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이후 동네북 신세로 전락한 영국 기숙학교가 다시 관심을 끌게 된 것은 ‘해리 포터’에 나오는 마법의 호그워츠 기숙학교 때문이다. 영국 에든버러에 있는 명문 사립학교 페테스. 한때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를 배출한 학교라고 자랑하던 이 학교는 최근 호그워츠 학교의 실제 모델이라며 학교 홍보전략을 바꿨다. 코미디극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행사 에든버러 페스티벌을 전 세계적인 축제로 포장하는 데 성공한 에든버러에서는 은근히 이러한 소문을 알게 모르게 퍼뜨린다. ‘해리 포터’를 탄생시킨 작가 J. K. 롤링(36)이 난방비가 없어 어린 딸 제시카를 데리고 나와 원고를 썼다는 한 카페를 이미 관광 명소로 바꾸어놓은 에든버러 사람들이다. 이곳에서는 롤링을 대표적인 스코틀랜드 작가로 소개한다.
소년 마법사 해리 포터가 다니는 호그워츠의 실제 모델이 페테스 학교라고 하면 펄쩍 뛸 곳이 많을 것이다. 영화 ‘해리 포터’에서 호그워츠 학교의 배경으로 활용된 곳은 글루체스터 성당. 글루체스터는 롤링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가까운, 잉글랜드와 웨일스 접경에 있는 도시다. 물론 글루체스터에서는 이 성당을 호그워츠 마법학교의 모델이라고 이야기한다. 영국 관광청에서 발행한 ‘해리 포터’ 영국 지도에 등장하는 곳도 글루체스터 성당이다.
어차피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마법학교인 만큼 어느 쪽이 호그워츠의 실제 모델이냐 하는 물음에 대한 정답은 없다. 관광업계야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게 중요하지 그 진위 여부를 따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잉글랜드와 웨일스 접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롤링에 대해 아서왕과 마법사 멀린의 고장 웨일스에서는 웨일스의 작가로, 영국의 종가 잉글랜드에서는 잉글랜드 작가로 소개한다.
그런데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에서는 ‘해리 포터’를 자기 지역으로 끌어오는 일에 한치의 양보도 없지만 영국은 ‘해리 포터’의 아메리카화에 대해서만큼은 경계의 눈초리를 늦추지 않는다. 비틀스 이후 최대의 영국 상품으로 꼽히는 ‘해리 포터’에서 영국 분위기가 제거되면 해리 포터 마법의 돈주머니가 미국 할리우드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65쪽 상자기사 참조).
‘HP(해리 포터) 현상’으로 불리는 마법에 목을 매는 데는 한두 곳이 아니다. 얼마 전 영국 안경사협회에서 발표한, 시력이 멀쩡한 아이 가운데 40%가 해리 포터처럼 안경 쓰기를 원한다는 조사결과는 차라리 애교스럽다. 9·11 미국 동시다발 테러 이후 3·4분기 매출이 예년의 5% 이하로 떨어졌다는 완구업계에서 해리 포터에 기대를 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해리 포터 선물을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으레 떠올리는 바비 인형쯤으로 생각한다면 그가 가진 마법의 힘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전 세계 42개 언어로 번역된 ‘해리 포터’는 2001년 11월 현재 판매부수 1억1500만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었다. 언제부턴가 ‘해리 포터’ 앞에는 “성경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 말로 번역된 책”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11월16일 대서양 양안에 서 동시 개봉된 영화 ‘해리 포터’는 개봉 첫날부터 영화사의 흥행 신기록을 새로 써나가고 있다. 지난해 7월 ‘해리 포터’ 4부가 출간되자 각종 출판기록을 경신했던 때를 연상케 한다.
영화 개봉과 동시다발로 선보인 ‘EA 해리 포터 컴퓨터 게임기’는 없어서 못 팔 만큼 인기가 높다. 내년 11월에는 컴퓨터 소프트업계 황제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X박스’라는 해리 포터 게임기로 그간 거들떠보지 않던 코 묻은 게임기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다. 세계 최대 아동교육도서 출판 겸 판매사 스칼라스틱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인터넷·미디어·엔터테인먼트 종합업체 AOL 타임워너사, 그리고 세계 최대 기업 마이크로소프트가 해리 포터 마법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마법의 세계에서 벌이는 별들의 전쟁인 셈이다.
