정’ 혼란 솔로몬 지혜 찾아라
    건강보험료 인상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직장 건강보험 재정의 누적적자가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에 달려 있다. 지출은 큰데 수입이 적으면 적자가 발생하므로 정부로서는 보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우선 정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재정 추이 통계에는 지난해 직장 건강보험의 누적적자가 1조1192억원. 지역은 7435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프‘참조).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을 통합할 경우 지역보험은 담배부담금 등 정부의 50% 국고보조가 계속되면서 올해부터 적자 폭(3575억원)이 감소해 2006년에는 2조173억원의 흑자를 보일 것으로 추산한다. 반면 직장보험은 만성 적자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2006년에는 적자가 1조9239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직장보험의 적자 폭을 어떻게 메울 것이냐는 것. 재정이 통합된 상황에서는 결국 한 주머니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이므로 2조원의 흑자를 본 지역보험에서 직장보험의 1조9000억원 적자를 보전해 주고도 1000억원 가량의 흑자가 발생한다는 것이 민주당과 정부의 주장. 따라서 2006년까지 직장·지역보험 공히 매년 9%, 9%, 8%, 8%, 8%씩 보험료를 인상한다는 당초 계획 이외의 추가 인상은 필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정을 분리할 경우, 직장보험은 지역보험으로부터 계속 돈을 ‘차입’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눈덩이처럼 쌓이는 차입금과 이자 때문에 당장 올해 직장인의 보험료를 37.5%나 올려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계산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지역보험에만 지원하기로 한 담배부담금 6600억원 중 3500억원을 2006년까지 매년 직장보험에도 지원하고(1조7500억원), 2000년 7월 조직통합 당시 보류했던 직장보험료 인상 경감분 3300억원을 1년 앞당겨 2003년부터 수금하면 1조원의 추가 재원이 확보된다고 주장한다. 정부 발표와 달리 직장 의보 역시 2004년부터 흑자로 돌아서 2006년에 1조원의 흑자가 나므로 추가 인상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한나라당 주장에는 허점이 있다. 정부와 여당이 담배부담금의 직장보험 지원과 보험료 경감분 수금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 민주당 보건복지위 김성순 의원은 “담배부담금을 누구 마음대로 직장에도 지원하느냐”며 “직장보험은 이미 회사측에서 50%의 보험료를 대신 내주는데 정부가 또 보조한다면 형평성에 어긋나는 처사”라며 반발한다. 그는 “지역보험에 대한 국고 50% 보조는 지난 88년 농어촌 의료지원 확대 차원에서 노태우 대통령이 이미 결정한 것으로 지금까지 유보돼 왔을 따름”이라고 공박했다. 더욱이 보험료 경감분을 일시에 당겨 수금할 경우 직장인 보험료의 상승 효과를 가져와 엄청난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는 것도 또 하나의 문제점이다.

    ‘健保 재정’ 혼란 솔로몬 지혜 찾아라
    한나라당이 보험재정 분리를 주장하는 또 다른 근거는 소득 파악의 형평성 문제.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이 30%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지역과 직장보험을 통합한다면 장기적으로 소득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샐러리맨이 상대적으로 손해 볼 수밖에 없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지역보험에만 국고 보조금을 50%나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지난해 5월 기준으로 개인의 월평균 보험료 지불액이 직장 2만8767원, 지역 3만5919원으로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훨씬 큰 데다, 갈수록 불어나는 직장인의 금융자산 소득과 임대소득이 보험료 산정에 전혀 포함되지 않는 상황에서 형평성을 운운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한다. 더욱이 통합 이후에도 재정 지출만 일원화되고 보험료 부과체계는 서로 다른데 소득의 잣대로만 형평성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김태홍 의원은 “지역가입자의 경우 소득뿐만 아니라 재산과 자동차에 대해서도 보험료가 부과되므로 소득만 가지고 형평성을 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측은 한나라당이 분리안을 가결시킨다면 지역가입자 830만 세대 중 70%를 차지하는 농어민과 영세사업자의 엄청난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건강보험 재정을 분리한다고 지역가입자에게 바로 피해가 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나라당이 직장보험 재정의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지역가입자에게 지원하도록 한 담배부담금 6600억원 중 3500억원을 매년 직장보험으로 돌릴 경우 상대적으로 지역보험 재정은 손해를 보게 돼 2005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하게 된다. 이 경우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를 올리거나 다른 곳에서 정부 지원금을 마련해 조달해야 하므로 지역가입자에겐 피해가 따를 수도 있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담배에 150원의 부담금을 신설해 이를 노인 의료비로 쓴다는 것은 여야가 합의한 사항으로 노인 의료비는 직장과 지역 구분 없이 지원하되, 노인급여 비율이 직장은 55.8%로 지역보다 많으므로 당연히 담배부담금도 직장에 더 많이 배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민주당 김성순 의원은 “담배부담금이 원래 지역보험에 대한 국고보조 50% 중 10%를 메우기 위해 신설한 조세”라며 “만약 노인급여 비율대로 담배부담금을 지원할 경우, 상대적으로 부양 노인이 많은 직장보험이 담배부담금을 모두 가져가는 상황이 몇 년 안에 닥칠 것”이라고 반박했다.

