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닻을 올린 뉴라운드 출범 이후 쌀시장 관세화 여부를 둘러싼 협상이 2004년으로 다가온 가운데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정문 해석을 둘러싸고 정부는 물론 농민단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노출되고 있어 협상안을 마련하기도 전에 혼선만 빚고 있다.
우리나라가 지난 93년 UR 협상에서 ‘예외 없는 관세화’라는 대원칙에도 불구하고 유독 쌀에 관해 관세화를 유예받을 수 있었던 근거 조항은 UR 합의문이라고 할 수 있는 마라케시협정의 부속서 5의 2절 때문이다. 당시 우리나라에 대해 10년간 관세화 유예조치를 명시한 부속서 5의 2절에서는 관세화 유예 연장에 관한 협상은 2004년에 시작되어 그해에 끝내야 하고(8항), 관세화 유예라는 특혜 조치를 2004년 이후까지 연장키로 한 경우 한국은 추가적이고 수락 가능한 양허를 협상대상국에 제공해야 하며(9항), 2004년까지 연장조치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일반관세의 대상이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10항).
농민단체와 정부 간의 논란은 이중 주로 10항의 해석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다. 10항의 원문은 ‘(2004년까지 관세화 유예가 계속되지 않는 경우) 관련 품목은 이 부속서의 첨부물에 규정된 지침에 따라 계산되는 관세상당치에 기초하여 설정된 일반관세의 대상이 되며, 동 일반관세는 관련 회원국의 양허표에 양허된다’고 되어 있다. 이에 대해 농민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관세화 유예 조치가 계속되지 않을 경우 일반 관세의 대상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회원국이 이를 의무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것이 아닌 만큼 관세화를 피해갈 수도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는 그동안 정부가 내세운 ‘관세화 유예 연장 협상에 실패할 경우 관세화로 간다’는 논리와 상치되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국민연대 정책 부위원장인 중앙대 윤석원 교수(경제학)는 “협정문 어디에도 관세화 유예 조치 연장이 안 될 경우 자동적으로 관세화한다는 구절이 없는데도 오히려 정부가 협상을 하기도 전에 겁을 먹고 협상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교수는 또 관세화 유예 연장에 실패하더라도 자동적으로 관세화로 가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최근 농림부 장관이 참석한 세미나에서 정부측으로부터 확인받았다고 주장했다. 도하 라운드 출범 이후 쌀시장 개방과 관련한 국회 및 관련기관 세미나에서 이러한 해석을 둘러싸고 정부와 농민단체, 전문가들 사이에서 여러 차례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
농민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생산자 단체들도 재협상이 가능하다는 쪽에 무게를 두기는 마찬가지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측도 UR 협정문을 검토한 결과 ‘관세화 유예 연장 협상이 실패할 경우 자동으로 관세화된다’는 조항이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정부가 협정문의 진실을 숨기고 의도적으로 ‘개방불가피론’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것이 생산자 단체들의 주장이다.
한편 농림부는 협정문의 해석을 놓고 농민단체나 일부 전문가의 주장과 달리 ‘2004년까지 관세화 유예 연장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관세화로 간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제의 부속서 5의 10항에 이어지는 ‘동 일반관세는 관련 회원국의 양허표에 양허된다’(which shall be bound in the Schedule of the Member concerned)는 구절 역시 우리나라가 쌀의 관세율을 결정해 추가 양허 계획서를 내야 한다는 의무사항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관세화 유예 연장 협상을 시작할 것인지 여부는 우리에게 달린 일이지만 이 조항을 통해 관련 회원국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는 만큼 빠져나갈 길이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농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이 조항을 두고 ‘관련 회원국이 양허하지 않으면 관세화되지 않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농림부 관계자는 “농민들이나 일부 전문가의 주장은 그들의 희망사항을 반영한 해석일 뿐이며 법조항이나 다름없는 협정문을 냉철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조차 농민단체의 해석이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당시 청와대 농수산수석을 지낸 최양부 농식품신유통연구회장은 “당시 협정문을 보면 2004년 관세화 유예 연장 협상에 실패할 경우 더 이상 추가 협상의 여지가 없이 자동적으로 관세화로 가는 것이 분명한데도 정부가 애매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농민들을 속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회장은 93년 UR 협상 당시 정부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가한 경력도 갖고 있다.
