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5일 ‘2000 시드니올림픽’이 개막된다. 참가선수만 1만명이 넘고 보도진은 그 두 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그만큼 수많은 화제, 감동의 순간이 연일 터져 나올 것이다. 그러나 정보가 너무 많이 쏟아지면 오히려 정말 중요한 핵심을 놓치게 될 수도 있다. 시드니올림픽을 재미있고 알차게 보는 15가지 관전 포인트를 미리 짚어봤다.
1. 야구 드림팀, 관심만큼 성적도 좋을지
국내 스포츠 전문지들은 예전 올림픽대회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많은 보도진(각 사당 10명 안팎)을 파견한다. 가장 큰 이유는 야구 때문이다. 보도진의 절반 가량이 야구담당 기자들이다. 시드니올림픽 300개 금메달 중 단 하나에 취재인력의 50%를 쏟아붓는 기현상인 셈이다. 그만큼 국민들 사이에서 야구 드림팀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걸 증명한다.
한국은 야구가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바르셀로나대회(92년)에서 예선 탈락했고 애틀랜타대회(96년)에선 8개국 중 꼴찌의 수모를 당했다. 그러나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선수들로 구성된 명실상부한 대표팀이 나간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의 자존심을 이번에 지킬 수 있을 것인가. 프로를 능가하는 쿠바, 메이저리그 선수를 주축으로 한 홈팀 호주, 트리플A 선수들이 포진한 미국, 프로 8명이 가세한 일본 등 다른 팀의 전력도 만만치 않다. 보험업계에서는 한국의 우승 확률 4%, 4강 진입 50%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2. 이봉주는 월계관을 쓸 것인가
‘올림픽의 꽃’으로 부르는 마라톤은 늘 폐회식 직전에 열린다. 이처럼 마라톤은 특수한 지위를 누리는 종목이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도 “다른 종목이 부진해도 남자 마라톤에서만 금메달을 따면 모든 것이 만회된다”고 말할 정도다. 자연 한국 마라톤의 대들보 이봉주(30·삼성육상단)에 대한 관심은 한마디로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현재 92년 금메달(황영조), 96년 은메달(이봉주)에 이어 3회 연속 메달 획득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지난 2월 도쿄마라톤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운 이봉주의 컨디션이 상승세이고, 세계기록(2시간5분42초) 보유자 할리드 하누치(미국), 역대랭킹 3위 모제스 타누이(케냐·2시간6분16초) 등 세계적인 강자들이 개인사정 혹은 자국내 대표 선발과정을 통해 대거 불참하기 때문이다. 시드니 코스가 올림픽 사상 최악으로 평가되는 난코스라는 점도 체력과 승부근성이 뛰어난 이봉주에게 도움이 된다. TV CF광고에서처럼 이봉주가 “엄니”를 외치며 1위로 골인할 수 있을까.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남자축구는 시드니올림픽에서 월드컵보다 먼저 8강을 달성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역대 올림픽 성적은 5회 진출에 모두 예선 탈락.
스페인 칠레 모로코와 함께 B조에 속한 한국은 예선통과가 쉬운 것만은 아니다. 최소한 1승1무는 거둬야 하는 상황이다. 98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우승 주역들이 버티고 있는 스페인에는 고전이 예상되고 비교적 약체인 모로코를 무조건 잡고 칠레전에 승부수를 띄운다는 전략이다.
4. 한국은 올림픽 5회 연속 종합 10위권 이룰 것인가
한국은 최소 8개, 최고 15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내 5회 연속 세계 ‘톱 10’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금메달 기대종목에서 모두 금을 획득한다면 20개 이상의 금메달을 얻게 돼 종합 5위권(96 애틀랜타 기준) 이내도 가능하다. 종목별로는 태권도(3∼4개), 레슬링(2개), 양궁(2∼3개), 배드민턴(2개), 유도(1∼2개), 체조 사격 마라톤 핸드볼 하키 사이클(이상 0∼1개) 등이다.
