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 재임시 발표한 5·31 교육개혁안(95년)과 더불어 지난 7월20일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지식정보화 사회에 부응한 교육여건 개선 추진계획’은 교육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 될 듯하다. 계획의 1차 목표는 과밀학급 해소였으나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계획대로라면 고등학교는 2002년까지, 초·중학교는 2003년까지 학급당 정원을 35명 이하로 줄인다.
당장 내년 2월 5986개 교실을 증축해야 하는 고교마다 망치질 소리가 한창이나, 2003년이 목표인 초등학교에서는 한숨소리만 들린다. 교실 증축도 문제지만 거기에 따른 교원 확보 문제가 산 넘어 산이다.
서울시 서부교육청 산하 M초등학교는 현재 25개 학급에 총 981명으로 학급당 인원은 39명. 98년 신축 교사로 11개의 특별교실을 확보하고 있어 서울 시내에서도 교육여건이 우수한 학교에 속한다. 그러나 학급당 인원 35명에 맞추려면 세 학급을 늘려야 한다.
이 학교의 정모 교감은 “내년에는 음악실, 미술실, 시청각실을 없애고 일반교실로 만들 계획이다. 다행히 증축하지 않아도 교실을 확보할 수 있지만 솔직히 그 반을 맡아줄 담임교사는 어떻게 충원할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오래 전부터 초등학교는 법정인원보다 교사가 한참 모자랐다. 지난해와 비교해서도 서울시내 초등학교마다 교사 수가 1명씩 줄어들었다. 어쩔 수 없이 체육·미술 등 교과전담교사를 담임교사로 재배치하고 있으며 기간제교사도 써야 한다. 요즘은 초등학교에서 기간제교사 명단을 많이 확보할수록 유능한 교감으로 불린다.” 최근에는 전국 기간제교사 초빙 및 구인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생겼다.
그래도 M초등학교의 고민은 같은 서부교육청 내 K초등학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현재 62학급으로 학생 수가 3000명에 이르며 학급당 49.5명으로 최악의 여건이다. 인근 학교의 상황도 비슷해 학생을 분산시킬 수 없는 처지고, 게다가 이 지역에 초등학교 입학 자녀를 둔 신세대 가구의 이주가 계속 늘고 있어 교육여건은 악화일로에 있다. 이 학교는 내년에 9개 교실을 증축하고 특수교실 1개를 일반교실로 전환해 10개 반을 늘린다. 그나마 학급당 인원 35명은 꿈도 못 꾸고 40명 선으로 맞출 계획이라고. 이런 상황에서 교원 확보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이처럼 서울의 같은 지역 교육청 내에서도 교육여건은 큰 차이를 보인다. 심지어 도시와 농어촌 학교는 전혀 상반된 고민을 하고 있다.
10월8일 저녁 서울시의회 별관에서 열린 ‘서울교육포럼’은 ‘7·20 교육여건개선 추진방안’의 문제점을 집중 토론하는 자리. ‘작은 학교를 지키는 사람들’ 대표로 참석한 장호순 교수(순천향대 신문방송학)는 “전국의 모든 학교가 교실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며 도시지역 학교와 농어촌지역 학교의 현실이 전혀 다른데도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때 전교생이 400~500명에 이른 농어촌지역 학교들이 대부분 100명 미만으로 줄어 교실이 남아돌아 걱정인데 작년에 각 초등학교마다 시설자금이라고 2억~3억 원씩 내려왔다. 학교마다 마땅히 쓸 데가 없자 교문을 크게 다시 짓거나 방음벽을 설치했다. 선생님이 부족한데 자꾸 건물만 지으라고 하니 답답할 뿐이다.”
장호순 교수는 공주교대 출신들이 대전과 서울·경기지역을 우선 지원하기 때문에 정작 충남도는 매년 교사 확보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도의 사정도 비슷해 전남도의 경우 지난해 초등교사 200명 임용에 지원자가 10여 명에 불과했다.
7·20 교육여건 개선 추진계획을 보면 분명 교원 확보 방안도 있다. 급작스런 학급증설이 아니더라도 연도별 교원확보율은 99년 91.9%, 2000년 91.3%, 2001년 90.3%로 계속 떨어지는 추세여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 이대로 가면 도시학교로 빠져나가는 교사들로 인해 농어촌지역 학교는 이제 학생 부족이 아니라 교사 부족으로 문을 닫을 판이다.
정부는 이번 추진방안에서 초·중·고를 합쳐 20002년 1만1000명, 2003년 1만2600명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중등교원의 경우 1998~2000년 사대졸업자, 교직과정 이수자 등 양성인원이 7만5668명에 달했으나 임용인원은 1만6582명으로 21.9%밖에 안 돼 예비교사 수는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초등학교. 2002년도에 4856명이 필요한데, 교대졸업생은 4705명밖에 안 되니 나머지 151명은 기간제교사로 채운다. 2003년에는 한꺼번에 9975명이나 필요한데 교대졸업생은 5355명. 나머지 4620명은 기간제교사나 중등교원자격증 소지자, 교과전담교사 등으로 충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교대생들과 교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전국 10개 교대 1만여 명이 중등교원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한 ‘교대 연수 후 초등교사 임용 방침’에 반발, 10월11일부터 동맹휴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99년 1월 교원정년단축(65세`→`62세) 조처로 교사 부족사태는 예고된 것이었음에도 정부가 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부족 인원을 메우기 위해 중등교사자격증 소지자를 초등교사로 돌린 땜질식 정책의 결과라고 비판한다. 그때만 해도 영어 체육 미술 등 ‘교과전담’이라는 꼬리를 달고 초등교사로 임용했으나 교사 수급이 엉망이 되자 슬그머니 꼬리를 떼버렸다.
