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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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복제, 말은 많지만 아는 게 없다

  • < 이한음 / 과학칼럼니스트 > ehanum@freechal.com

    입력2005-01-03 15: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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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복제, 말은 많지만 아는 게 없다
    지난 여름 미국 하원에서 복제의 합법화 문제를 논의하던 중 한 의원이 의장에게 불만을 터뜨렸다. “의장님, 우리는 이런 논쟁을 벌일 필요가 없어요. 그럴 준비가 된 사람이 한 명도 없잖아요. 우리는 아는 게 없어요.” 결국 두 시간에 걸쳐 무지한(?) 사람들이 논란을 벌인 끝에 하원은 목적에 상관없이 모든 인간 세포의 복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했다. 이 결정은 인간복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서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그로부터 약 열흘 뒤, 부시 대통령은 기존의 인간 줄기세포 중 64종류에만 연방기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시로서는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측과 반대한다는 측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 셈이다. 이 발표는 별다른 논쟁을 일으키지 않았다. 얼마 뒤 미국 국립과학원에서 줄기세포 연구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온 것을 제외한다면. 물론 그보다 이틀 전에 이탈리아의 한 불임 전문의가 11월까지 인간을 복제할 것이라고 발표한 덕분에 충격이 완화된 탓도 있었을 것이다.

    1995년까지 미국 의회에는 기술평가국이라는 기구가 있었다. 이 기구는 기술에 관한 사항을 연구하여 입법을 담당하는 의원들에게 자문하는 구실을 해왔다. 이 기구는 예산 감축으로 폐지됐는데, 아마 복제 문제를 논의한 의원들은 이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을 것이다. 안면이 있는 과학자들에게 전화로 물어보기도 지쳤을 테니까.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토론문화 부재라는 말을 자주 쓰고 있다. 방송에서 본격적으로 대담 프로그램을 편성한 뒤인 듯하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토론상황을 지켜본 사람들은 저마다 토론문화가 부재한 이유를 열거했다. 하지만 그것이 정확하고 풍부한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본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간복제 논의가 한창이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인간복제이고, 과학용어로 말하면 배아 줄기세포 연구나 체세포 핵이식 연구가 될 이 문제는 그나마 이성적인 수준에서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 논쟁 당사자들이 어느 정도 전문지식을 갖추었다는 의미에서 하는 말이다.



    이런 논쟁에서는 각자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들이댄다. 누가 영국에서는 인간복제가 합법적이라고 말하면, 상대방은 치료 목적의 복제에만 해당된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치료 목적의 복제와 번식 목적의 복제가 어떻게 다른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기술평가국처럼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판단에 필요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구가 있다면, 이 인간복제 논쟁에서 아예 언급이 안 될 주장도 있다. 올바른 정보는 논의를 경제적으로 만든다.

    지난 몇 달 사이에 과학자들은 쥐의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인슐린 분비세포와 신경세포를 만들어냈다. 즉 줄기세포를 치료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한층 더 가까이 다가온 셈이다. 이처럼 인간복제를 둘러싼 윤리 논쟁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과학자들은 계속 지식을 축적하고 있다. 어쩌면 윤리 논쟁이 복제를 허용해야 할 것인지를 끝까지 붙들고 씨름하는 사이 환자들은 병원에서 복제의 산물로 치료받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적절한 정보에 바탕을 두지 않은 논쟁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

    사람들이 별 지식 없이도 거리낌없이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과학 문제가 있다. 얼마 전까지는 진화론이 그랬다. 지금은 인간복제가 추가되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우리 생활에 깊이 파고들 인공생명도 그럴 것이다. 그런 문제들은 정확한 정보와 거리가 먼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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