스포츠 4대 강국인 미국 러시아 독일 중국과 개최국 호주를 빼고 한국과 종합 10위권을 다툴 국가는 프랑스 이탈리아 쿠바 우크라이나 캐나다 헝가리다. 한국은 84년 LA대회에서 10위(금6 은6 동7), 88년 서울대회에서 4위(금12 은10 동11), 92년 바르셀로나대회에서 7위(금12 은5 동12), 96년 애틀랜타대회에서 10위(금7 은15 동5)를 차지한 바 있다.
5. 태권도, 올림픽 영구 정식종목 될까
시드니올림픽에서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태권도는 남녀 4체급씩 8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하지만 한 나라에서 출전할 수 있는 최대 체급은 4개로 제한돼 있다(개최국 호주만 제외). 물론 종주국 한국의 메달 싹쓸이를 막기 위해서다.
한국은 김경훈(+80kg급) 신준식(`-`68kg급·이상 남자) 이선희(`-`67kg급) 정재은(`-`57kg급·이상 여자) 등 4명이 출전한다. 모두 강력한 금메달 후보. 그런데 한국으로서는 고민이 있다. 4체급 모두 우승할 경우, 특정국가에 지나치게 유리한 종목이라는 이유로 올림픽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금메달 수가 2개 이하로 떨어지면 종주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된다.
태권도가 올림픽 영구 정식종목이 되기 위해서 한국은 이번에 이상적 메달 수, TV시청률 등 흥행 성공, 깔끔한 대회운영 등을 모두 이뤄야 할 처지다.
김수녕(29·예천군청)은 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청주여고 2학년 신분으로 이미 ‘신궁’이라는 호칭을 받았다. 첫 올림픽을 2관왕(여자 개인`-`단체)으로 장식한 그녀는 89, 9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잇달아 2관왕에 오르며 독보적인 양궁여왕의 지위를 누렸고, 90년 북경아시안게임과 92년 바로셀로나올림픽에서 각각 단체전 우승을 차지했다.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3개를 땄다.
93년 결혼과 함께 은퇴한 그녀가 지난해 8월 6년 만에 다시 활을 잡았다. 처음에는 고개를 흔드는 사람도 많았지만 그녀는 올림픽 금메달보다 힘들다는 국내선발을 거뜬히 통과했다. 8월초 유러피안 그랑프리(덴마크)에서 개인`-`단체전을 우승해 전망을 밝게 했다. 8년 만에 다시 찾아온 올림픽. 돌아온 신궁은 금메달의 과녁을 겨누고 있다.
7. 반갑습니다, 북한…그런데 성적은?
북한은 시드니에 10개 종목 32명의 선수를 출전시킨다. 96년 애틀랜타(9개 종목 24명)에 비해 종목 1개와 선수 8명이 늘었다.
먼저 남자체조의 ‘안마왕’ 배길수가 컴백해 8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괴력의 소녀’ 계순희(여자유도 52kg)는 한 체급을 올려 올림픽 2연패를 노린다. 또 지난해 11월 세계역도선수권대회 여자 용상 58kg급에서 세계신기록(131kg)을 세운 리성희도 강력한 금메달 후보다.
마라톤에선 김중원 김정철 길재선(이상 남자)과 김창옥 정영옥 함봉실(여자) 등이 다크호스다. 그러나 지난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마라톤에서 우승한 인민체육인 정성옥은 출전하지 않았다. 북한이 애틀랜타대회(금2 은1 동2) 때보다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시드니에서 남북 합동응원을 펴는 응원단의 기대가 크다.
8. 존스의 육상 5관왕, 그린의 100m 세계신기록 달성에 세계가 주목한다
육상 트랙 단거리는 올림픽 종목 중에서도 시청률이 높기로 유명하다. 그리피스 조이너, 칼 루이스(이상 미국), 도노번 베일리(캐나다) 등 역대 최고의 스타들이 올림픽을 거쳐갔다.
시드니에선 미국의 젊은 남녀 스프린터 두 명이 전설의 계승자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모리스 그린(26)과 매리언 존스(24)가 그들.