서울 성북구 Y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옆반은 체조교사로 왔던 분이 담임을 맡았다. 그나마 가장 가르치기 쉽다는 3학년을 맡았지만 전 과목을 가르치려니 교사도 괴롭고 학생도 괴롭다”고 말한다.
전교조는 오늘날 누더기가 된 교원정책의 근본 원인을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교원정년단축 조처와 무리한 7차 교육과정 시행에서 찾는다. 7차 교육과정이 요구하는 수준별, 선택중심 교육과정을 실시하기 위해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은 필수적이다. 전교조측은 가장 심각한 초등학교 교원수급 문제부터 해결하기 위해 1학년부터 연차적으로 학급당 학생 수를 35명으로 조정할 것을 제안했다.
‘작은 학교 지키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장호순 교수는 도심의 과밀학급, 과대학교를 해소하기 위해 자꾸 교실을 지을 게 아니라 불과 5km 반경에 있는 농어촌지역 학교로 통학할 수 있도록 분산정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때 학교는 클수록 좋다는 논리를 강요하며 작은 학교들을 폐교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농어촌지역의 작은 학교는 최근 번지는 대안학교 운동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학교 모델이다. 작은 학교가 살아남으려면 교사의 이탈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서울교육포럼의 안승문 정책실장(장승중 교사)은 현재의 교육대란을 막을 좀더 궁극적인 대안으로 학제개편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현행 6-3-3-4 학제를 유아교육 2년을 포함해 2(유아)-5(초등)-5(중고)-2(전문)-4(대학)로 바꾸는 안이다. 이와 비슷한 안은 오래 전부터 전교조나 교총 등이 주장해 온 것으로, 이를 통해 과밀학급·과대학교·교원부족 등 3중고를 겪는 초등학교는 숨통을 트고, 비교적 여유 있는 중학교가 이를 흡수해 주는 방식이다.
어쨌든 이런 제안들은 적어도 교육의 10년대계를 논하는 분위기에서나 검토가 가능하다. 99년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나이 든 교사들이 나가줘야 한다는, 대책 없는 정년단축이 결국 2년 뒤 교육대란으로 나타났다.
당장 내년 2월 5986개 교실을 증축해야 하는 고교마다 망치질 소리가 한창이나, 2003년이 목표인 초등학교에서는 한숨소리만 들린다. 교실 증축도 문제지만 거기에 따른 교원 확보 문제가 산 넘어 산이다.
서울시 서부교육청 산하 M초등학교는 현재 25개 학급에 총 981명으로 학급당 인원은 39명. 98년 신축 교사로 11개의 특별교실을 확보하고 있어 서울 시내에서도 교육여건이 우수한 학교에 속한다. 그러나 학급당 인원 35명에 맞추려면 세 학급을 늘려야 한다.
이 학교의 정모 교감은 “내년에는 음악실, 미술실, 시청각실을 없애고 일반교실로 만들 계획이다. 다행히 증축하지 않아도 교실을 확보할 수 있지만 솔직히 그 반을 맡아줄 담임교사는 어떻게 충원할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오래 전부터 초등학교는 법정인원보다 교사가 한참 모자랐다. 지난해와 비교해서도 서울시내 초등학교마다 교사 수가 1명씩 줄어들었다. 어쩔 수 없이 체육·미술 등 교과전담교사를 담임교사로 재배치하고 있으며 기간제교사도 써야 한다. 요즘은 초등학교에서 기간제교사 명단을 많이 확보할수록 유능한 교감으로 불린다.” 최근에는 전국 기간제교사 초빙 및 구인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생겼다.
그래도 M초등학교의 고민은 같은 서부교육청 내 K초등학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현재 62학급으로 학생 수가 3000명에 이르며 학급당 49.5명으로 최악의 여건이다. 인근 학교의 상황도 비슷해 학생을 분산시킬 수 없는 처지고, 게다가 이 지역에 초등학교 입학 자녀를 둔 신세대 가구의 이주가 계속 늘고 있어 교육여건은 악화일로에 있다. 이 학교는 내년에 9개 교실을 증축하고 특수교실 1개를 일반교실로 전환해 10개 반을 늘린다. 그나마 학급당 인원 35명은 꿈도 못 꾸고 40명 선으로 맞출 계획이라고. 이런 상황에서 교원 확보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이처럼 서울의 같은 지역 교육청 내에서도 교육여건은 큰 차이를 보인다. 심지어 도시와 농어촌 학교는 전혀 상반된 고민을 하고 있다.
