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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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라 문화 모르면 목숨도 왔다갔다…

  • 입력2005-06-20 13: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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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년대 중반 말끝마다 세계화, 국제화를 쓰지 않으면 촌놈 취급받던 시절이 있었다. 덕분에 나도 바빠졌다. 범국가 차원의 국제화 드라이브에 편승, 에티켓이나 국제매너에 대한 교육수요가 엄청나게 많아졌기 때문이다. 어느 날 직장동료가 이런 질문을 했다.

    “박과장은 매너전문가지, 문화 쪽은 아니지?”

    “네? 문화하고 매너가 다른 건가요?”

    지금까지 받은 질문 중에서 나를 가장 당혹케 한, 더 나아가 에티켓이나 매너 교육에 있어 ‘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know-why) 중심의 인성 고양이 아닌, ‘방법 위주’(how to)의 태도교육에 치중했던 교육방법을 반성하게 한 일침이었다.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은 매너나 에티켓이 단편적인 행동규범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매너나 에티켓에 관련된 책 몇 권 읽고,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짓는 매너 강사들로부터 강의 몇 번 들으면 글로벌 시티즌이 된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에티켓은 룰이나 규범 차원을 넘어 문화의 산물이다. 아니 문화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도네시아로 파견된 어느 기업의 주재원이 현지인을 공공연히 야단치고 머리 한두 번 쥐어박았다 해서 토막살해된 사건이 있었다. 또 멕시코의 한 주재원은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현지인의 체면을 손상시켰다 해서 며칠 후 권총으로 살해됐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 중소기업 사장은 현지인이 “어이!”(‘여보세요’라는 뜻)라고 부르는 것을 한국식 ‘어이’로 착각해 혼내주었다가 베트남 감옥에 갇힌 외국인 1호가 되는 등, 현지문화나 에티켓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일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에티켓을 지키는 것은 문화를 배우는 것이요, 문화를 배우는 것은 우리의 관점을 자기중심적인 차원이 아니라 상대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인식의 폭을 넓혀준다. 현지 문화에 뿌리를 둔 에티켓을 배우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니다. 글로벌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필수사항’이요, 복잡다단한 21세기의 변화를 주도해 나갈 글로벌 리더들의 핵심역량이다.

    이제부터 마음의 문을 열고 세계로 가는 에티켓 문화여행을 시작해 보자. 더 이상 일본인들이 국그릇을 들고 먹는다고 상놈이라 놀리고, 프랑스 연인들이 길거리에서 사랑을 속삭인다고 손가락질하고, 브라질 사람들이 시간관념이 없어 게으르다고 말하는 소시민이 없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All doors open to courtesy(예의바름은 어디에서나 통한다―Thomas Fuller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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