먼저 존스는 올림픽 역사상 두번째로 육상 5관왕을 꿈꾼다. 24년 남자 중장거리에서 5관왕을 달성한 ‘인간 기관차’ 파보 누르미(핀란드)에 이어 두번째로 대기록에 도전하는 것. 여자부에선 처음이다. 현재 주종목인 100m와 200m, 400m계주는 금을 거의 따놓은 셈이나 마찬가지고 멀리뛰기와 1600m계주에서도 운이 따른다면 가능하다.
100m 세계기록(9초79) 보유자인 그린은 시드니에서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해 최고스타에 등극한다는 야심이다. 오직 자신과의 기록싸움이 관심거리다. 그는 8월26일 올 시즌 최고기록(9초88)을 세우는 등 컨디션이 상승세다.
러시아가 종합 1위 탈환을 국가적인 과제로 내걸고 올림픽 총력전에 나섰다. 스포츠에서도 패권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의 한판 승부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 같다.
92년 애틀랜타대회에서 미국(금44)에 역대 가장 큰 차이로 2위(금26)에 머문 러시아다. 이번엔 유도 유단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올림픽특별대책위원장에 취임했다. 러시아는 금메달리스트에게 5만 달러라는 엄청난 포상금까지 내걸며 8년 만의 정상 복귀를 벼르고 있다. 28개 전종목에 457명의 선수를 파견해 36개 이상의 금메달을 노린다.
미국은 종합우승은 당연하다며 여유를 부리고 있다. 40개 이상의 금메달로 넉넉한 종합우승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구소련)는 52년 헬싱키대회부터 각각 종합우승 5회, 7회씩을 나눠 가지며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여왔다.
10. 러시아는 1위 탈환할 수 있을까
인구 1800만명인 호주는 세계적 수영강국이다. 호주는 그중에서도 이언 서프라는 18세의 청년을 최고의 스타로 만들 생각이다.
최근 2년 동안 10개의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운 서프(현재 자유형 200m와 400m 세계기록 보유)는 그 상승세가 ‘회오리’(토네이도)같다고 해 이를 이름과 합성한 ‘서피도’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다.
1m98, 90.5kg의 서프는 잘생긴 외모와 함께 370mm의 ‘왕발’이 트레이드마크다. 아직도 자란다는 서프의 발은 유연성까지 곁들여 오리발과 같은 효과로 경쟁자들을 제압한다. 양팔의 길이도 190cm. 그는 수영선수로 타고난 신체조건을 갖추고 있어 약물복용에 의한 변형체질이라는 의혹까지 샀을 정도다. 그는 올림픽에서 2관왕에 오를 경우 향후 3년간 1000만 호주달러(약 65억원)를 벌 수 있다.
11.미국 남자농구 드림팀Ⅳ 는 얼마나 멋진 쇼 보여줄까
이번 올림픽 남녀 테니스에서는 미국과 호주가 대차게 한판 붙는다. 남녀 모두 미국의 수성에 호주가 강력한 도전장을 내놓은 상태다.
먼저 남자종목에서 미국은 단식 2연패를 목표로 앤드리 애거시를 중심으로 한 토드 마틴, 마이클 창, 제프 타랑고 등의 초호화 멤버로 구성됐다. 세계랭킹 1위 피트 샘프러스가 빠진 게 흠이지만 세계정상으로 부족함이 없다. 호주는 올해 윔블던에서 애거시를 꺾은 패트릭 래프터를 비롯해 강력한 서버로 유명한 마크 필립포시스, ‘무서운 신예’ 휴위트로 맞서고 있다. 복식은 ‘무적’의 마크 우드포드`-`토드 우드브리지조를 보유한 호주가 우세다.
여자의 경우 비너스-셀레나 윌리엄스 자매에 세계랭킹 2위 린제이 데이븐포트, 모니카 셀레스로 구성된 미국이 다소 우세를 보이는 가운데 옐레나 도키치, 앨리시아 몰릭, 니콜 프랫을 내세운 호주가 홈그라운드 텃세를 바탕으로 이변을 노린다.
평생에 한 번이라도 목에 거는 것이 소원인 올림픽 금메달을 대회 때마다 차지하는 선수들이 있다.
