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북한에서 생산되는 가전제품에 대해 남한 당국 관계자가 공장 실사를 거쳐 형식승인을 내줄 수 있는 길이 열림으로써 남북 교역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 ㈜아이엠알아이가 평양 대동강 구역에서 운영하고 있는 평양전자제품개발회사를 방문해 모니터 생산 라인을 시찰한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 김윤광 적합성평가부장은 “남북한 간에 전기 전자제품의 기술표준을 통일하고 공장 실사를 통해 형식 승인을 부여하는 문제에 대해 원칙적 합의를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더불어 “내년 봄쯤이면 북한에서 가전제품을 임가공하는 다른 국내 대기업 제품들의 생산 공장도 방문, 조사할 수 있도록 북한측의 양해를 얻었다”고 밝혔다. 컴퓨터 모니터 생산업체인 ㈜아이엠알아이는 11월10일 국내 최초로 북한 내 공장의 현장 실사를 통해 한국 정부의 형식 승인을 받아낸 바 있다.
모니터 생산 ㈜아이엠알아이 첫 형식 승인
그동안 제3국에서 한글의 로마자 표기방법이나 한글문자코드, 컴퓨터 자판 통일 등에 대한 남북간 표준화작업 논의는 있어왔지만 공산품의 기술표준을 놓고 남북간 당사자가 직접 논의해 결실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굴지의 가전업체들도 북한에 공장 시설을 갖추고 텔레비전을 생산해 국내 판매하고 있다. 가전제품의 경우 다른 제품과 달리 누전 등 각종 안전사고에 대비해 정부 등 공공기관이 나서 품질 보증, 즉 형식 승인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들 업체에서 생산하는 텔레비전 역시 국내 판매나 해외 수출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형식 승인을 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공장의 설계 도면만을 확인한 뒤 형식 승인을 내주거나 국내 또는 중국 등 제3국에 있는 유사한 공장 시설을 둘러본 뒤 승인을 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종의 편법 승인만이 이뤄져 왔던 것이다. 이번에 국내 최초로 공장 직접 실사를 통해 컴퓨터 모니터에 대한 형식승인을 받아낸 ㈜아이엠알아이 조봉현 이사는 “(평양 공장과 똑같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국내 공장을 통해서도 형식 승인을 받을 수는 있지만 북한 공장을 실사하는 정공법을 택함으로써 향후 남북교역에서 중요한 선례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 관계자들이 그동안 남한 당국의 북한 실사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져왔던 것에 비춰볼 때 이번 실사와 형식승인 부여는 향후 남북교역을 진전시키는 데 적지 않은 중요성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남북교역은 지금까지 농수산물이나 섬유, 철강, 금속제품 등을 중심으로 이뤄져왔기 때문에 기술표준에 대한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지 않았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교역 규모가 늘어나고 특히 임가공 교역 비중이 커지면서 기술 표준 마련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왔다.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남북교역액은 2억28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교역액이 2억달러를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여기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대북한 반출 물품이 15.8% 늘어난 데 비해 남한으로 반입되는 물품은 41.6%나 증가했다는 사실. 통일부 관계자는 “위탁가공 품목의 반출입이 특히 많이 늘어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위탁가공 품목이 늘어날수록 이러한 제품들의 규격과 안전 기준 등을 표준화하는 작업은 더욱더 필요하게 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북한 당국과 기술 표준 마련을 위한 공식 채널이 구축된 것은 아니다. 북한에도 우리나라의 기술표준원처럼 공산품의 품질 규격과 이에 대한 승인을 담당하는 부서가 존재한다. 규격위원회나 정무원 산하 품질검사총국 등에서 이러한 업무를 담당한다는 것. 그러나 지난 11월 기술표준원 관계자들의 방북 당시에는 이들 부서 책임자와는 접촉하지 못한 채 북한의 대남 경협 담당 창구인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관계자들만 만나 실무 협의를 벌였다. 그러나 북한을 방문했던 관계자는 “기술 표준의 경우 미시적인 측면이 있어 경제각료 회담 등에서 논의되기 어려운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해 앞으로 남북간 기술 표준 작업을 위해 별도의 창구를 개설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동안 북한산 제품의 경우 제품의 질에 있어서는 크게 떨어질 것이 없었으나 품질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판로 개척에 애를 먹은 것이 사실. 평양에서 텔레비전 공장을 운영하는 LG전자 관계자는 “북한의 공장이나 생산설비 자체가 완벽한데다 한번 기술교육을 해 놓으면 ‘작업지도 사항’을 하나도 어기지 않고 실행하기 때문에 품질은 대단히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전자제품 생산공장의 경우 남한에서 부품 등을 모두 실어다가 북한에서는 단순 조립 생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기업들은 생산 비용을 낮추기 위한 수단으로 북한 내 임가공을 선호하고 있다.
