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아낙들이 즐겨 불렀다는 구전 민요의 한 자락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녀 공통의 최대 관심사는 아마도 ‘정력’일 것이다. 예로부터 동네 빨래터에서 입담의 소재로 가장 많이 오르내린 것이 시어머니 험담과 남편의 정력문제인 것을 보면, 일상에서 ‘밤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엄청나다.
‘성혁명’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비아그라’를 국내에서 시판한 지도 1년이 다 돼간다. 알다시피 비아그라는 협심증 치료제 개발과정에서 우연히 탄생한 것이다. 엄연히 임포텐츠 환자에게 쓰는 치료제인데도 우리나라에서 비아그라는 ‘정력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험 결과 비아그라는 정상인에게는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난 바 있다. 게다가 그 부작용에 대한 논란마저 분분해 비아그라 열풍은 예전에 비해 시들해졌다.
한방에서는 정력의 원천을 ‘신수’(腎水)와 ‘신양’(腎陽) 기능의 상호작용으로 본다. 예컨대 ‘신수’란 차에 넣는 연료이고, ‘신양’은 엔진 자체의 성능에 비견될 수 있다. 연료 없이 차가 움직일 리 없고 엔진에 문제가 생겨도 차는 무용지물이 돼버리듯이, 신양과 신수는 항상 함께 작용하면서 서로를 보완하는 것이다.
한방에서는 예로부터 ‘팔미지황환’을 대표적인 정력제로 써왔다. 흔히 ‘신기환’이나 ‘보정환’이라고 부르는 약이 바로 이것이다. 팔미지황환이 널리 사랑받아온 이유는 약의 구성상 신수를 보(補)하는 숙지황 산약 산수유 등의 약물과 신양을 보하는 육계 부자 등의 약물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팔미지황환만 먹는다고 정력이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무릇 어떤 약이든지 체질에 따라 흡수 조건 및 작용 기전이 다르기 때문에 그 효과가 천편일률적일 수는 없고, 다만 보편적으로 쓰일 따름인 것이다.
한방에서 정력감퇴와 조루, 발기부전을 치료하는 데 효험이 있는 약재는 비교적 많은 편이다. 동물성 약재로는 잘 알려져 있는 녹용을 비롯해 자하거, 합개(태국산 도마뱀의 일종), 해구신 등이 있고, 식물성 약재에는 주로 차(茶)로 애용되는 두충과 토사자, 파극천, 쇄양, 선모, 사상자, 육종용 등이 있다. 그리고 강심작용에 특출한 기량을 발휘하는 인삼 황기 부자 음양곽 등도 널리 쓰인다. 여기서는 그중 몇 가지만 소개한다.
녹용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이름난 보양제다. 녹용의 가치를 모르던 옛날 사람들은 사슴이 짧은 털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눈밭에서 뛰어노는 것을 보면서 ‘저렇게 짧은 털을 갖고도 추운 겨울에 뛰어노는 것을 보니 열이 많은 짐승이겠구나. 그러면 온갖 양기가 다 모이는 머리에, 특히 뿔에는 얼마나 많은 양기가 있을까?’ 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혹 이런 생각이 바로 사슴의 수난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된 것은 아닐까. 사슴뿔은 그 부위별로 특징이 다른데, 양기를 많이 보하기 위해서는 뿔 상단(상대)을 사용하고, 음기를 보하려면 뿔 하단(하대)을 주로 쓴다.
자하거
‘자하거‘는 여성의 태반을 말한다. 남성 및 여성호르몬의 전구 호르몬인 LH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어서 남성 불임에도 상당히 효과가 있다. ‘태반을 간직했다가 어떤 약을 먹어도 듣지 않는 병에 쓰면 낫는다’는 옛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가끔씩 신기한 효과를 내는 것이 바로 자하거. 보통 소주에 담갔다가 볶아서 먹는다.