시드니의 ‘살아 있는 전설’이 될 첫번째 후보는 레슬링의 알렉산드르 카렐린(러시아). 그는 애틀랜타에서 레슬링(그레코로만형 슈퍼헤비급) 사상 첫 올림픽 3연패를 이뤘고 10년 넘게 국제대회에서 무패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레슬러로는 환갑의 나이인 33세의 나이임에도 강한 애국심과 상상을 초월하는 괴력으로 4연패에 도전한다.
러시아 스포츠의 또 다른 ‘알렉산드르 영웅’인 알렉산드르 포포프는 남자 수영 자유형 50m, 100m에서 3회 연속 2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에 도전한다. 그는 93년 모스크바의 한 시장에서 칼로 등이 15cm나 파이는 테러를 당하기도 했지만 강한 정신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작은 헤라클레스’ 나임 슐레이마놀루(터키)는 출전 자체만으로도 팬들을 설레게 하는 대선수. 96년 애틀랜타에서 3연패를 달성한 후 은퇴했지만 지난해 올림픽 4연패를 위해 복귀했다. 또 복싱 헤비급 3연패에 도전하는 펠릭스 사본(쿠바)도 쿠바 복싱의 전설 테오필로 스테벤손에 이어 두번째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한다.
13. 카렐린, 포포프, 슬레이마놀루, 사본의 연패신화는 언제까지
시드니올림픽에서 가장 확실한 금메달 후보를 꼽으라면 단연 미국 남자농구팀이다. NBA 선수들로 구성된 미국의 드림팀Ⅳ와 맞설 상대는 세계에 아무도 없다.
제이슨 키드(피닉스), 게리 페이튼(시애틀), ‘차세대 조던’ 빈스 카터(토론토), 알론조 모닝(마이애미) 등 슈퍼스타들이 즐비해 어느 팀이건 20∼30점 차로 대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92년 바로셀로나대회(드림팀Ⅰ), 96년 애틀랜타대회(드림팀Ⅲ)에 이어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한다. 멤버 구성상 마이클 조던, 찰스 바클리, 매직 존슨이 포진한 ‘원조 드림팀’에는 못 미치지만 94년 세계선수권의 드림팀Ⅱ나 드림팀Ⅲ에는 뒤지지 않는 멤버라는 평가다. 이들에겐 얼마나 화려하게 금메달을 따느냐가 관심사.
올림픽은 인간 승리의 진한 휴먼드라마가 있기에 더욱 아름답다. 시드니에서 감동을 안겨줄 후보로는 먼저 사이클 도로경기에서 맞붙는 랜스 암스트롱(미국)과 마르코 판타니(이탈리아).
암스트롱은 지난 두 차례 올림픽에 참가해 비록 메달권에 들지는 못했지만 96년엔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스타다. 그러나 그해 그는 생존율 50%의 고환암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에 들어갔다. 재기를 위해 수술도 받지 않고 화학치료를 택한 암스트롱은 지난해 세계 최고 권위의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을 누렸다. 그런 그가 이번에 올림픽 첫 금메달에 도전하는 것이다.
판타니는 95년 이탈리아에서 경기 도중 자동차에 치여 왼쪽 다리를 크게 다쳐 다시 걷지 못한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불굴의 의지로 재기에 성공했다. 그는 98 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했다.
수영 자유형 단거리의 게리 홀 주니어도 당뇨병을 딛고 이번 올림픽에 출전했다. 96년 애틀랜타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말라 루년은 이번엔 여자 1500m의 대표선수로 시드니올림픽 주경기장 트랙에 서게 됐다.
15. 시드니올림픽은 인터넷올림픽
64년 도쿄올림픽이 TV중계방송으로 스포츠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면 시드니올림픽은 본격적인 ‘인터넷올림픽’으로 역사에 기록될 전망이다.
사실 인터넷은 96년 애틀랜타대회와 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때 이미 선을 보이긴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인터넷 인구가 늘어났다. 올림픽 공식 웹사이트 운영사인 IBM(www.olympics.com), 방송중계권을 쥔 NBC TV(www.nbcolym`-`pics.com), 사상 첫 공식 웹방송국에 선정된 위미디어(www.wemedia. com) 등의 사이트엔 최소한 수백억 ‘페이지`-`뷰’가 기록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온다.