포터 마법이 언제까지 맹위를 떨칠 것인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일회성 현상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현재 포터의 나이는 열다섯 살. 작가 롤링의 구상대로 포터가 호그워츠 마법학교에 다니는 열일곱 살까지 7부작이 완성되려면 3권의 책이 더 남아 있다.
영국의 무명 출판사에서 미국 분사까지 둔 거대 출판기업으로 자라난 블룸스베리 출판사(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의 ‘해리 포터’ 판권 보유)의 나이젤 뉴턴 회장에 따르면 ‘해리 포터’는 이미 현대의 고전이다. 그는 “앞으로 100년간 ‘해리 포터’는 꾸준히 팔릴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올해 디즈니사가 ‘위니 더 푸’(1921년 출판)의 판권을 20년 연장하는 데 저자측에 2억 달러를 주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영화 ‘해리 포터’를 만들고 홍보하고 표까지 판 AOL 타임워너사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지나친 영화 과열이다. 한 번에 김을 빼지 않고 오랫동안 꾸준하게 수입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100만 달러의 ‘헐값’으로 ‘해리 포터’ 3편의 영화 판권을 사들인 AOL 타임워너사의 스티브 케이시 회장은 이를 ‘다(多)필름 프랜차이즈’(multi-film franchise)라는 신조어로 설명한다. 이 회사는 ‘해리 포터’를 새로운 형태의 산업을 창출하는 시금석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66쪽 상자기사 참조).
물론 희망사항으로 가득한 과장들이다. 그러나 근거 없는 단순한 과장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지난 2월 코카콜라는 ‘해리 포터’ 영화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에 1억5000만 달러(약 1800억원)를 주고 독점 계약권을 사들였다. 올림픽 스폰서십을 따낼 때의 규모다. 이는 코카콜라 1년 마케팅 예산의 10%에 해당한다고 한다. 한 번에 대박을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인기관리를 하면서 크게 그리고 오랫동안 돈을 ``긁어모으겠다는 속셈이 그대로 엿보인다.
AOL만 그런 것이 아니다. 월 79파운드 정부보조금으로 살아가던 이혼녀에서, 영국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여성 중 한 명으로 떠오른 롤링(그녀는 지난해엔 1위, 올해는 영국인 영화감독 가이와 결혼해 영국에 정착한 가수 마돈나에 밀려 2위가 되었다)은 7년간 ‘해리 포터’ 연극 금지령을 내렸다. 뮤지컬업계의 공룡, 앤드루 로이드 웨버 회사가 안타까워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크고 멀리 그리고 천천히”. 이것이 포터 마법을 이용한 돈벌이 사업 수칙 1호처럼 보인다.
소년 마법사 해리 포터가 다니는 호그워츠의 실제 모델이 페테스 학교라고 하면 펄쩍 뛸 곳이 많을 것이다. 영화 ‘해리 포터’에서 호그워츠 학교의 배경으로 활용된 곳은 글루체스터 성당. 글루체스터는 롤링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가까운, 잉글랜드와 웨일스 접경에 있는 도시다. 물론 글루체스터에서는 이 성당을 호그워츠 마법학교의 모델이라고 이야기한다. 영국 관광청에서 발행한 ‘해리 포터’ 영국 지도에 등장하는 곳도 글루체스터 성당이다.
어차피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마법학교인 만큼 어느 쪽이 호그워츠의 실제 모델이냐 하는 물음에 대한 정답은 없다. 관광업계야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게 중요하지 그 진위 여부를 따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잉글랜드와 웨일스 접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롤링에 대해 아서왕과 마법사 멀린의 고장 웨일스에서는 웨일스의 작가로, 영국의 종가 잉글랜드에서는 잉글랜드 작가로 소개한다.
그런데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에서는 ‘해리 포터’를 자기 지역으로 끌어오는 일에 한치의 양보도 없지만 영국은 ‘해리 포터’의 아메리카화에 대해서만큼은 경계의 눈초리를 늦추지 않는다. 비틀스 이후 최대의 영국 상품으로 꼽히는 ‘해리 포터’에서 영국 분위기가 제거되면 해리 포터 마법의 돈주머니가 미국 할리우드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65쪽 상자기사 참조).
