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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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가 ‘남북경협’을 제소한다면…

‘무관세 교역 GATT협정 위반’ 제기…‘민족 내부 거래’ 국제사회 인정 최대 과제로

  • 입력2005-05-16 15: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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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TO가 ‘남북경협’을 제소한다면…
    최근 남북관계 급진전에 따라 남북교역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동안의 무관세 교역이 국제무대에서 계속 용인될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WTO(세계무역기구) 분쟁해결기구의 패널위원 중 한 명인 고려대 박노형 교수(통상법)는 최근 ‘WTO체제에서의 남북한 무역거래의 지위’라는 논문에서 “남북한의 무관세 교역은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위반이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논문은 법조협회가 발행하는 월간 ‘법조’ 11월호에 발표될 예정이다.

    세계 자유무역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GATT협정 제1조에 명시된 최혜국 대우(MFN) 규정에 따르면 회원국인 한국은 당연히 북한에 적용하는 무관세 혜택을 미국 등 다른 회원국에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에는 관세를 부과하고 북한에만 관세를 적용하지 않는다면 이는 협정 위반이다.

    현재 남북교역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이유는 92년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북간 경제관계를 ‘민족내부 거래’라고 규정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간 거래가 아닌 일종의 특수관계이므로 GATT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 정부측 설명이다.

    지난 8월말 남북한 경제실무회담 개최에 합의한 2차 남북장관급 회담에서도 남과 북은 ‘민족내부 거래’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우리측의 주장일 뿐 다자간 교역의 무대인 WTO에서 공인받은 입장은 아니다. 박노형 교수는 “WTO 회원국의 자격은 국가 단위에만 부여되는 것이 아니다. 남북한이 이미 유엔동시가입 등으로 국가로서의 존재를 확인받았다고 보아야 하는 만큼 남북한간의 무관세 교역은 GATT협정의 적용 대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역량 급속 증가 대책 마련 시급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미 지난 91년 우리 정부가 우리 쌀과 북한의 무연탄 시멘트를 교환하는 구상무역을 승인하자 미국 도정협회가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고 미국 정부 역시 비공식적 라인을 통해 우리측에 이의 부당성을 따진 적이 있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남북 교역 물량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미 남북교역 규모는 지난 97년 3억 달러를 넘어선 적이 있으며 남북관계 급진전에 따라 앞으로도 급속히 팽창할 전망이다.

    현재 전문가들은 이 골치아픈 문제에 대해 두 가지 해법을 제시해놓고 있는 상태다. WTO 규정상 회원국 4분의 3의 동의를 얻어 의무면제(waiver) 조항을 적용받거나 아니면 아예 한국과 북한이 대등한 주체가 되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방법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명철 박사는 “남북교역 규모가 동북아에서 무시 못할 정도의 규모로 성장할 때 비로소 이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남북한을 포함하는 동북아의 지역자유무역협정도 구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박노형 교수는 “자유무역협정은 북한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 만큼 이보다는 의무면제 조항을 적용받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남북한간의 교역은 ‘특수한 관계’이기 때문에 국가간 교역에 대해 다루는 WTO에서 논의될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남북 화해를 지지하는 국제정치적 분위기가 있는 만큼 이를 문제삼을 나라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독은 이미 51년 GATT 가입 당시부터 GATT 제1조의 최혜국 대우에도 불구하고 동서독 교역에 관해서만큼은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예외조항을 일찌감치 인정받았다. 반면 우리는 교역 규모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자 이 문제를 놓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동서독의 경우와는 정반대 순서로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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