    “재정통합 이후에도 지역가입자의 소득이 합리적이고 신뢰할 만한 방안을 통해 파악 또는 추정될 때까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모두의 이익을 함께 적절하게 고려하는 재정운영위원회의 민주적 운영을 통해 부담의 평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2000년 6월29일 헌법재판소의 판결이다.

    한나라당은 이 판결이 사실상 지역보험과 건강보험의 단일부과 체계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므로 통합론 자체가 위헌이라고 해석한다. 한나라당은 이회창 총재가 97년 대선 공약에서, 또 통합법안 논쟁이 계속된 98년 12월 재정 통합론을 지지한 것은 ‘형평성이 보장된 단일부과 체계’를 전제로 한 것일 뿐, 단일부과 체계에 대해 위헌 판결이 난 현 상태에서는 통합론을 지지할 수 없다고 분리안의 타당성을 설명한다.

    민주당도 일단 자영업자 소득파악률이 30%에도 못 미치는 현 상황에서 단일부과 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헌재의 판결이 통합론 자체를 위헌이라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한다. 즉 단일부과 체계와 재정 통합은 별개 사항이라는 것. 자영자의 소득파악률이 일정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는 단일부과 체계가 아니라 지역과 직장 간 이원적 부과체계를 유지하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다.

    민주당 김성순 의원은 “지역가입자의 경우 소득 이외에 재산, 토지, 자동차 등에도 보험료가 부과되는 등 직장보험과 부과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부담의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적한 재정운영위원회도 이미 지역과 직장가입자 대표와 공익 대표들로 구성돼 활동하고 있는 상태이므로 통합 이후에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분리안 제출 당시 “재정과 조직을 통합하면 지역, 직장 모두 자기 돈이라는 주인의식이 없어져 도덕적 해이가 생기고 징수율이 떨어지는 등 방만하게 운영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의원은 지난 96년 2조6000억원에 달하던 직장보험의 흑자가 통합이 결정된 2000년에 8825억원까지 떨어진 것을 단적인 예로 든다. 민주당측은 조직과 재정이 하나로 통합되어 건강보험 재정 전체에 대해 공단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도덕적 해이란 있을 수 없으며, 4300명이 구조조정된 상황에서 조직을 다시 분리하면 인원을 늘리고 엄청난 관리비용 부담을 추가로 져야 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이에 대해 심의원은 “920억원의 통합비용은 사실상 통합을 하지 않았어도 들여야 할 업무 효율화 비용이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직장·지역 구분 과연 필요한가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분리안이 전문화 시대에 반하는 비효율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반발한다. 즉 과거의 평생직장 개념이 없어지고,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마당에 굳이 건강보험을 이원화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 한나라당 당론에 반발하는 같은 당 김홍신 의원 역시 “2000년 한 해에만 전체 국민 4580만명 중 18.8%인 862만명이, 다시 말해 전체 국민 5명 중 1명이 직장과 지역을 왔다 갔다 한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특히 전체 임금근로자 중 ‘실업과 취업’을 반복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이 96년 43.4%, 97년 46.1%, 98년 47.0%, 99년 53.7%, 2000년 52.0%, 2001년 7월 현재 51.8%로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건강보험의 이원화는 가입자에겐 시간을, 정부엔 관리비용과 인력만 낭비하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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