‘HP(해리 포터) 현상’으로 불리는 마법에 목을 매는 데는 한두 곳이 아니다. 얼마 전 영국 안경사협회에서 발표한, 시력이 멀쩡한 아이 가운데 40%가 해리 포터처럼 안경 쓰기를 원한다는 조사결과는 차라리 애교스럽다. 9·11 미국 동시다발 테러 이후 3·4분기 매출이 예년의 5% 이하로 떨어졌다는 완구업계에서 해리 포터에 기대를 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해리 포터 선물을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으레 떠올리는 바비 인형쯤으로 생각한다면 그가 가진 마법의 힘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전 세계 42개 언어로 번역된 ‘해리 포터’는 2001년 11월 현재 판매부수 1억1500만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었다. 언제부턴가 ‘해리 포터’ 앞에는 “성경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 말로 번역된 책”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11월16일 대서양 양안에 서 동시 개봉된 영화 ‘해리 포터’는 개봉 첫날부터 영화사의 흥행 신기록을 새로 써나가고 있다. 지난해 7월 ‘해리 포터’ 4부가 출간되자 각종 출판기록을 경신했던 때를 연상케 한다.
영화 개봉과 동시다발로 선보인 ‘EA 해리 포터 컴퓨터 게임기’는 없어서 못 팔 만큼 인기가 높다. 내년 11월에는 컴퓨터 소프트업계 황제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X박스’라는 해리 포터 게임기로 그간 거들떠보지 않던 코 묻은 게임기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다. 세계 최대 아동교육도서 출판 겸 판매사 스칼라스틱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인터넷·미디어·엔터테인먼트 종합업체 AOL 타임워너사, 그리고 세계 최대 기업 마이크로소프트가 해리 포터 마법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마법의 세계에서 벌이는 별들의 전쟁인 셈이다.
포터 마법이 언제까지 맹위를 떨칠 것인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일회성 현상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현재 포터의 나이는 열다섯 살. 작가 롤링의 구상대로 포터가 호그워츠 마법학교에 다니는 열일곱 살까지 7부작이 완성되려면 3권의 책이 더 남아 있다.
영국의 무명 출판사에서 미국 분사까지 둔 거대 출판기업으로 자라난 블룸스베리 출판사(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의 ‘해리 포터’ 판권 보유)의 나이젤 뉴턴 회장에 따르면 ‘해리 포터’는 이미 현대의 고전이다. 그는 “앞으로 100년간 ‘해리 포터’는 꾸준히 팔릴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올해 디즈니사가 ‘위니 더 푸’(1921년 출판)의 판권을 20년 연장하는 데 저자측에 2억 달러를 주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영화 ‘해리 포터’를 만들고 홍보하고 표까지 판 AOL 타임워너사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지나친 영화 과열이다. 한 번에 김을 빼지 않고 오랫동안 꾸준하게 수입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100만 달러의 ‘헐값’으로 ‘해리 포터’ 3편의 영화 판권을 사들인 AOL 타임워너사의 스티브 케이시 회장은 이를 ‘다(多)필름 프랜차이즈’(multi-film franchise)라는 신조어로 설명한다. 이 회사는 ‘해리 포터’를 새로운 형태의 산업을 창출하는 시금석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66쪽 상자기사 참조).
물론 희망사항으로 가득한 과장들이다. 그러나 근거 없는 단순한 과장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지난 2월 코카콜라는 ‘해리 포터’ 영화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에 1억5000만 달러(약 1800억원)를 주고 독점 계약권을 사들였다. 올림픽 스폰서십을 따낼 때의 규모다. 이는 코카콜라 1년 마케팅 예산의 10%에 해당한다고 한다. 한 번에 대박을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인기관리를 하면서 크게 그리고 오랫동안 돈을 ``긁어모으겠다는 속셈이 그대로 엿보인다.
AOL만 그런 것이 아니다. 월 79파운드 정부보조금으로 살아가던 이혼녀에서, 영국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여성 중 한 명으로 떠오른 롤링(그녀는 지난해엔 1위, 올해는 영국인 영화감독 가이와 결혼해 영국에 정착한 가수 마돈나에 밀려 2위가 되었다)은 7년간 ‘해리 포터’ 연극 금지령을 내렸다. 뮤지컬업계의 공룡, 앤드루 로이드 웨버 회사가 안타까워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크고 멀리 그리고 천천히”. 이것이 포터 마법을 이용한 돈벌이 사업 수칙 1호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