최 전 수석에 따르면 UR 농업협정문에 명시되어 있는 2004년 한국의 쌀에 관한 협상은 쌀에 대한 관세화 실시 유예 조치를 2004년 이후에도 계속할지 여부에 대한 협상에 불과할 뿐 관세화를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단순히 쌀의 관세화를 전제하고 그 실시시기를 언제부터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인 만큼 운신의 폭은 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최 전 수석은 문제의 제2절 10항 이외에도 선진국인 일본의 관세화 유예를 규정한 제1절 6항에서 ‘일반관세 이외의 국경조처는 특별대우의 적용이 종료되는 연도 초부터 유효하게 예외 없는 관세화의 대상이 된다’는 구절이 들어 있다며 이는 우리나라에도 관세 감축률만 다소 수정될 뿐 그대로 적용되는 조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 전 수석은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관세화 유예를 둘러싸고 ‘재협상’이라는 말을 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재협상’이라는 말이 마치 관세화 자체에 대해 재협상 여지가 있다는 인상을 줘 여론을 오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 최찬호 통상협력팀장도 협정문이 ‘사실상 자동적으로 관세화로 갈 수밖에 없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최팀장은 협정문상 문제의 구절을 놓고 “법리적으로 자동 관세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자동적으로 관세화될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최팀장 역시 “지난해까지만 해도 쌀의 관세화 유예 연장을 목표로 협상하겠다던 정부 입장이 최근 별다른 설명 없이 갑자기 ‘개방불가피론’으로 바뀌면서 농민들로부터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농촌경제연구원 이정환 부원장은 “UR 협정에 따라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관세율을 제시한 양허표를 제출해야만 관세화가 최종 확정되기 때문에 이를 제출하지 않고 버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쌀 수출국들은 우리나라를 WTO에 제소할 것이고 패널 결정에 따라 강제로 관세화로 가게 될 경우 입을 수 있는 다자간 협상 무대에서의 신뢰 실추와 이러한 과정을 거쳐 결정될 관세율 등 실질적 손실도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다. 이부원장은 “협정문 해석을 둘러싸고 싸움만 할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비관적인 상황을 전제로 대책을 수립한 뒤 하루빨리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농민단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쌀 개방 시기를 둘러싸고 이렇게 논란을 빚고 있는데도 정작 정부는 실질적 대책 마련을 늦춘 채 애매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농민들로부터 불신을 살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로부터는 무능력하다는 지적마저 받고 있다. 특히 정부의 주장대로 농민단체가 국제법이나 다름없는 농업협정문을 놓고 딴소리하고 있다면 이를 명확하게 정리해 줘야 하는데도 일부의 반발이나 책임론을 우려해 애매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문제를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양부 전 수석은 “2004년 말까지 재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어쩔 수 없이 2005년부터는 관세화를 통해 쌀시장을 전면 개방할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현실을 정확히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가 지난 93년 UR 협상에서 ‘예외 없는 관세화’라는 대원칙에도 불구하고 유독 쌀에 관해 관세화를 유예받을 수 있었던 근거 조항은 UR 합의문이라고 할 수 있는 마라케시협정의 부속서 5의 2절 때문이다. 당시 우리나라에 대해 10년간 관세화 유예조치를 명시한 부속서 5의 2절에서는 관세화 유예 연장에 관한 협상은 2004년에 시작되어 그해에 끝내야 하고(8항), 관세화 유예라는 특혜 조치를 2004년 이후까지 연장키로 한 경우 한국은 추가적이고 수락 가능한 양허를 협상대상국에 제공해야 하며(9항), 2004년까지 연장조치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일반관세의 대상이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10항).
농민단체와 정부 간의 논란은 이중 주로 10항의 해석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다. 10항의 원문은 ‘(2004년까지 관세화 유예가 계속되지 않는 경우) 관련 품목은 이 부속서의 첨부물에 규정된 지침에 따라 계산되는 관세상당치에 기초하여 설정된 일반관세의 대상이 되며, 동 일반관세는 관련 회원국의 양허표에 양허된다’고 되어 있다. 이에 대해 농민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관세화 유예 조치가 계속되지 않을 경우 일반 관세의 대상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회원국이 이를 의무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것이 아닌 만큼 관세화를 피해갈 수도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는 그동안 정부가 내세운 ‘관세화 유예 연장 협상에 실패할 경우 관세화로 간다’는 논리와 상치되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국민연대 정책 부위원장인 중앙대 윤석원 교수(경제학)는 “협정문 어디에도 관세화 유예 조치 연장이 안 될 경우 자동적으로 관세화한다는 구절이 없는데도 오히려 정부가 협상을 하기도 전에 겁을 먹고 협상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교수는 또 관세화 유예 연장에 실패하더라도 자동적으로 관세화로 가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최근 농림부 장관이 참석한 세미나에서 정부측으로부터 확인받았다고 주장했다. 도하 라운드 출범 이후 쌀시장 개방과 관련한 국회 및 관련기관 세미나에서 이러한 해석을 둘러싸고 정부와 농민단체, 전문가들 사이에서 여러 차례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
농민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생산자 단체들도 재협상이 가능하다는 쪽에 무게를 두기는 마찬가지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측도 UR 협정문을 검토한 결과 ‘관세화 유예 연장 협상이 실패할 경우 자동으로 관세화된다’는 조항이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정부가 협정문의 진실을 숨기고 의도적으로 ‘개방불가피론’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것이 생산자 단체들의 주장이다.