10월8일 저녁 서울시의회 별관에서 열린 ‘서울교육포럼’은 ‘7·20 교육여건개선 추진방안’의 문제점을 집중 토론하는 자리. ‘작은 학교를 지키는 사람들’ 대표로 참석한 장호순 교수(순천향대 신문방송학)는 “전국의 모든 학교가 교실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며 도시지역 학교와 농어촌지역 학교의 현실이 전혀 다른데도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때 전교생이 400~500명에 이른 농어촌지역 학교들이 대부분 100명 미만으로 줄어 교실이 남아돌아 걱정인데 작년에 각 초등학교마다 시설자금이라고 2억~3억 원씩 내려왔다. 학교마다 마땅히 쓸 데가 없자 교문을 크게 다시 짓거나 방음벽을 설치했다. 선생님이 부족한데 자꾸 건물만 지으라고 하니 답답할 뿐이다.”
장호순 교수는 공주교대 출신들이 대전과 서울·경기지역을 우선 지원하기 때문에 정작 충남도는 매년 교사 확보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도의 사정도 비슷해 전남도의 경우 지난해 초등교사 200명 임용에 지원자가 10여 명에 불과했다.
7·20 교육여건 개선 추진계획을 보면 분명 교원 확보 방안도 있다. 급작스런 학급증설이 아니더라도 연도별 교원확보율은 99년 91.9%, 2000년 91.3%, 2001년 90.3%로 계속 떨어지는 추세여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 이대로 가면 도시학교로 빠져나가는 교사들로 인해 농어촌지역 학교는 이제 학생 부족이 아니라 교사 부족으로 문을 닫을 판이다.
정부는 이번 추진방안에서 초·중·고를 합쳐 20002년 1만1000명, 2003년 1만2600명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중등교원의 경우 1998~2000년 사대졸업자, 교직과정 이수자 등 양성인원이 7만5668명에 달했으나 임용인원은 1만6582명으로 21.9%밖에 안 돼 예비교사 수는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초등학교. 2002년도에 4856명이 필요한데, 교대졸업생은 4705명밖에 안 되니 나머지 151명은 기간제교사로 채운다. 2003년에는 한꺼번에 9975명이나 필요한데 교대졸업생은 5355명. 나머지 4620명은 기간제교사나 중등교원자격증 소지자, 교과전담교사 등으로 충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교대생들과 교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전국 10개 교대 1만여 명이 중등교원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한 ‘교대 연수 후 초등교사 임용 방침’에 반발, 10월11일부터 동맹휴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99년 1월 교원정년단축(65세`→`62세) 조처로 교사 부족사태는 예고된 것이었음에도 정부가 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부족 인원을 메우기 위해 중등교사자격증 소지자를 초등교사로 돌린 땜질식 정책의 결과라고 비판한다. 그때만 해도 영어 체육 미술 등 ‘교과전담’이라는 꼬리를 달고 초등교사로 임용했으나 교사 수급이 엉망이 되자 슬그머니 꼬리를 떼버렸다.
서울 성북구 Y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옆반은 체조교사로 왔던 분이 담임을 맡았다. 그나마 가장 가르치기 쉽다는 3학년을 맡았지만 전 과목을 가르치려니 교사도 괴롭고 학생도 괴롭다”고 말한다.
전교조는 오늘날 누더기가 된 교원정책의 근본 원인을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교원정년단축 조처와 무리한 7차 교육과정 시행에서 찾는다. 7차 교육과정이 요구하는 수준별, 선택중심 교육과정을 실시하기 위해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은 필수적이다. 전교조측은 가장 심각한 초등학교 교원수급 문제부터 해결하기 위해 1학년부터 연차적으로 학급당 학생 수를 35명으로 조정할 것을 제안했다.
‘작은 학교 지키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장호순 교수는 도심의 과밀학급, 과대학교를 해소하기 위해 자꾸 교실을 지을 게 아니라 불과 5km 반경에 있는 농어촌지역 학교로 통학할 수 있도록 분산정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때 학교는 클수록 좋다는 논리를 강요하며 작은 학교들을 폐교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농어촌지역의 작은 학교는 최근 번지는 대안학교 운동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학교 모델이다. 작은 학교가 살아남으려면 교사의 이탈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서울교육포럼의 안승문 정책실장(장승중 교사)은 현재의 교육대란을 막을 좀더 궁극적인 대안으로 학제개편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현행 6-3-3-4 학제를 유아교육 2년을 포함해 2(유아)-5(초등)-5(중고)-2(전문)-4(대학)로 바꾸는 안이다. 이와 비슷한 안은 오래 전부터 전교조나 교총 등이 주장해 온 것으로, 이를 통해 과밀학급·과대학교·교원부족 등 3중고를 겪는 초등학교는 숨통을 트고, 비교적 여유 있는 중학교가 이를 흡수해 주는 방식이다.
어쨌든 이런 제안들은 적어도 교육의 10년대계를 논하는 분위기에서나 검토가 가능하다. 99년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나이 든 교사들이 나가줘야 한다는, 대책 없는 정년단축이 결국 2년 뒤 교육대란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