해구신
‘해구신‘은 정력제로 정평이 나 있는 약재. 그러나 너무도 고가인 나머지 가짜가 횡행해서 일반인들이 사용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수가 따른다. 예전부터 ‘동기동보’(同器同補)라 하여 효험을 보고자 하는 부위와 비슷한 부위의 것을 취한다는 말이 있는데, 해구신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역시 ‘자하거’처럼 천연호르몬을 이용한 요법이다.
부자
‘부자‘는 흔히 노인들이 소변이 자주 마렵고 몸이 으슬으슬 오한이 날 때 약방에서 사먹던 약이다. 많이 복용하면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로 독성이 강하지만, 잘만 쓰면 영약이 될 수도 있는 약재이다. 하지만 워낙 부작용이 많기 때문에 혼자 처방해 먹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오자
토사자 차전자 사상자 구기자 오미자 등 다섯 가지 약재를 통틀어 오자(五子)라고 한다. 이 ‘씨’라는 것은 장자의 말을 인용하면, ‘작은 겨자씨가 커다란 나무가 되는’ 상당한 생명적 폭발력을 간직하고 있다. 이런 원리는 식물의 가지가 사람의 팔과 다리에 작용하고, 뿌리는 머리에, 열매나 씨는 생식력에 작용한다는 한의학의 독특한 이론과도 딱 들어맞는다.
보통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레 성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는 전립선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중년 이상 남성들의 자존심을 무참하게 구겨놓는 천덕꾸러기가 바로 전립선 질환이다. 전립선은 정액의 액체성분 중 약 3분의 1을 만들어 내는 중요한 기관. 더구나 고환에서 만든 정자에 영양을 공급해 정자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해주고 정자의 수태능력을 고양시키는 기능까지 담당하고 있다. 이렇게 소중한 기관이 제 역할을 못한다면 ‘정력’이라는 말 자체가 ‘언감생심’일 수밖에 없다.
전립선은 치료가 까다로운 부위지만 한방에서의 치료 효과는 상당히 좋은 편이다. 한방 치료는 인체 자체의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데 중점을 두므로 항생제 남용에 따른 2차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한방 좌약이나 한약 투여는 부작용이 없고 정력 증진 효과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근에는 적작약 대황 고백반 유향 몰약 등의 약재로 조제된 좌약인 ‘좌양단’이 새로 개발됐다. 좌양단은 탕제와 함께 전립선 질환 치료에 응용됨으로써, 약물 흡수가 여의치 않은 전립선에까지 약물 효과를 안정적으로 전달해주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또 장 연동을 촉진하고, 항문 주변의 혈류 순환을 개선하는 효과가 뛰어나 치질 치료에도 상당한 도움을 준다. 사용방법은 따뜻한 물에 좌약을 담근 뒤 손에 핑거캡(Finger Cap)을 끼우고 좌약을 항문에 부드럽게 넣으면 된다. 저녁때쯤 항문 속으로 밀어넣었다가 다음날 배변할 때 빼내면 되는데, 국소 치료로서는 약효가 아주 좋다.
한의학에서는 남성의 성기를 ‘종근’(宗筋)이라고 한다. ‘모든 근육이 모이는 곳’이라는 뜻이다. 해부학적 관점에서 보면 황당한 말일 수도 있지만 전체적 맥락에서 보면 영 틀린 말도 아니다. 성행위를 할 때 몸의 모든 근육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는 단지 어느 한 곳이 특정한 작용을 주관하는 것이 아니라, 몸의 전반적인 체계가 유기적인 결합으로 이뤄진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갑자기 기운이 떨어지거나 조루 현상이 나타나거나, 발기가 안 되는 것과 같은 문제는 국지적 결함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몸의 전체적인 기능이 떨어진 것이 그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즉 몸이 자기조절에 들어간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따라서 어떤 약을 선택하든지 이러한 원리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약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보약이라는 것도 떨어진 생체기능을 정상적으로 되찾기 위해 먹는 것이지, 예전에도 없던 특별한 힘을 불쑥불쑥 생겨나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