한편 농림부는 협정문의 해석을 놓고 농민단체나 일부 전문가의 주장과 달리 ‘2004년까지 관세화 유예 연장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관세화로 간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제의 부속서 5의 10항에 이어지는 ‘동 일반관세는 관련 회원국의 양허표에 양허된다’(which shall be bound in the Schedule of the Member concerned)는 구절 역시 우리나라가 쌀의 관세율을 결정해 추가 양허 계획서를 내야 한다는 의무사항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관세화 유예 연장 협상을 시작할 것인지 여부는 우리에게 달린 일이지만 이 조항을 통해 관련 회원국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는 만큼 빠져나갈 길이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농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이 조항을 두고 ‘관련 회원국이 양허하지 않으면 관세화되지 않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농림부 관계자는 “농민들이나 일부 전문가의 주장은 그들의 희망사항을 반영한 해석일 뿐이며 법조항이나 다름없는 협정문을 냉철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조차 농민단체의 해석이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당시 청와대 농수산수석을 지낸 최양부 농식품신유통연구회장은 “당시 협정문을 보면 2004년 관세화 유예 연장 협상에 실패할 경우 더 이상 추가 협상의 여지가 없이 자동적으로 관세화로 가는 것이 분명한데도 정부가 애매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농민들을 속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회장은 93년 UR 협상 당시 정부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가한 경력도 갖고 있다.
최 전 수석에 따르면 UR 농업협정문에 명시되어 있는 2004년 한국의 쌀에 관한 협상은 쌀에 대한 관세화 실시 유예 조치를 2004년 이후에도 계속할지 여부에 대한 협상에 불과할 뿐 관세화를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단순히 쌀의 관세화를 전제하고 그 실시시기를 언제부터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인 만큼 운신의 폭은 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최 전 수석은 문제의 제2절 10항 이외에도 선진국인 일본의 관세화 유예를 규정한 제1절 6항에서 ‘일반관세 이외의 국경조처는 특별대우의 적용이 종료되는 연도 초부터 유효하게 예외 없는 관세화의 대상이 된다’는 구절이 들어 있다며 이는 우리나라에도 관세 감축률만 다소 수정될 뿐 그대로 적용되는 조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 전 수석은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관세화 유예를 둘러싸고 ‘재협상’이라는 말을 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재협상’이라는 말이 마치 관세화 자체에 대해 재협상 여지가 있다는 인상을 줘 여론을 오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 최찬호 통상협력팀장도 협정문이 ‘사실상 자동적으로 관세화로 갈 수밖에 없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최팀장은 협정문상 문제의 구절을 놓고 “법리적으로 자동 관세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자동적으로 관세화될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최팀장 역시 “지난해까지만 해도 쌀의 관세화 유예 연장을 목표로 협상하겠다던 정부 입장이 최근 별다른 설명 없이 갑자기 ‘개방불가피론’으로 바뀌면서 농민들로부터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농촌경제연구원 이정환 부원장은 “UR 협정에 따라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관세율을 제시한 양허표를 제출해야만 관세화가 최종 확정되기 때문에 이를 제출하지 않고 버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쌀 수출국들은 우리나라를 WTO에 제소할 것이고 패널 결정에 따라 강제로 관세화로 가게 될 경우 입을 수 있는 다자간 협상 무대에서의 신뢰 실추와 이러한 과정을 거쳐 결정될 관세율 등 실질적 손실도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다. 이부원장은 “협정문 해석을 둘러싸고 싸움만 할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비관적인 상황을 전제로 대책을 수립한 뒤 하루빨리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농민단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쌀 개방 시기를 둘러싸고 이렇게 논란을 빚고 있는데도 정작 정부는 실질적 대책 마련을 늦춘 채 애매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농민들로부터 불신을 살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로부터는 무능력하다는 지적마저 받고 있다. 특히 정부의 주장대로 농민단체가 국제법이나 다름없는 농업협정문을 놓고 딴소리하고 있다면 이를 명확하게 정리해 줘야 하는데도 일부의 반발이나 책임론을 우려해 애매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문제를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양부 전 수석은 “2004년 말까지 재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어쩔 수 없이 2005년부터는 관세화를 통해 쌀시장을 전면 개방할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현실을 정확히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