1. 야구 드림팀, 관심만큼 성적도 좋을지
국내 스포츠 전문지들은 예전 올림픽대회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많은 보도진(각 사당 10명 안팎)을 파견한다. 가장 큰 이유는 야구 때문이다. 보도진의 절반 가량이 야구담당 기자들이다. 시드니올림픽 300개 금메달 중 단 하나에 취재인력의 50%를 쏟아붓는 기현상인 셈이다. 그만큼 국민들 사이에서 야구 드림팀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걸 증명한다.
한국은 야구가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바르셀로나대회(92년)에서 예선 탈락했고 애틀랜타대회(96년)에선 8개국 중 꼴찌의 수모를 당했다. 그러나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선수들로 구성된 명실상부한 대표팀이 나간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의 자존심을 이번에 지킬 수 있을 것인가. 프로를 능가하는 쿠바, 메이저리그 선수를 주축으로 한 홈팀 호주, 트리플A 선수들이 포진한 미국, 프로 8명이 가세한 일본 등 다른 팀의 전력도 만만치 않다. 보험업계에서는 한국의 우승 확률 4%, 4강 진입 50%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2. 이봉주는 월계관을 쓸 것인가
‘올림픽의 꽃’으로 부르는 마라톤은 늘 폐회식 직전에 열린다. 이처럼 마라톤은 특수한 지위를 누리는 종목이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도 “다른 종목이 부진해도 남자 마라톤에서만 금메달을 따면 모든 것이 만회된다”고 말할 정도다. 자연 한국 마라톤의 대들보 이봉주(30·삼성육상단)에 대한 관심은 한마디로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현재 92년 금메달(황영조), 96년 은메달(이봉주)에 이어 3회 연속 메달 획득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지난 2월 도쿄마라톤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운 이봉주의 컨디션이 상승세이고, 세계기록(2시간5분42초) 보유자 할리드 하누치(미국), 역대랭킹 3위 모제스 타누이(케냐·2시간6분16초) 등 세계적인 강자들이 개인사정 혹은 자국내 대표 선발과정을 통해 대거 불참하기 때문이다. 시드니 코스가 올림픽 사상 최악으로 평가되는 난코스라는 점도 체력과 승부근성이 뛰어난 이봉주에게 도움이 된다. TV CF광고에서처럼 이봉주가 “엄니”를 외치며 1위로 골인할 수 있을까.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남자축구는 시드니올림픽에서 월드컵보다 먼저 8강을 달성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역대 올림픽 성적은 5회 진출에 모두 예선 탈락.
스페인 칠레 모로코와 함께 B조에 속한 한국은 예선통과가 쉬운 것만은 아니다. 최소한 1승1무는 거둬야 하는 상황이다. 98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우승 주역들이 버티고 있는 스페인에는 고전이 예상되고 비교적 약체인 모로코를 무조건 잡고 칠레전에 승부수를 띄운다는 전략이다.
4. 한국은 올림픽 5회 연속 종합 10위권 이룰 것인가
한국은 최소 8개, 최고 15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내 5회 연속 세계 ‘톱 10’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금메달 기대종목에서 모두 금을 획득한다면 20개 이상의 금메달을 얻게 돼 종합 5위권(96 애틀랜타 기준) 이내도 가능하다. 종목별로는 태권도(3∼4개), 레슬링(2개), 양궁(2∼3개), 배드민턴(2개), 유도(1∼2개), 체조 사격 마라톤 핸드볼 하키 사이클(이상 0∼1개) 등이다.
스포츠 4대 강국인 미국 러시아 독일 중국과 개최국 호주를 빼고 한국과 종합 10위권을 다툴 국가는 프랑스 이탈리아 쿠바 우크라이나 캐나다 헝가리다. 한국은 84년 LA대회에서 10위(금6 은6 동7), 88년 서울대회에서 4위(금12 은10 동11), 92년 바르셀로나대회에서 7위(금12 은5 동12), 96년 애틀랜타대회에서 10위(금7 은15 동5)를 차지한 바 있다.