한편 기술 표준 마련 작업과 더불어 최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중심으로 남북한 제품의 호환성을 보장하기 위해 ‘남북 표준센터’ 건립도 추진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에서 추진하는 사업이 임가공 물품의 판매를 위한 기술 표준 제정 작업이라면 표준과학연구원에서 추진하는 ‘남북 표준센터’ 건립사업은 도량형, 수치 등 각종 측정기준을 표준화하는 작업으로 보다 기초적인 기반 다지기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표준과학연구원은 조만간 이를 위해 개성공단 사업과 연계해 북한의 측정표준 상황을 조사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공산품 분야에서 남북간의 ‘눈높이’를 맞추는 작업이 활성화하면서 본격적인 대규모 교역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모니터 생산 ㈜아이엠알아이 첫 형식 승인
그동안 제3국에서 한글의 로마자 표기방법이나 한글문자코드, 컴퓨터 자판 통일 등에 대한 남북간 표준화작업 논의는 있어왔지만 공산품의 기술표준을 놓고 남북간 당사자가 직접 논의해 결실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굴지의 가전업체들도 북한에 공장 시설을 갖추고 텔레비전을 생산해 국내 판매하고 있다. 가전제품의 경우 다른 제품과 달리 누전 등 각종 안전사고에 대비해 정부 등 공공기관이 나서 품질 보증, 즉 형식 승인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들 업체에서 생산하는 텔레비전 역시 국내 판매나 해외 수출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형식 승인을 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공장의 설계 도면만을 확인한 뒤 형식 승인을 내주거나 국내 또는 중국 등 제3국에 있는 유사한 공장 시설을 둘러본 뒤 승인을 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종의 편법 승인만이 이뤄져 왔던 것이다. 이번에 국내 최초로 공장 직접 실사를 통해 컴퓨터 모니터에 대한 형식승인을 받아낸 ㈜아이엠알아이 조봉현 이사는 “(평양 공장과 똑같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국내 공장을 통해서도 형식 승인을 받을 수는 있지만 북한 공장을 실사하는 정공법을 택함으로써 향후 남북교역에서 중요한 선례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 관계자들이 그동안 남한 당국의 북한 실사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져왔던 것에 비춰볼 때 이번 실사와 형식승인 부여는 향후 남북교역을 진전시키는 데 적지 않은 중요성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남북교역은 지금까지 농수산물이나 섬유, 철강, 금속제품 등을 중심으로 이뤄져왔기 때문에 기술표준에 대한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지 않았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교역 규모가 늘어나고 특히 임가공 교역 비중이 커지면서 기술 표준 마련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왔다.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남북교역액은 2억28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교역액이 2억달러를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여기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대북한 반출 물품이 15.8% 늘어난 데 비해 남한으로 반입되는 물품은 41.6%나 증가했다는 사실. 통일부 관계자는 “위탁가공 품목의 반출입이 특히 많이 늘어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위탁가공 품목이 늘어날수록 이러한 제품들의 규격과 안전 기준 등을 표준화하는 작업은 더욱더 필요하게 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북한 당국과 기술 표준 마련을 위한 공식 채널이 구축된 것은 아니다. 북한에도 우리나라의 기술표준원처럼 공산품의 품질 규격과 이에 대한 승인을 담당하는 부서가 존재한다. 규격위원회나 정무원 산하 품질검사총국 등에서 이러한 업무를 담당한다는 것. 그러나 지난 11월 기술표준원 관계자들의 방북 당시에는 이들 부서 책임자와는 접촉하지 못한 채 북한의 대남 경협 담당 창구인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관계자들만 만나 실무 협의를 벌였다. 그러나 북한을 방문했던 관계자는 “기술 표준의 경우 미시적인 측면이 있어 경제각료 회담 등에서 논의되기 어려운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해 앞으로 남북간 기술 표준 작업을 위해 별도의 창구를 개설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동안 북한산 제품의 경우 제품의 질에 있어서는 크게 떨어질 것이 없었으나 품질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판로 개척에 애를 먹은 것이 사실. 평양에서 텔레비전 공장을 운영하는 LG전자 관계자는 “북한의 공장이나 생산설비 자체가 완벽한데다 한번 기술교육을 해 놓으면 ‘작업지도 사항’을 하나도 어기지 않고 실행하기 때문에 품질은 대단히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전자제품 생산공장의 경우 남한에서 부품 등을 모두 실어다가 북한에서는 단순 조립 생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기업들은 생산 비용을 낮추기 위한 수단으로 북한 내 임가공을 선호하고 있다.
한편 기술 표준 마련 작업과 더불어 최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중심으로 남북한 제품의 호환성을 보장하기 위해 ‘남북 표준센터’ 건립도 추진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에서 추진하는 사업이 임가공 물품의 판매를 위한 기술 표준 제정 작업이라면 표준과학연구원에서 추진하는 ‘남북 표준센터’ 건립사업은 도량형, 수치 등 각종 측정기준을 표준화하는 작업으로 보다 기초적인 기반 다지기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표준과학연구원은 조만간 이를 위해 개성공단 사업과 연계해 북한의 측정표준 상황을 조사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공산품 분야에서 남북간의 ‘눈높이’를 맞추는 작업이 활성화하면서 본격적인 대규모 교역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