5. 태권도, 올림픽 영구 정식종목 될까
시드니올림픽에서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태권도는 남녀 4체급씩 8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하지만 한 나라에서 출전할 수 있는 최대 체급은 4개로 제한돼 있다(개최국 호주만 제외). 물론 종주국 한국의 메달 싹쓸이를 막기 위해서다.
한국은 김경훈(+80kg급) 신준식(`-`68kg급·이상 남자) 이선희(`-`67kg급) 정재은(`-`57kg급·이상 여자) 등 4명이 출전한다. 모두 강력한 금메달 후보. 그런데 한국으로서는 고민이 있다. 4체급 모두 우승할 경우, 특정국가에 지나치게 유리한 종목이라는 이유로 올림픽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금메달 수가 2개 이하로 떨어지면 종주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된다.
태권도가 올림픽 영구 정식종목이 되기 위해서 한국은 이번에 이상적 메달 수, TV시청률 등 흥행 성공, 깔끔한 대회운영 등을 모두 이뤄야 할 처지다.
김수녕(29·예천군청)은 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청주여고 2학년 신분으로 이미 ‘신궁’이라는 호칭을 받았다. 첫 올림픽을 2관왕(여자 개인`-`단체)으로 장식한 그녀는 89, 9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잇달아 2관왕에 오르며 독보적인 양궁여왕의 지위를 누렸고, 90년 북경아시안게임과 92년 바로셀로나올림픽에서 각각 단체전 우승을 차지했다.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3개를 땄다.
93년 결혼과 함께 은퇴한 그녀가 지난해 8월 6년 만에 다시 활을 잡았다. 처음에는 고개를 흔드는 사람도 많았지만 그녀는 올림픽 금메달보다 힘들다는 국내선발을 거뜬히 통과했다. 8월초 유러피안 그랑프리(덴마크)에서 개인`-`단체전을 우승해 전망을 밝게 했다. 8년 만에 다시 찾아온 올림픽. 돌아온 신궁은 금메달의 과녁을 겨누고 있다.
7. 반갑습니다, 북한…그런데 성적은?
북한은 시드니에 10개 종목 32명의 선수를 출전시킨다. 96년 애틀랜타(9개 종목 24명)에 비해 종목 1개와 선수 8명이 늘었다.
먼저 남자체조의 ‘안마왕’ 배길수가 컴백해 8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괴력의 소녀’ 계순희(여자유도 52kg)는 한 체급을 올려 올림픽 2연패를 노린다. 또 지난해 11월 세계역도선수권대회 여자 용상 58kg급에서 세계신기록(131kg)을 세운 리성희도 강력한 금메달 후보다.
마라톤에선 김중원 김정철 길재선(이상 남자)과 김창옥 정영옥 함봉실(여자) 등이 다크호스다. 그러나 지난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마라톤에서 우승한 인민체육인 정성옥은 출전하지 않았다. 북한이 애틀랜타대회(금2 은1 동2) 때보다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시드니에서 남북 합동응원을 펴는 응원단의 기대가 크다.
8. 존스의 육상 5관왕, 그린의 100m 세계신기록 달성에 세계가 주목한다
육상 트랙 단거리는 올림픽 종목 중에서도 시청률이 높기로 유명하다. 그리피스 조이너, 칼 루이스(이상 미국), 도노번 베일리(캐나다) 등 역대 최고의 스타들이 올림픽을 거쳐갔다.
시드니에선 미국의 젊은 남녀 스프린터 두 명이 전설의 계승자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모리스 그린(26)과 매리언 존스(24)가 그들.
먼저 존스는 올림픽 역사상 두번째로 육상 5관왕을 꿈꾼다. 24년 남자 중장거리에서 5관왕을 달성한 ‘인간 기관차’ 파보 누르미(핀란드)에 이어 두번째로 대기록에 도전하는 것. 여자부에선 처음이다. 현재 주종목인 100m와 200m, 400m계주는 금을 거의 따놓은 셈이나 마찬가지고 멀리뛰기와 1600m계주에서도 운이 따른다면 가능하다.
100m 세계기록(9초79) 보유자인 그린은 시드니에서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해 최고스타에 등극한다는 야심이다. 오직 자신과의 기록싸움이 관심거리다. 그는 8월26일 올 시즌 최고기록(9초88)을 세우는 등 컨디션이 상승세다.
러시아가 종합 1위 탈환을 국가적인 과제로 내걸고 올림픽 총력전에 나섰다. 스포츠에서도 패권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의 한판 승부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 같다.
92년 애틀랜타대회에서 미국(금44)에 역대 가장 큰 차이로 2위(금26)에 머문 러시아다. 이번엔 유도 유단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올림픽특별대책위원장에 취임했다. 러시아는 금메달리스트에게 5만 달러라는 엄청난 포상금까지 내걸며 8년 만의 정상 복귀를 벼르고 있다. 28개 전종목에 457명의 선수를 파견해 36개 이상의 금메달을 노린다.
미국은 종합우승은 당연하다며 여유를 부리고 있다. 40개 이상의 금메달로 넉넉한 종합우승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구소련)는 52년 헬싱키대회부터 각각 종합우승 5회, 7회씩을 나눠 가지며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여왔다.
10. 러시아는 1위 탈환할 수 있을까
인구 1800만명인 호주는 세계적 수영강국이다. 호주는 그중에서도 이언 서프라는 18세의 청년을 최고의 스타로 만들 생각이다.
최근 2년 동안 10개의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운 서프(현재 자유형 200m와 400m 세계기록 보유)는 그 상승세가 ‘회오리’(토네이도)같다고 해 이를 이름과 합성한 ‘서피도’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다.
1m98, 90.5kg의 서프는 잘생긴 외모와 함께 370mm의 ‘왕발’이 트레이드마크다. 아직도 자란다는 서프의 발은 유연성까지 곁들여 오리발과 같은 효과로 경쟁자들을 제압한다. 양팔의 길이도 190cm. 그는 수영선수로 타고난 신체조건을 갖추고 있어 약물복용에 의한 변형체질이라는 의혹까지 샀을 정도다. 그는 올림픽에서 2관왕에 오를 경우 향후 3년간 1000만 호주달러(약 65억원)를 벌 수 있다.
11.미국 남자농구 드림팀Ⅳ 는 얼마나 멋진 쇼 보여줄까
이번 올림픽 남녀 테니스에서는 미국과 호주가 대차게 한판 붙는다. 남녀 모두 미국의 수성에 호주가 강력한 도전장을 내놓은 상태다.
먼저 남자종목에서 미국은 단식 2연패를 목표로 앤드리 애거시를 중심으로 한 토드 마틴, 마이클 창, 제프 타랑고 등의 초호화 멤버로 구성됐다. 세계랭킹 1위 피트 샘프러스가 빠진 게 흠이지만 세계정상으로 부족함이 없다. 호주는 올해 윔블던에서 애거시를 꺾은 패트릭 래프터를 비롯해 강력한 서버로 유명한 마크 필립포시스, ‘무서운 신예’ 휴위트로 맞서고 있다. 복식은 ‘무적’의 마크 우드포드`-`토드 우드브리지조를 보유한 호주가 우세다.
여자의 경우 비너스-셀레나 윌리엄스 자매에 세계랭킹 2위 린제이 데이븐포트, 모니카 셀레스로 구성된 미국이 다소 우세를 보이는 가운데 옐레나 도키치, 앨리시아 몰릭, 니콜 프랫을 내세운 호주가 홈그라운드 텃세를 바탕으로 이변을 노린다.
평생에 한 번이라도 목에 거는 것이 소원인 올림픽 금메달을 대회 때마다 차지하는 선수들이 있다.
시드니의 ‘살아 있는 전설’이 될 첫번째 후보는 레슬링의 알렉산드르 카렐린(러시아). 그는 애틀랜타에서 레슬링(그레코로만형 슈퍼헤비급) 사상 첫 올림픽 3연패를 이뤘고 10년 넘게 국제대회에서 무패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레슬러로는 환갑의 나이인 33세의 나이임에도 강한 애국심과 상상을 초월하는 괴력으로 4연패에 도전한다.
러시아 스포츠의 또 다른 ‘알렉산드르 영웅’인 알렉산드르 포포프는 남자 수영 자유형 50m, 100m에서 3회 연속 2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에 도전한다. 그는 93년 모스크바의 한 시장에서 칼로 등이 15cm나 파이는 테러를 당하기도 했지만 강한 정신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작은 헤라클레스’ 나임 슐레이마놀루(터키)는 출전 자체만으로도 팬들을 설레게 하는 대선수. 96년 애틀랜타에서 3연패를 달성한 후 은퇴했지만 지난해 올림픽 4연패를 위해 복귀했다. 또 복싱 헤비급 3연패에 도전하는 펠릭스 사본(쿠바)도 쿠바 복싱의 전설 테오필로 스테벤손에 이어 두번째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한다.
13. 카렐린, 포포프, 슬레이마놀루, 사본의 연패신화는 언제까지
시드니올림픽에서 가장 확실한 금메달 후보를 꼽으라면 단연 미국 남자농구팀이다. NBA 선수들로 구성된 미국의 드림팀Ⅳ와 맞설 상대는 세계에 아무도 없다.
제이슨 키드(피닉스), 게리 페이튼(시애틀), ‘차세대 조던’ 빈스 카터(토론토), 알론조 모닝(마이애미) 등 슈퍼스타들이 즐비해 어느 팀이건 20∼30점 차로 대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92년 바로셀로나대회(드림팀Ⅰ), 96년 애틀랜타대회(드림팀Ⅲ)에 이어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한다. 멤버 구성상 마이클 조던, 찰스 바클리, 매직 존슨이 포진한 ‘원조 드림팀’에는 못 미치지만 94년 세계선수권의 드림팀Ⅱ나 드림팀Ⅲ에는 뒤지지 않는 멤버라는 평가다. 이들에겐 얼마나 화려하게 금메달을 따느냐가 관심사.
올림픽은 인간 승리의 진한 휴먼드라마가 있기에 더욱 아름답다. 시드니에서 감동을 안겨줄 후보로는 먼저 사이클 도로경기에서 맞붙는 랜스 암스트롱(미국)과 마르코 판타니(이탈리아).
암스트롱은 지난 두 차례 올림픽에 참가해 비록 메달권에 들지는 못했지만 96년엔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스타다. 그러나 그해 그는 생존율 50%의 고환암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에 들어갔다. 재기를 위해 수술도 받지 않고 화학치료를 택한 암스트롱은 지난해 세계 최고 권위의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을 누렸다. 그런 그가 이번에 올림픽 첫 금메달에 도전하는 것이다.
판타니는 95년 이탈리아에서 경기 도중 자동차에 치여 왼쪽 다리를 크게 다쳐 다시 걷지 못한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불굴의 의지로 재기에 성공했다. 그는 98 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했다.
수영 자유형 단거리의 게리 홀 주니어도 당뇨병을 딛고 이번 올림픽에 출전했다. 96년 애틀랜타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말라 루년은 이번엔 여자 1500m의 대표선수로 시드니올림픽 주경기장 트랙에 서게 됐다.
15. 시드니올림픽은 인터넷올림픽
64년 도쿄올림픽이 TV중계방송으로 스포츠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면 시드니올림픽은 본격적인 ‘인터넷올림픽’으로 역사에 기록될 전망이다.
사실 인터넷은 96년 애틀랜타대회와 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때 이미 선을 보이긴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인터넷 인구가 늘어났다. 올림픽 공식 웹사이트 운영사인 IBM(www.olympics.com), 방송중계권을 쥔 NBC TV(www.nbcolym`-`pics.com), 사상 첫 공식 웹방송국에 선정된 위미디어(www.wemedia. com) 등의 사이트엔 최소한 수백억 ‘페이지`-`뷰’가 기록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